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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조전혁 의원과 동료 의원들이 법원 결정에 불복하고 집단적으로 저항하면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한나라당은 적반하장 격으로 법원에 대한 색깔론 공세를 덧붙여 저의가 불순한 사법개혁론의 불쏘시개로 삼는 한편 지방선거에 톡톡히 활용하고 있다.

 

조전혁 의원은 여러 논리를 내세워 법원의 결정에 불복할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법적 타당성을 냉정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조전혁 의원의 주장 가운데 필자가 전공하는 헌법과 관련해서 지적할 부분은 두 가지다. 첫째, 조 의원 등은 법원의 전교조 교원 명단공개 금지결정이 국회의원의 직무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둘째, 조 의원 등의 명단 공개는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것이므로 정당행위라는 것이다.

 

 

[지적①] 교원명단 공개 금지결정이 국회의원 권한 침해?

 

우선 국회의원의 직무를 내세우는 주장에 대해 살펴보자. 국회의원의 직무는 헌법의 명문규정이나 체계적 해석으로부터 도출된다. 국회의원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민의 대표로서 국회를 구성하여 의회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이자 정무직 공무원이다. 따라서 국회의원의 직무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의회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기능이 무엇인지, 국가기관으로서의 지위와 공무원으로서의 지위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는 것이 핵심이다.

 

의회민주주의는 국민 대표기관인 의회에서 국가 정책과 그 실현 방법 및 절차를 법률로 정하고 다른 국가권력이 그 법률에 따라 기능하는지를 통제하는 헌법 원리이다. 이 원리는 헌법의 기본원리인 법치주의와 국민주권의 실현방식인 대의민주주의를 국민대표기관인 의회를 중심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즉, 주권자인 국민을 대표해 국가의 기본정책을 입법의 방식으로 결정하고 그 결정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감독하는 게 국회이고, 이 국회를 구성하는 국가기관이 국회의원이다. 그러므로 국회의원은 의회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입법과정과 국정통제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기본 직무이자 권한으로 삼는다.

 

구체적으로 국회의원은 법안을 발의·심의하고 표결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국회는 다른 국가기관의 구성에 권한을 행사하거나 재정에 관해 발언하고 표결에 참여할 수 있으며, 정부에 질문하거나 국정에 대해 감사하고 조사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기관인 국회의원은 일반 사인(私人)을 대상으로 법을 집행하거나 법적 지위를 변동시킬 수 있는 행위를 할 수는 없다. 앞서 말한 권한을 행사하는데 부수적으로 필요한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사인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할 수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국정감사와 조사 과정에서 사인의 증언을 요구하는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정조사권을 발동하는 직무수행도 그 사인이 헌법상 보장받고 있는 기본권을 침해하면 안 된다.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거나 노조에 가입하고 활동할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조사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는 국정감사 및 조사가 개인의 사생활 등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명단공개, 노회찬과 조전혁의 차이

 

한편, 국회의원은 대정부 질문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공무상 알게 된 정보를 공개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노회찬 전 의원이 의원 재직 시 상임위 회의 전 보도 자료를 통해 소위 안기부 X파일 관련 떡값 수수 의혹이 있는 검사 명단을 공개한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직무 권한에 속하는 행위가 아니다. 노회찬 전 의원 사건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가기관인 국회의원의 직무권한을 법원이 침해했다고 항의하는 것을 보지 못한 것처럼 이번 조전혁 의원 사건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떼 지어 법원을 폄훼하는 것은 국민을 선동하는 지극히 정략적 술수에 불과하다.

 

정리하자면 이번 사안의 경우처럼 사법상의 단체인 노동조합의 조합원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국가기관'인 국회의원의 권한에 속하는 기본 직무가 아니다. 만약 그런 공개가 필요하다면 입법절차를 통해 법률을 제정하고 그 법에 근거해 행정기관(예를 들어 교과부 혹은 해당학교)이 명단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직무수행의 방법일 수 있다.

 

특히 교육관련 정보 공개에 관한 근거 법률인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이 노조 등에 가입한 교원의 명단 공개가 아니라 가입자 수만 공시하도록 한 것을 고려할 때 명단공개는 법률상 허용되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한다. 사실, 이번 조 의원이 명단을 입수한 것도 그 수의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공받은 것이다. 특례법 제8조 제2항은 교육관련 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그 본래의 목적 외에 이를 누설하거나 부정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으므로 교원 수의 적정성을 조사하기 위한 범위를 넘어서 취득한 명단을 무단으로 공개하는 행위는 불법이며, 불법인 행위를 국가기관의 권한이나 직무로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조전혁 의원 등의 교원노조 명단공개는 국가기관이 권한상의 직무를 실행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그 행위로부터 발생하는 사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민사소송과 그에 수반되는 가처분 결정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

 

[지적②]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한 국회의원 직무?

 

국회의원은 국가기관이자 동시에 공무원의 지위를 가진다. 공무원은 국가기관의 여러 직무를 담당하도록 국가에 의하여 고용된 자다. 국회의원은 다른 공무원과 달리 개인 자신이 국가기관의 지위를 가진다는 점에서 특수하다. 또한 국회의원은 선거를 통해 주권자 국민에 의해 선출되어 국민대표자로서 정치활동을 하는 것을 주요한 직무로 하는 정무직 공무원이라는 점에서 신분보장과 정치적 중립을 요구받는 직업공무원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국회의원의 활동범위는 국가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 권한과 연계된 직무범위보다 더 넓을 수 있다.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국가기관이 아닌 일반 국민과 마찬가지의 기본권 주체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정당의 소속원으로서 정당의 당내민주주의가 요청하는 바에 따라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고 정치적 여론을 형성하기 위하여 다양한 정치활동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회적 현안인 교육의 발전에 대한 특정한 성향을 가지고 교원의 노동운동이나 단체활동에 대해 특별한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무직 공무원의 활동범위가 넓다고 하더라도 헌법과 법률이 정한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다.

 

조전혁 의원은 전교조 명단공개를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국회의원의 직무범위에 속하는 것이니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앞서 국가기관으로서의 직무범위에 홈페이지를 통한 노조원의 명단공개가 포함되지 아니함을 논증한 바 있거니와 정무직 공무원으로서의 국회의원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민을 대표해서 정치적 행위를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로부터 발생하는 법적 분쟁에 대한 책임여부는 사법권의 심사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에 관한 헌법규정이 바로 헌법 제45조 면책특권에 관한 조항이다.

 

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반대해석은 면책특권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행위가 민사상 불법행위나 형사상 범죄를 구성하는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면책특권의 대상이 되는 국회의원은 국가기관으로서의 권한행사에 수반하는 직무상의 행위와 그에 부수하는 행위라고 할 것인 바 그 이외의 국회의원의 행위는 사인의 행위와 다르지 아니하므로 일반 국민과  마찬가지의 지위에서 동등한 법적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

 

이상에서 보듯이 헌법적 타당성을 결여한 조전혁 의원 등 한나라당의원들의 법원 판결 불복행위는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 이런 행위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대한민국의 민주공화국으로서의 위상을 손상시키는 행위의 연장선에 있다. 이런 반 헌법적 탈법을 백주대낮에 감행하는 정당과 그 대표자들을 어떻게 심판할 것인지 헌법의 최종적 수호자인 국민의 진지한 성찰과 실천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종철은 연세대학교 헌법학 교수입니다.


태그:#교원명단 공개, #전교조, #조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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