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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옥죄기가 절정에 달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23일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에 가입하거나 후원회비를 낸 혐의를 받고 있는 교사 183명 중 현재 국공립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134명을 파면·해임 하고, 나머지 사립학교 교사 35명에 대해서는 사학법인에 이와 같은 수준의 징계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1989년 전교조 결성 때 1500명이 해직된 이후 사상 최대 징계 사태다. MB정부와 전교조가 교육철학이 달라, 어느 정도의 마찰과 대립은 정부 출범 때부터 예견돼 왔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이들 사이에서도 '정말 해도 너무 한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 2008년 이후 줄곧 대립해온 전교조와 MB정부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해본다.

[전교조 때리기①] 일제고사 전국화... 선택권 준 교사 13명 파면·해임

MB 정부와 전교조가 최초로 대규모 대립한 지점은 일제고사다. MB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이전에 표집평가로 진행되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집평가로 전환하고 모든 학교, 모든 학생들에게 한 날 한 시에 의무적으로 평가에 참여하도록 했다.

2008년 '학업성취도 평가'와 '진단평가'라는 이름으로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일제고사에 일부 교장과 교사들이 학부모들에게 시험 선택권이 있음을 알려줬다. 그러나 교과부는 이들 교사들에 대해서 전원 파면·해임 등 중징계를 내렸는데 그 숫자가 13명에 달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해 12월과 지난 4월, 연달아 이들 교사들의 파면·해임 대해 징계무효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학교로 복직한 교사는 1명뿐이다. 12명은 여전히 거리의 교사로 남아 있다. 마지막 초등 일제고사가 남아있던 영국에선 올해 들어 일부 학교 교장과 교사들이 함께 일제고사를 보이콧했다. UN 사회권위원회도 일제고사 폐지를 권고했다. 그러나 MB 정부는 세계적 표준에는 눈 감고, 법원의 결정도 무시하고 있다.

[전교조 때리기②] 5월, 시국선언 교사에도 해임 등 중징계

지난 1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공무원, 교사탄압저지공동대책위원회 및 민생민주국민회의 주최로 열린 '공무원 및 전교조 공안 탄압 기자회견'에서 방대곤 전교조 초등정책국장이 경찰의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수사 확대 방침과 관련해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공무원, 교사탄압저지공동대책위원회 및 민생민주국민회의 주최로 열린 '공무원 및 전교조 공안 탄압 기자회견'에서 방대곤 전교조 초등정책국장이 경찰의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수사 확대 방침과 관련해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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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와 전교조의 마찰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촉발된 '민주주의 후퇴', '표현의 자유 차단'에 대한 각계각층의 우려가 '시국선언'으로 터져 나왔고 교사 5만여 명도 두 번에 걸쳐 자율형사립고 등 특권교육을 비판하고, 민주주의의 후퇴를 걱정하는 시국선언을 진행했다.

교과부는 이를 주도한 전교조 위원장과 90여 명의 간부들을 국가공무원법, 교원노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고, 현재까지 15명이 해고됐다. 이들이 1심에서 무죄 또는 100만 원 내외의 벌금형, 또는 선고유예를 선고받았음에도 교과부는 시도교육청을 앞세워 이들을 파면해임하고 있다.

우리 교육사에서 무죄 또는 벌금 100만 원을 받은 사건으로 파면·해임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당연히 과도한 징계라는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고 소청심사위원회에서 이것이 뒤집어질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그러자 MB 정부는 지난 2월, 3년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않은 교원소청심사위원장을 현 교과부 실세 이주호 차관의 최측근인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 출신으로 교체하여 1개월만에 소청을 모두 기각했다.

[전교조 때리기③] 7월, 유례없는 전교조 사무실 압수수색... 서버 가져가

사실 MB정부는 진보성향인 김상곤 경기도교육감과도 대립을 보여 왔다. 혁신학교와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MB정권의 지지세력인 경기도의회는 김상곤 교육감이 올리는 예산마다 거부하거나 대폭 삭감해 버렸다. 이 대립은 결국 시국선언 징계를 둘러싸고 폭발했다. 김상곤 교육감은 교과부의 시국선언자 징계 요구에 대해 무죄추정의 원칙, 표현의 자유, 헌법적 원리, 징계재량권 등을 이유로 재판 이후로 징계를 연기했다. 결국 임명직인 교과부 장관이 선출직 경기교육감에게 사상 초유로 직무이행명령권을 발동했고, 경기교육감을 직무유기로 형사 고발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이는 명백한 지방자치의 후퇴이고 민주주의의 훼손이다.

