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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7월 13일~14일 실시되는 전국 일제고사는 이제 3년차입니다. 08년 전국 일제고사는 '임실의 기적'으로 09년 전국 일제고사는 '양구와 옥천의 기적'으로 언론에 알려졌습니다. 2010년 전국 일제고사는 어떤 기적을 낳을까 궁금합니다.

 

2010년 전국일제고사 대비 강원의 비책이 명확해졌습니다. 현재까지의 분위기로 봐서는 작년처럼, 무지하게 들들볶는 일일보고체제 같은 것이 가동되지는 않을 듯합니다. 대신 '글로벌 스탠다드'를 추구하는 것으로 기조가 설정되었다고 추측됩니다.

 

지난주 특수교육 관련 공문이 2개나 내려왔습니다. 먼저 온 공문에는 '성적부진학생을 학습장애로 판정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되어 있고, 나중에 온 공문에는 '특수교육대상학생들에게 적당한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 기회를 보장하도록 만전을 기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어디까지나 공문에 그런 내용이 적혀 있다는 것이지 그것이 공문의 핵심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학생장애로 선정하기 위해서는 엄격하게 네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핀란드는 17%의 학생이 특수교육 대상자입니다. 이러한 '국제적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라는 것이 행간에 놓여 있습니다.

 

첫 번째 조건은 "동 학년 하위 15-20%에 해당하는 자"이어야 합니다. 이들을 학습장애 선별과 중재 대상으로 삼아 엄격하게 판별하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 조건은 "지능의 평균이 75이상에 해당하는 자"이어야 합니다.

 

세 번째 조건은 "동 학년 수준의 평균으로부터 최소 -2표준편차(또는 2학년) 이하의 학력 수준을 가진 자"이어야 합니다.

 

네 번째 조건은 "외적 요인으로 학업에 집중하지 못할만큼의 뚜렷한 이유가 있는 경우"는 제외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나중에 온 공문에는 일제고사 평가 의무시행 제외자는 엄격하게 구성된 '개별화교육지원팀'('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2조에 근거한 조직)에서 엄정하게 판단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기준은 평가대상 5개 교과(고등학교는 3개 교과) 중 1개 교과라도 해당학년의 국민공통 기본교육과정으로 수업(이수)이 어려운 자와 해당학년의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이 아닌 '하위학년의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이나 '기본교육과정'을 통해서만 수업(이수)이 가능한 자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강원 전체에서 '기초학력 미달자 Zero'의 계획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강원의 기적'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다른 시도교육청도 강원도교육청의 모범을 따라 2010년 일제고사에서는 '대한민국의 기적'을 이루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식하게 초등학생을 야간자율학습 시키고, 주말도 없이 등교시키고, 문제집이나 푸는 그런 시대에 뒤떨어지는 짓거리는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다 대한민국의 학생 아닙니까? 미리미리 기초학력 부진에 걸린 아이들을 학습장애아로 선정하여 개별화교육, 질 높은 교육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어느 교육청이 더 잘했다, 더 못했다 이런 건 대한민국을 기준으로 보지 못하는 소인배의 시각일 뿐입니다. 세계화시대에 지역 교육청, 우리 학교 이런 기준으로 교육을 바라봐서는 정말 미래가 어두울 뿐입니다.

 

세계적 수준의 특수교육, 단 한 명도 낙오자가 없는 교육은 동일한 동전의 양면일 뿐입니다. 이제 기초학력 미달자가 나오는 교육청은 특별 감사를 통해 미리 학생장애아로 선정하여 교육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하여간 강원도교육청은 국제적 수준의 기초학력 미달자 Zero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혹시 아직도 쉬는 시간 5분으로 줄이고 점심시간 30분으로 줄이며 일제고사 대비 일제고사나 실시하는 구시대의 작태를 2010년 일제고사 비책이라고 단위 학교에 제시하고 있는 교육청이 있다면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국제적 기준을 따를 것을, 개별화 교육을 위한 학습장애아 파악을 위해 노력할 것을, 진지하게 고민해주십시오.

 

선생님은 아이 지도에 몰입해야 합니다. 이런 편지를 쓰는 일이 없도록 교육청에서는 예방적인 행정 지원을 하셔야 합니다. 충북의 S선생님이 쓰신 학부모 편지 내용을 싣습니다.

 

올해 들어 월말평가가 시작되고, 결과를 개별통지 하였습니다. 월말고사를 보고, 개별통지를 받으시면서 어떤 마음이 드시고, 어떤 생각들을 하셨는지요?

 

아이의 성적을 확인할 수 있어 좋다는 의견도 있을 듯하고, 시험이 너무 잦은 게 아닌가 걱정하시는 분도 계실 것 같고, 학원을 뭘 더 해야 하나 고민하시는 분도 계실 듯합니다.

