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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을 미리 축하드립니다."

"(도지사) 시무식 때 뵙겠습니다."

 

19일 김문수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후보에게 쏟아진 말이다. 지지자들은 김 후보의 재선을 확신했다. 김 후보가 모습을 드러낸 곳마다 그의 이름을 연호했고, 김 후보는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손을 치켜들었다.

 

김 후보와 한배를 탄 각 지역의 한나라당 시장·도의원·시의원 후보들은 김 후보와 사진을 찍기 위해 긴 줄을 섰다. 김 후보는 이들에게 "현장은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를 못 믿겠다는 분위기"라며 "제가 (당선) 안 될 리가 있겠느냐"고 화답했다.

 

김 후보는 유시민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더 낮은 곳으로 더 뜨겁게'라는 슬로건대로 말이 아닌 발로 경기도 곳곳을 누벼 유권자를 감동시키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24박 25일 민생투어 12일째를 맞은 이날, 기자는 김 후보와 일정을 함께하며 그의 생각을 좇았다.

 

살 빠진 김문수 "현장은 넓고 깊다, 다 안다고 하면 안돼"

 

이날 김 후보를 만난 건 오전 7시 40분 경기도 의왕시 성나자로마을 성당 앞에서다. 천주교가 운영하는 한센병 환자촌인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낸 그는 오전 6시에 일어나 성당미사를 막 마치고 배식봉사를 하러 가던 참이었다. 

 

"잠을 잘 잤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김 후보는 "어젯밤에는 오랜만에 잘 잤다"며 "그제는 컨테이너로 만든 공장 기숙사에서 잤는데 시끄러워서 잠을 설쳤다"고 밝혔다. "피곤하겠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고 말을 건네자, "하루에 두유팩 2~3개를 먹으면 힘이 나고, 가족들의 응원도 큰 도움이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식당에서 20여 분간 한센병 환자들의 식사를 도왔다. 특히, 김 후보가 식사를 도운 성나자로마을의 최고령 환자인 서금이(103) 할머니가 <아리랑>을 흥얼거리자 주위에서는 "김 후보가 와서 할머니 기분이 좋은 것 같다"며 박수를 쳤다.

 

이곳에서 김 후보는 기자에게 현장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 넓은 경기도는 더욱 더 그렇다"며 "현장에서 보는 것과 올라오는 보고서를 보는 것과는 천지차이"라고 전했다.

 

그는 "4년간 도지사로 재임하면서 현장을 많이 다녔다고 생각했지만 경기도는 넓고 깊다"며 "사람과 현장에 대해 늘 겸허하게 생각해야 한다, 다 안다고 생각하면 벌써 틀린 것"이라고 유 후보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천안함 관련 유시민 생각은 친북·반정부적" 

 

20분간의 아침 배식을 마친 김 후보는 계란찜과 멸치 등이 차려진 아침밥을 앞에 두고 취재진과 마주 앉았다. 김 후보에게 선거 판세를 물었다. 유시민 후보의 상승세가 만만치 않다는 분위기를 전하자,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야권 후보단일화 이후 유 후보의 지지율이 오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지율이 피크(정점)를 찍고 내려가고 있다. 이후 안동섭 민주노동당 후보와의 2차 단일화 효과는 거의 없었다.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와 단일화돼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유 후보를 찍으려면 오른쪽의 민주당 지지자들이 한나라당으로 돌아설 것이다."

 

20~30대 지지율이 유 후보에 크게 뒤지는 것에 대해 김 후보는 "(유 후보에 대한) 젊은이들의 독특한 판단과 정서 때문"이라며 "나도 그런 방식의 삶을 살았으면 젊은 사람들의 표를 많이 얻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직장인들의 경우, 화장실 하나 고쳐주겠다고 하면 예산이 세금이라는 것을 알기에 좋아하고 고마워한다"면서 "하지만 대학생들은 등록금 정책을 내놓아도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도 모르고 반응이 별로 없다"고 답답한 심정을 나타냈다.

 

그에게 오는 6.2 지방선거 2대 변수인 '노풍'과 '북풍'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김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와 도지사를 뽑는 것은 다르다"며 "도민들이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그 후계자를 도지사로 뽑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20일로 예정된 천안함 사고결과 발표를 앞두고 "북한 소행이라는 증거가 없다, 만약 북한 소행이라면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밝힌 유시민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후보는 "유시민 후보의 말은 내가 예전에 가졌던 친북반정부세력의 생각에 뿌리에 둔 것"이라며 "사사건건 모든 것으로 대통령을 공격하고 정부를 반대하면, 국론의 분열만 가져오고 진정한 통일을 이룩하는데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쏟아지는 공약들... "선심성 아니다, 반드시 지킨다"

 

김 후보는 빠듯한 일정 탓에 기자와 오랜 시간 얘기를 나눌 수 없었다. 그는 오전 8시 50분께 다음 목적지인 평택으로 향하는 차량에 올랐다. 김 후보는 차량 안에서 선거 관련 보고를 받고 신문을 읽는 등 개인적인 일정을 소화했다. 점심도 차 안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할 정도의 강행군이었다.

 

이날 김 후보는 평택·안성·이천·용인시의 한나라당 시장후보 선거사무소를 연달아 방문해 바람몰이를 했다. 이동거리만 300km를 넘었다. 선거사무소에서 김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는 각종 단체 관계자들이 그를 둘러싸 악수를 청하고 사진을 찍는 바람에 김 후보는 일정을 시간에 맞춰 진행하기가 어려웠다. 

 

그런 상황에서도 김 후보는 시장후보들과 정책협약서에 서명하고 각종 공약을 쏟아냈다. 이천에서는 대기업 유치, 경기도립의료원 이전 사업 추진 등을 약속했고, 용인에서는 수도권 전철 신분당선과 광역급행철도(GTX) 추진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그는 "선거는 고함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공약을) 꼭 추진하기 위해 시장후보와 정책협약을 맺은 것"이라며 "두 차례 대선에서 패배하고 '딴나라당'이라는 비아냥거림 속에서도 13년 동안이나 존속한 한나라당은 약속을 지키지만, 선거 때마다 이름이 바뀌고 창당된 지 겨우 6개월도 안 된 (국민참여)당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이어 '선심성 공약 쏟아내기'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선거가 어려워서, 표를 더 받으려고 공약을 내놓는 게 아니다"라며 "수많은 예산이 들어가지만 민간재원도 많이 들어간다,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3시 40분, 모든 공식 일정을 마치고 수원시 선거사무소로 돌아가는 차량에 탑승하려던 그의 옷자락을 잡았다. 김 후보에게 고분양가 논란이 된 광교신도시 개발, 막대한 규모의 골프장 건설 승인, 호화 경기도청 이전 등 그의 개발정책에 대한 비판 의견을 전했다. 그는 말했다.

 

"임기 4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를 알기 위해, 골프장 건설 승인 실적만 세고 나머지를 보지 못하면 훌륭한 도지사가 되기 어렵다. 경기도지사의 법정사무가 8500 가지나 된다. 비판하려면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 호화청사 논란이 일었던 경기도청 이전 문제도 도민 뜻에 어긋나지 않게 처리하겠다. 도민들은 누가 경기도 발전을 이끌지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다."


태그:#김문수, #경기도지사 후보,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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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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