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17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전국사제단 단식기도회'를 열고 이날부터 단식에 돌입했다. 기도회 참석자들이 '4대강 사업 멈춰' '6월 2일 투표 참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17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전국사제단 단식기도회'를 열고 이날부터 단식에 돌입했다. 기도회 참석자들이 '4대강 사업 멈춰' '6월 2일 투표 참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우리는 오늘 아름다운 강어귀 곳곳에서 몽둥이로 시민들의 머리를 깨고 대검으로 가슴을 찔러대던 '화려한 휴가'보다 훨씬 더 끔찍한 재앙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마치 그날의 계엄군들이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으로 재무장하고 돌아오기라도 한 듯 섬뜩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민주화 운동의 성지'인 서울 명동성당에서 23년 만에 시국미사가 열린 지 3일 뒤인 지난 13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전국사제단식기도회'를 제안하는 글을 올렸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우리를 도와주십시오' 하고 외치던 어느 여학생의 절규를 떠올리며 전국의 모든 신부님들에게 호소한다"고도 했다.

17일 오후 명동성당 들머리계단에 몰려든 전국의 사제들은 "강도, 사람도 다 죽습니다"라고 절규하며 곡기를 끊고 단식에 돌입했다. 울타리처럼 늘어선 경찰들 건너편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거리선동을 중단하고 성당으로 돌아가라"고 비아냥거렸지만, 이들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17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전국사제단 단식기도회'를 열고 이날부터 단식에 돌입했다. 기도회 참석자들이 '4대강 사업 멈춰' '6월 2일 투표 참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17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전국사제단 단식기도회'를 열고 이날부터 단식에 돌입했다. 기도회 참석자들이 '4대강 사업 멈춰' '6월 2일 투표 참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17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전국사제단 단식기도회'를 열고 이날부터 단식에 돌입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17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전국사제단 단식기도회'를 열고 이날부터 단식에 돌입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17일부터 매일 오후 3시 단식기도회 열기로

이날 오후 3시 명동성당 들머리계단에서 개최된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전국사제단식기도회'에는 300여 명의 사제와 수녀, 신도들이 참석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인 전종훈 신부는 이날 미사에서 "사제단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국민들이 4대강 공사를 반대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속도전으로 맞서고 있다"며 "시계가 거꾸로 돌아 정권 쟁탈을 위해 전국에 계엄령을 내렸던 30년 전 오늘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제단이)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우리의 작은 몸짓이 모든 생명체가 함께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국 신부는 강론에서 "주교들의 간곡한 바람을 (정부는) 헛소리로 답하고 있으니 밥맛이 없고, 4대강에서 죽어가는 순결 무고한 피조물들의 살려달라는 비명소리를 들으니 밥맛이 없다"며 "왜 우리의 마음이 이렇게 악하고 잔인하게 됐는지 반성하고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재앙이 현실화되고 있지만 아직은 희망이 있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하면 대한민국은 다시 '사람의 길'로 돌아올 것"이라며 "모든 분들이 동참할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4대강을 위한 기도문'도 낭독됐다.

"지금 온 나라 곳곳에서 강과 자연이 파괴되어 숱한 생명이 죽어가고 있다. 욕심이 죄를 낳고 죄가 죽음을 낳는다는 성경 말씀처럼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개발세력에게서 엄청난 탐욕과 교만과 죄악을 본다. 저들이 국민과 하느님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아름다운 산하와 생명을 파괴하는 일을 멈추게 하소서."

같은 시각, 라이트코리아·국민통합선진화행동본부 등 극우성향의 뉴라이트 단체 회원 40여 명은 사제들과 불과 20여 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도로 건너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방선거 기간 중에 사사건건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면서 정치선동과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종교인의 본분을 망각한 행위"라며 "천주교 사제들은 거리선동을 중단하고 성당으로 돌아가라"고 주장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17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전국사제단 단식기도회'를 열고 이날부터 단식에 돌입한 가운데, 라이트코리아, 망치부대북파동지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명동성당 앞에서 "사제단이 거리선동에 치중한 정치집회를 하고 있다"며 규탄집회를 열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17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전국사제단 단식기도회'를 열고 이날부터 단식에 돌입한 가운데, 라이트코리아, 망치부대북파동지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명동성당 앞에서 "사제단이 거리선동에 치중한 정치집회를 하고 있다"며 규탄집회를 열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명동성당 앞 인도에 모인 라이트코리아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4대강 사업 반대 천주교사제단 단식기도회장을 향해 확성기를 동원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명동성당 앞 인도에 모인 라이트코리아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4대강 사업 반대 천주교사제단 단식기도회장을 향해 확성기를 동원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이들은 또 "4대강 사업은 생태습지와 녹지벨트 조성, 홍수·가뭄 등의 재해 예방, 기후변화에 대비한 수량 확보를 위한 치수 사업으로 종교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이날 미사가 끝난 뒤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성직자와 평신도들은 성당 입구에 계속 남아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이날부터 매일 오후 3시 4대강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미사를 열 계획이다.