정부의 전교조 압박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일제고사에 대해서는 징계 무효,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해서는 무죄와 유죄가 엇갈리자, 당황한 정부는 검찰과 경찰을 구원투수로 내보냈다.

지난해 7월 3일, 검찰은 시국선언 사건을 수사한다며 전교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그와 동시에 전교조의 20년 기록인 서버를 통째로 가져갔다. 시국선언과 관련하여 모든 것을 공개적으로 진행했고 수사에도 전적으로 협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초로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러 와서는 서버를 복사해갈 장비를 가져오지 않았다면서 서버를 통째로 들고 가버린  것이다.

전교조위원장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여 서버에 접속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CCTV도 없는 동네 PC방에 가서 수색 영장을 집행하여 국민적 비웃음을 샀다. 2004년 불거진 한나라당 유령다원 사건 때는 꿈도 못 꾸던 당사 압수수색이 2010년 민노당에는 수차례 시도됐다. 그리고는 200명에 이르는 전교조 교사들을 정당 가입 또는 정치자금 후원 등의 명목으로 기소했다.

얼마나 급하고 막무가내로 수사를 했던지 이미 죽은 사람에게도 소환장을 보내고, 미국으로 이민 간 사람도 수사하겠다고 법석을 떨었다. 한나라당 정당가입과 정치후원금 문제가 함께 불거졌지만 검찰과 경찰은 눈 감았다.

[전교조 때리기④] 기존 단협 무효화하고 추가 단협 거부... 자금줄 죄기

지난해 7월 19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민주회복민생살리기 제2차범국민대회' 모습.
 지난해 7월 19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민주회복민생살리기 제2차범국민대회'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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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전교조가 행하는 일들마다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며, 칼을 휘두르는 MB정부와 교과부지만, 지금 전교조와 교과부는 '단체협약'을 맺지 못한 '무단협' 상태다. 전교조와 교과부는 2003년 이후 단체협약을 맺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2008년 11월 MB정부는 기존에 있던 단협에 대해서도 무효를 선언했다. 2009년 노동법 파동을 겪으면서 교원노조도 독자적으로 교섭을 진행할 수 있게 됐지만, 교과부 담당자들의 이런 저런 핑계로 제대로 된 교섭이 진행되지 못했다.

MB정부는 갖은 탄압에도 전교조가 굴하지 않자 이번에는 자금줄을 옥죄는 방법을 동원했다. 전교조는 거의 전적으로 조합원들이 납부한 회비로 운영되고 있다. 같은 교원단체인 교총 회장은 파견으로 인정되어 국민 혈세로 월급을 받지만 전교조 위원장을 비롯하여 모든 집행부들의 월급은 모두 조합원의 조합비로 지급된다.

이 조합비는 단체협약과 관행 등을 통해 조합원이기만 하면 월급에서 일괄 공제되는 체크오프 방식으로 지급되고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MB정부는 단체협약을 무효로 만들어버리고 체크오프 조항을 무력화시키더니 공무원보수규정을 개정하여 해마다 새로 조합비 납부 동의서를 쓰도록 했다. 이를 통하여 비공식적으로 최소 전교조 조합원 20~30% 탈퇴를 기대했다고 하지만 거의 모든 조합원들이 단 1개월 사이에 조합비 납부 동의서를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새로이 전교조에 가입하는 교사들도 있었다.

[전교조 때리기⑤] 98년부터 문제 없는 전교조 규약 불법화

그러나 교과부와 MB정부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들이 내놓은 다른 묘수는 교원노조 전임자 허가 지침 개정이다. '교원노조 전임자 허가 지침'은 다른 어떤 노조에도 없는 것이다. 다른 노조뿐 아니라 교원과 공무원의 다른 휴직 지침도 법으로 정한 것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교과부는 교원노조 전임자 허가지침이라는 것을 통해 교원노조 전임자를 통제해 왔다.

아마도 정부와 교과부는 교원노조 전임을 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수단을 생각해 낸 듯하다. 그래서 교원노조전임자 허가 지침을 개정하여 징계를 받은 교원 뿐 아니라 기소된 교원도 전임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시국선언과 일제고사 등으로 징계를 받은 교사들에 대해 모두 전임을 불허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교과부의 의도대로 되진 않았다. 결국 전임 허가를 받지 못한 교사들은 학교로 돌아갔지만 새로운 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전교조는 1998년 합법화가 되면서 노동부와 교과부에 설립신고를 하였고 설립신고를 하면서 노동조합의 규약을 제출하였다. 그리고 중간에 몇 번의 규약 개정을 하였고 그 결과를 모두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신고한다. 지금까지 전교조 규약에 대해서 노동부나 교과부가 단 한 번도 문제를 삼은 적이 없다. 전교조 규약이야 전교조 내부의 운영규칙이니 그것을 교과부나 노동부가 간섭하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3월 노동부와 교과부가 갑자기 나서서 전교조 규약이 불법이라면서 규약 시정을 명령했다. 그리고 규약을 정해진 시일 내에 개정하지 않으면 의법 조치하겠다는 엄포를 놓았다. 3차례나 규약 개정을 요구하면서 설립 신고를 반려하여 결국 불법 노조로 만들어버린 전국공무원노조의 선례가 떠오른다.

