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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정책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목표로 해야 한다." - 이명박 대통령

"소득 하위 계층 30%에게만 무상급식 실시하겠다." -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이건희 회장 손자까지 무상으로 밥 먹이자는 건 과하지 않나." - 김문수 경기도지사 후보

 

한 마디로 전면적 무상급식을 반대한다는 뜻이다. 오세훈·김문수 한나라당 소속 두 광역단체장 후보는 경제력에 따른 선별적 무상급식 추진을 분명히 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들의 뜻에 힘을 실어줬다.

 

한 번 생각해 보자. 정말로 이건희 손자까지 무상급식을 해야 하나? 순간적으로 드는 느낌은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친환경 무상급식 실현을 위해 활동해온 전문가들의 견해는 단호하다.

 

"이건희 손자? 당연히 무상급식을 해야죠!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돈 많다고 그 아이에게 초등학교 등록금 받지 않잖아요. 가난한 아이들에게만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야말로 사람들을 선동하는 포퓰리즘입니다."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은 헷갈려 한다. 야당과 진보개혁 진영이 주장하는 전면적 무상급식과 여당과 보수우익이 말하는 선별적 무상급식이 어떻게 다르고, 어떤 것이 자신들의 삶에 보탬이 되는지 말이다.

 

"이건희 손자? 당연히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

 

그래서 <오마이뉴스>는 19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짝퉁' 무상급식은 가라! 친환경 무상급식 도입을 위한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오마이TV>를 통해 생중계된 이날 간담회에는 친환경학교급식을 위한 서울운동본부 배옥병 대표, 경기운동본부 구희연 대표, 박인숙 인천 학교급식시민모임 집행위원장, 유영훈 팔당공동위 대책위원장, 김흥주 원광대 교수가 참석했다.

 

길게는 10년 가까이 친환경 무상급식 운동을 해온 이들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선별적 무상급식은 '짝퉁'이라고 입을 모았다. 선별적 급식은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차별급식'이고 비교육적이기 때문에 지방선거에 표로 심판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배옥병 대표는 "한나라당은 계속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있다"고 구체적인 수치를 들며 비판했다.

 

"정부와 여당은 올해 초 결식아동 예산을 무려 270억 원 삭감했고, 서울시는 43억 원 삭감했다. 이 때문에 지금도 밥 못 먹고 굶는 아이들이 10만 명이 넘는다. 또, 무상급식을 하면 국가재정이 파탄난다고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지금까지 부자들에게 90조 원의 세금을 깎아줬다. 또 4대강 예산은 22조나 된다. 정말 재정 파탄이 걱정되면 부자 감세를 철회하면 될 것 아닌가."

 

배 대표는 "의무교육 기간인 초·중학교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하기 위해서는 1조 6000억원이 들고, 고교까지 확대하면 1조원이 추가 돼 총 2조 6000억원의 비용이 든다"며 "부자들에게 세금을 깎아주면서 재정 파탄을 주장하는 건 앞뒤가 바뀐 논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배 대표는 저소득층 30%에게만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는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를 정면 비판했다.

 

"재정자립도가 꼴찌인 전북은 친환경 무상급식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자립도가 92%인 서울은 2009년에 이어 올해도 무상급식 예산이 0원이다. 하지만 서울은 시장의 홍보예산과 한강 르네상스 등 '디자인 서울' 명목으로 6200억 원을 썼다. 그런데 재정이 없다면서 고작 저소득층 30%에게만 무상급식을 한다고? 상처 받는 아이들만 늘어나는 급식정책이다."

 

구체적인 자료를 보면 배 대표의 주장은 과장이 아니다. 사단법인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가 지난 2월 1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의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 규모는 전국 16개 시·도 중 최하위다.

 

재정자립도 1등 서울, 친환경 무상급식은 꼴등

 

재정자립도가 낮은 전북은 연간 학생 1인당 친환경 무상급식 예산으로 13만8000원을 지불하고 있다(2009년 기준). 하지만 서울은 같은 기간 동안 학생 1인당 700원 지원한 게 전부다. 전북과 약 200배 차이가 난다.  

 

역시 재정자립도가 낮은 전남 12만8000원, 경남 9만8000원, 충남 9만1000원, 제주 4만1000원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 역시 서울보다 월등히 높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광역단체장이나 기초단체장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 인천(1만2000원), 부산(5000원), 울산(4000원), 대구(3000원)는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비가 낮았다.

 

이를 근거로 박인숙 집행위원장은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역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을 멀리하고 있는데, 결국 무상급식 실시 여부는 재정의 문제가 아니라 자치단체장 의지의 문제"라며 "당연히 이건희 손자에게도 차별 없이 친환경 무상급식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구희연 대표도 경기도의 변화를 예로 들며 박 집행위원장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교과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9월 전국에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초중고는 총 1812개교였다. 하지만 이 수치는 2010년 3월 2657개교로 늘어나 6개월 만에 무려 845개교로 늘어났다.

 

늘어난 학교를 살펴보면 약 50%가 경기도 소재 학교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경기도의 경우 같은 기간 동안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학교가 84개교에서 460개교로 증가했다. 비율로 따지면 4.1%에서 21.6%로 늘었다.

 

구희연 대표는 "이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강하게 추진한 결과이고, 현재 무상급식은 마치 '나비효과'처럼 전국을 뒤덮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 대표는 "경기도에서 시작된 나비효과는 멈추지 말고 더욱 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옥병 대표의 오세훈 후보 비판은 멈추지 않았다. 배 대표는 "오세훈 후보는 자립형사립고인 하나고교를 위해 세금 651억 원을 들여 은평구 땅을 사줬다"며 "하지만 이 학교 학생의 40%는 강남 아이들이고, 은평구 아이들은 20명도 안 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오 시장은 왜 부자들까지 무상급식을 하냐고 비난한다"고 지적했다.

 

또 배 대표는 "오 후보는 학교준비물, 학교 폭력, 사교육 등 '3무(無)학교'를 만든다는데 학교준비물은 무상으로 하자고 주장하면서 왜 급식은 무상으로 하면 안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2002년 참여, 2007년 개발... 그리고 2010년은 '밥상의 정치'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은 친환경 무상급식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우리 시대의 화두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며 수도권 최대 친환경 농산물 생산지인 팔당지역을 갈아엎고 있다.

 

유영훈 팔당공대위원장은 "지난 1년 동안 유기농을 지키기 위해 버텼는데, 막바지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친환경 무상급식이 대세인데, 정부는 거꾸로 수도권 최대 유기농 지역을 없애려 해 안타깝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 위원장은 "친환경 무상급식은 단지 경제적 효과만이 아니라, 생명을 존중하고 먹을거리를 소중히 여기는 철학이 담긴 운동이기도 하다"며 "무상급식 확산과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의 밑바닥에는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가치관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김흥주 교수 역시 친환경 무상급식 확산에 의미를 부여했다. 김 교수는 "2002년 대선에서는 참여와 세대 정치가,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는 4대강 사업, 뉴타운 등 개발 정치 지형이 만들어졌다"며 "하지만 2010년에는 새로운 '밥상의 정치' '복지의 정치'가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국민 70%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은 기어코 추진하면서도, 국민 70%가 찬성하는 친환경 무상급식은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하고 있다"며 현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이런 제안을 했다.

 

"우리는 2002년 참여의 의미를 확인했고, 2007년과 2008년에는 개발 욕망을 봤다. 이제 2010년 '밥상의 정치, 복지의 정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다시 참여를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미래가 만들어진다."

 

결국, 어떤 미래를 만들어 갈지는 유권자들의 몫이다.


태그:#무상급식, #오세훈, #배옥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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