이러다가 강도 사람도 다 죽습니다!"
[전문]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전국사제단식기도회' 제안서
전국의 신부님,
수녀님들과 수사님,
그리고 모든 교우님에게 다급한 심정으로 이 글을 드립니다.

얼마 전 주교님들에게 4대강사업의 진실을 알려드렸던 토목학 전문가의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이 소위 '4대강 살리기'의 전모와 실상을 알고는 하나같이 몸서리를 쳤습니다. 이러다가 "강도 사람도 다 죽게 되었구나!"하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습니다. 자연 파괴로 말미암아 벌어질 재앙도 무서웠지만 어째서 우리 시대의 인간성이 이토록 잔인하고 끔찍해졌는지 그게 먼저 무서웠습니다.

며칠 후 우리는 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을 맞게 됩니다. 80년 빛고을에서 저 무서운 학살극이 벌어지던 날도 요즘처럼 푸르고 맑은 성모성월의 화창한 봄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 아름다운 강어귀 곳곳에서 몽둥이로 시민들의 머리를 깨고 대검으로 가슴을 찔러대던 '화려한 휴가'보다 훨씬 더 끔찍한 재앙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마치 그날의 계엄군들이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으로 재무장하고 돌아오기라도 한 듯 섬뜩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1980년 5월 19일, 금남로 가톨릭센터 6층 집무실에서 계엄군들의 잔악하고 무자비한 탄압행위를 목격한 윤공희 대주교님이 발만 동동 굴렀을 뿐 뛰어 내려가지 못했던 그날의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고백하신 적이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잠 못 이루고 노심초사하실 줄 믿습니다만 이런 현실을 우리가 그냥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지, 신앙과 양심에 따라 해야 할 일은 도대체 무엇인지, 더욱 근원적으로는 교회가 무엇이고 사제는 누구인지 거듭해서 묻게 됩니다.

재앙의 전조들이 서서히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4대강을 살릴 희망은 남아있습니다. 교회가 먼저 하느님께 속죄하고 세상의 모든 영혼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한다면 대한민국이 돈의 마법과 주술로부터 벗어나 사람의 길, 생명의 길을 되찾게 될지 모릅니다. 아니 그렇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우리를 도와주십시오"하고 외치던 어느 여학생의 절규를 떠올리며 전국의 모든 신부님들에게 호소합니다. 다음과 같이 명동성당에서 전국사제단식기도회가 시작됩니다. 부디 많은 신부님들의 동참을 기다립니다. 작년에 용산을 찾아와 주신 그 정성 그대로 달려와 주십시오. 하루라도 좋고 한 시간이라도 좋습니다. 작년 우리의 줄기찬 기도로 참사의 상처가 그나마 아물었듯이 이번 우리의 기도 역시 찢겨 죽어가는 불쌍한 생명들에게 구원의 손길이 될 것입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수도자, 교우 여러분의 기도와 환한 미소는 곡기를 끊는 사제들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저희와 함께 하여주십시오. 명동성당에서 기다리겠습니다.

2010. 5.13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17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전국사제단 단식기도회'를 열고 이날부터 단식에 돌입했다. 기도회가 열리는 동안 명동성당 앞에서 라이트코리아, 망치부대북파동지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사제단이 거리선동에 치중한 정치집회를 하고 있다"며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17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전국사제단 단식기도회'를 열고 이날부터 단식에 돌입했다. 기도회가 열리는 동안 명동성당 앞에서 라이트코리아, 망치부대북파동지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사제단이 거리선동에 치중한 정치집회를 하고 있다"며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기도회 참석자들이 '4대강 사업 멈춰' '6월 2일 투표 참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기도회 참석자들이 '4대강 사업 멈춰' '6월 2일 투표 참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기도회 참석자들이 '4대강 사업 멈춰' '6월 2일 투표 참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기도회 참석자들이 '4대강 사업 멈춰' '6월 2일 투표 참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태그:#4대강,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명동성당, #5.18 민중항쟁,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전국사제단식기도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