[전교조 때리기⑥] 조전혁 의원과 한나라당, 법 무시하고 교원노조 명단 공개

전교조 명단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킨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전교조 명단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킨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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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교조와 관련하여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을 필두로 한 조합원 명단 공개다. 하지만 공개이후 그들이 노렸던 학부모 동요 등은 일어나지 않았고, 조전혁 의원은 1억 5천만 원이란 강제이행금을 물게 됐다. 애초 교과부는 명단 공개로 사생활침해가 우려된다며 명단 제출을 거부했으나 조전혁 의원이 '교육관련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특례법에 따라 각 학교의 홈페이지에 교원단체 현황이 제대로 올려졌는지를 확인하는데 필요하다'고 요청에 자료를 내주었다.

곧 법원에서 교원단체 소속 교사 명단 공개가 불법이라는 결정이 내려졌지만 조 의원은 이를 무시하고 공개하였고, 또 다시 법원에서는 명단을 즉시 삭제하고 이행하지 않을 시에는 하루 3천만원 이행금을 내라고 결정했다. 조전혁 의원은 이를 국회의원의 존재에 대한 부정이라고 버티다가 며칠 만에 명단을 삭제했다. 그러나 정두언, 진수희, 김효재 등 다른 한나라당 의원들이 법원 판결을 조폭 판결이라고 비난하면서 명단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재밌는 사실은 교원과 학생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법을 한나라당 의원들이 발의했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당론으로 통과시킨 법을 이제 와서 어기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게 선거 때문이었나? 지방선거 앞두고 곳곳 관권 시비

지방선거와 16개 시도교육감 선거가 치러지는 6월 2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현행법에 의하면 교육감과 교육의원에는 정당인이 출마할 수 없으며, 정당이 이 선거에 개입할 수도 없다. 그러나 지난 2월부터 교과부와 여당 등에서 교육감 선거에 개입했다는 소식이 언론에 종종 올랐다. <한국일보> 등 다수 언론에 의하면, 교과부 최고위 인사가 직접 서울경기 교육감 후보들을 물색하고 다녔다고 한다. 또 인천에서는 친여당 성향 후보의 난립을 막기 위해 한 인사의 출마 포기를 종용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지난 4월 서울에서는 한나라당 당원협의회에서 김영숙 전 덕성여중 교장을 한나라당 측 교육감 후보로 결정하고 지지운동을 결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김영숙 후보측은 자신을 정부여당이 미는 후보라는 식으로 보도자료를 발표하여 이를 뒷받침했다. 이후 이것이 문제가 되자 양측에서는 모두 이를 부인하면서 한편의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했다.

또 이번 선거 최대 쟁점 중 하나인 무상급식 관련 교과부 고위관료가 직접 한나라당 보좌관들을 만나 선거 대응책을 논의하는 등 사실상 선거대책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아울러 서울지방경찰청까지 나서서 교육감 선거 내부동향 파악에 나섰는데 그 내용이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우파 교육감이 어떤 전략으로 임해야 승리할 수 있는가?', '전교조, 민주노총 등 좌파세력들이 좌파교육감 후보를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가?' 등 완전히 편파적인 내용의 교육감 선거 사찰이었다. 물의가 일자 서울경찰청은 통상적인 내부 동향 파악이며, 실무진에서 알아서 한 것이라고 발뺌했다.

정당과 정부의 개입이 금지된 교육감 선거에서 관권 선거 시비가 일고 있는 것이다. 우리 민주주의가 다시 5공 이전의 군사독재 시대 수준으로 후퇴한 듯해 안타깝다.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에 어떤 식으로든지 전교조를 엮어보려 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들은 대놓고 반전교조와 친전교조로 교육감 선거구도를 만들려고 한다. 내용은 없다. 전교조가 친환경무상급식을 주장한 교원단체라는 것도, 교육비리 척결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했다는 것도,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입시제도와 특목고제도 개선을 요구했다는 것도, 매관매직 인사비리 척결을 위해 교장승진제도 개선을 주장해 왔다는 것도 모른척한다.

