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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류사에서 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대단할 것이다. 그 책의 역사를 돌이켜보는 것은 실로 아득한 작업이 될 것이며 그것은 나의 몫이 아니다. 다만 우리 인류사의 변곡점마다 지성이 중요한 부분을 담당해왔다는 점만큼은 먼저 밝혀두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 지성이 잘 조화된 구성물이 책이라는 사실도 밝혀두고 싶다.

 

'왜 다시 책인가'라는 물음은 별반 소득이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도 모를 만큼 오랫동안 그리고 매우 자주 책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교육받아왔기 때문이다. 또 부모들이 그러했듯 우리도 자식들에게 같은 방식으로 독서의 중요성을 교육하고 싶을 것이다. 아마도 오늘 아침 식탁에 마주 앉아 독서에 대해 열변을 토한 부모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한 가지 아이러니한 사실은 책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우면서도 '어떻게 책과 가까워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쩌면 부모들조차도 그 방법에 대해 거의 아는 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김명하 씨의 <우리동네 어린이도서관 101% 활용법>이라는 책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는 저술이라 여겨진다. 이 책은 영유아들을 도서관으로 이끄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영재교육, 당신의 아이에게도 필요할까?

 

"유아를 대상으로 한 영재교육은 영재성이 있는 아동, 잠재성이 있는 아동을 위한 교육이기보다는, 경제적 여력이 있는 가정의 아동, 조기 교육을 통해 다음 단계 학습으로 넘어갈 수 있는 아동을 위한 상업적 엘리트 교육이 되기가 쉬웠습니다. 자신의 아이를 영재로 착각하는 부유한 부모와 그들에게 뒤질세라 자신의 아이만큼은 빚을 내서라도 제대로 키우겠다는 중산층 부모의 불안이 포개진, 교육을 위한 교육, 가치를 잃은 교육이기 쉬웠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25쪽)

 

저자는 어느 기관에서 영재 교육에 관한 연구를 담당한 적이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영재 교육에 관여한 경험에 이어 그 한계에 대해 솔직하게 실토한다. 아마도 그러한 한계에 대한 인식이 이 책을 쓰게 만든 계기였을 것이다. 이 땅의 아이들을 유심히 살펴보자. 그들은 정말 모두가 영재일까? 그들 모두에게 정말 그렇게 많은 사교육이 필요할까?

 

저자는 자신이 직접 깨달은 우리 교육에 대한 한계를 발판으로 도서관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이 책을 썼다. 하지만 자신이 달려간 것처럼 무작정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으로 갈 것만을 주장하고 있는 책은 아니다. 이 책은 순전히 노동의 결과물이라 칭찬해야 할 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책이라고 여겨진다. 수많은 도서관을 직접 탐방하고 어린이도서관의 사서, 자원 활동가, 혹은 부모들과 나눈 이야기들을 싣고 있다.

 

어린이도서관에 대한 친절한 소개와 활용법

 

이 책에서 크게 다루고 있는 내용은 두 가지라 생각한다. 어린이 도서관이란 어떤 곳인가 하는 주제가 그 중 하나이고, 그 곳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또 하나이다. 다시 말해, 어린이 도서관에 대한 소개와 그곳을 제대로 활용할 방법에 대해 상세히 밝히고 있다는 뜻이다. 과연 아이들이 도서관과 친숙할 수 있을까?

 

"도서관 아이들의 놀이 속에는 책 읽어주기라는 새로운 놀이가 빠지지 않습니다. 오늘은 8살 옥주가 관장님이 되어 도서관 친구들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내일은 6살 재웅이가 자원활동가가 되어 언니 오빠들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합니다." (94쪽)

 

사실 독자의 입장에서 이 책이 조금 흥미롭게 다가왔던 이유는 어린이 도서관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최근 붐이 일었던 터라 그 존재는 알았지만 어린이 도서관에 방문해본 적조차 없었기 때문에 그저 어린이들이 갈 수 있는 도서관이라는 생각만 했었다(생각 한 편에서는 아이들이 오니 시끄러울 것 같다는 우스운 생각도 했다).

 

이 책은 어린이도서관에 친숙한 독자나 그렇지 못한 독자들 모두에게 실용적인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도서관이 실제 어떻게 운영되고 있고, 또 그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각 지역에 위치한 크고 작은 도서관에 대한 정보가 수록되어 있음은 물론이고, 어린이도서관에서 접할 수 있는 상설 문화행사도 소개하고 있다.

 

어린이도서관에 대해 말하지만 부모를 위한 책

 

이 책은 분명 어린이도서관에 대한 유용할 활용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장점만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꼭 단점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어린이 도서관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결국 이 책의 잠재적인 독자는 부모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 책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이 책을 읽고 부모가 다시 아이를 재교육해야 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주어진다는 뜻이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펴볼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을 만드는 것은 어려웠던 탓일까.

 

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바는 저자의 꼼꼼한 성격 탓이겠지만 160여 개에 달하는 주석(각주)들이 책을 딱딱하게 만들고 교양서인지 전문서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주석들이 신문기사나 자료집 등의 출처를 밝히기 위한 것인데 과연 그 많은 주석들이 꼭 필요했는지도 조금 의문이며, 각주의 방식이 아닌 미주(尾註)의 방식을 취했으면 더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이들에게 책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책과 친하게 만들기는 어렵다.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히기 위해서는 일단 책과 가까워지는 방법도 주효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명하 씨의 이 책 <우리동네 어린이도서관 101% 활용법>은 활용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여전히 아이들은 우리의 희망이다. 그리고 그들을 도서관에 데려가야 할 이유는 바로 그들이 희망이기 때문이다.


우리동네 어린이도서관 101% 활용법

김명하 지음, 마이클럽닷컴 기획, 봄날(2010)


태그:#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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