전교조면 무조건 안 되고, 무조건 나쁘다는 것이다. 전교조 옥죄기를 아무리 이어가도, 진보교육감에 대한 지지율이 높게 나오자, 교과부 등은 선거가 불과 10여일 남은 시점에 정치활동 혐의를 받고 있는 교사 183명에 대한 해임·파면 결정을 내렸다.

얼마나 급했던지 기소된 것만을 근거로 해서 사실 조사도 하지 않고 으레 받아왔던 문답서도 받지 않겠다고 한다. 헌법에 나와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도, 비례평등의 원칙도 그들의 안중에 없다. 매관매직 교장들도 재판 중이라고 징계하지 않는 그들이 정치활동은 안 된단다.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한 교원과 교육공무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고, 수 백만 원의 정치후원금을 갖다 준 교장들에 대해서도 말이 없다. 집단적으로 수 천명씩 정치자금을 모아주자고 결의한 교총 산하 단체에 대해서도 말이 없고, 한나라당 공천 서명을 받은 교장들도 나 몰라라 했다. 그리고 현직 교사들에게 정치자금 받은 현직 교과부 차관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이제 막바지에 왔다. 전교조 탄압을 위해 그들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기도 하고, 교과부와 노동부가 참모본부로 나섰고, 검찰과 경찰이 특공대를 자임하고 나선 상황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

우리 역사에서 한 나라의 정부가 이토록 하나의 단체를 집중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문제 삼았던 유례가 있는지 모르겠다. 조전혁 의원이 썼다는 책 <전교조 없는 세상>을 만들기위해 그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한 듯하다.

MB여, 20여년 전 국제적 망신을 기억하라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지난 4월, 경찰이 보수 및 진보성향 후보에 대해 정보수집에 나섰다는 내용의 내부문건이 언론에 보도돼 논란이 일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지난 4월, 경찰이 보수 및 진보성향 후보에 대해 정보수집에 나섰다는 내용의 내부문건이 언론에 보도돼 논란이 일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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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놈만 팬다"는 유행어를 남겼던 <주유소습격사건>이라는 영화 제3탄을 만들더라도 이 상황보다 더 스팩터클한 액션무비를 만들기는 힘들어 보인다. 총 감독은 MB정부 청와대가 하고, 한나라당, 교과부와 노동부, 검찰과 경찰이 공동주연, 보수언론과 보수시민단체 회원들이 조연으로 나서면 될 것 같다.

5·16 군사 쿠데타에 의해 들어선 군사독재 정부가 교원노조를 불법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유신과 5공 군사독재 시대를 거치면서 학교는 군사독재 정권의 체제 선전 도구가 되었고, 교사들은 그들의 이데올로기 선전 도구가 되었다. 선거 때가 되면 선거 운동에 동원되고 선거운동원으로 등록되기도 하고 당원으로 가입되기도 했다. 말 그대로 교사는 정권의 시녀였다. 그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입시지옥에, 인권 감옥에서 신음해야 했다.

6월 항쟁을 거쳐 더 이상 견디지 못한 교사들이 민족민주인간화를 내걸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를 외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지지 속에 전교조를 만들었다. 당연히 권위주의 정권은 이를 탄압하면서 1500명의 교사들을 해고했다.

그리고 20년이 지났다. 역설적이게도 해고된 전교조 교사들은 민주화유공자가 되었고 교사들을 해고한 정권은 독재정부로 비난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도 교원노조가 결성되는 것 자체가 그 사회의 민주화 척도라는 국제적 상식이 수용된 것이다. 1998년 교원노조를 합법화시킨 큰 힘 중의 하나가 국제 여론이었다. 교원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것 자체가 민주화되지 않았다는 증거이고, 독재 정권의 척도였던 것이다. 이것이 국제적 상식이다.

그런데 2010년, 다시 20년 전의 그 시절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 그들은 한사코 교원노조가 없는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 얼마 전 라뤼 UN 인권특별보좌관이 방한했다. 그는 시국선언 교사들의 해고와 유죄 선고에 대해 "표현의 자유가 명백히 침해된 사례"라며 "전교조에 소속돼 있다고 해서 의사표현의 자유가 제약 받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이것이 국제적 표준, 즉 이 정부가 그토록 이야기하는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이다. 1989년 이전 군사독재 정부들은 교원노조를 탄압하고 교사들을 해고하여 국제적 망신을 사고 인권후진국으로 비난 받더니 2010년 MB정부는 시국선언 교사들을 해고하고 정치적 자유를 부정하여 또 한 번 국제적 망신을 사게 됐다.


태그:#전교조, #정치활동, #파면 해임,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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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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