 

저는 월말고사와 같은 일제고사가 교육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고민 끝에 저의 문제의식들을 부모님들과 공유하고자 문제점들을 몇 가지 정리해보았습니다.

 

첫째, 시험성적에 따른 경쟁구조는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듭니다.

 

시험을 자주 보는 것이 성적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아이들은 "부담감 때문에 공부를 제대로 못한다. 스트레스가 많아져요."라고 합니다. 이것은 당장 나타나는 부작용이고, 이보다 훨씬 심각한 부작용은 경쟁이 내면화되어 비인간적 모습을 나타내게 되는 것입니다.

 

친구가 못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고, 반칙의 유혹을 받게 됩니다. 또 학습목표 달성보다는 등수나 점수에만 관심을 갖게 됩니다. 이럴 경우 문제를 왜 틀렸는지 확인하고 정확히 알기 위한 노력보다는 점수나 등수 자체에 매몰되기 때문에 목표 달성에 어려움이 따릅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잘 하는 아이들은 폭넓고 깊이 있는 탐구의 길로 가기 보다는 등수에 연연하게 되고, 못하는 아이들은 열등감에 시달리거나 학업을 아예 포기하게 됩니다. 담임으로서 포기하고, 무기력해져 있는 아이들을 보는 것은 무척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경쟁학습구조는 '20세기 최악의 교육발명품'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입니다.

 

둘째, 서로 협력하며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어렵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경쟁보다 협력해야 하는 일이 훨씬 많습니다. 저는 서로 도우며 즐겁게 배우려면 아이들 사이의 관계가 안전하고 평화로워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학교 폭력 없는 평화로운 반에 대한 목표를 제시했고, 긴 시간이 걸리긴 하였지만 아이들 관계 속에 평화와 안정이 자리 잡아 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서로가 가진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고 서로 협력하며 배우는 관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각자가 가진 자원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고, 학습에 있어 협력하는 풍토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매월 치루는 월말고사에서 학년평균과 비교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서열을 확인하고 경쟁관계를 부추기게 됩니다. 이는 평화와 우정을 나누며,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고자 하는 저의 교육방침과 함께 가기 어려운 것입니다. 

 

셋째, 교육활동을 충실히 할 수 없게 합니다.

 

월말평가로 인해 가르치고 배우는 시간을 빼앗기고, 진도에 쫓겨 충실한 학습 과정을 만들지 못하게 합니다. 2009년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1위를 한 옥천의 경우, 잦은 시험과 문제풀이식 수업으로 충실한 교육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실험을 한 차례도 안 한 경우도 있어 학부모들의 원성을 샀다는 기사도 보았습니다.

 

넷째, 교육과정의 기본 정신에 어긋납니다.

 

월말평가를 치르고, 학년평균과 비교하여 통지하는 것은 교육과정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국가수준 교육과정을 기본 근간으로 하여 지역수준, 학교수준, 학급수준 교육과정을 편성, 운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7차 교육과정과 충청북도 초등 교육과정 편성․운영 지침에서 "가. 평가는 모든 학생들이 교육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교육의 과정으로 실시한다."고 하며 "사. 교과 활동 평가는 학생의 활동 상황과 특징, 진보의 정도 등을 파악하여, 그 결과를 서술적으로 기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로 되어 있습니다.

 

이 외에도 각 교과별로 평가 지침이 제시되어 있는데, 다양한 평가 도구와 방법을 활용하여 교과의 특성에 맞게 결과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기능과 태도를 과정에서 평가하여 서술적으로 기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 평가 결과는 철저하게 학습자의 성취 수준과 발달 정도를 판단하고, 교수․학습 방법, 교수․학습 자료, 평가 도구를 개선하는데 활용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에 따라 수행평가를 기본 평가로 하여, 그 결과를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시행되는 월말평가나 중간, 기말 평가와 같은 것은 그러한 본질적인 기능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이러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학교 뿐 아니라 충북의 많은 학교에서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 때문입니다.

 

2002년도에 3학년을 대상으로 한 기초학력 진단평가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 당시 교육부는 "기초학력 부진학생 판별과 지도를 위해 국가 차원의 일괄적인 평가도구 및 판정기준을 적용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홍보하며, 전국 차원에서 도별 10%의 학교를 표집하여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시행했습니다. 그 때도 많은 교사들은 일제고사가 가져올 문제들을 예견하고 반대하는 운동이 있었지만, 강행되었고, 점차 전국 단위 일제고사로 정착되어 왔습니다.

 

그러다가 2008년에는 6학년을 대상으로 전국단위 학업성취도 평가를 시행했습니다. 애초에는 학업성취 기준에 도달했는지, 못했는지 파악하고 도달하지 않은 학생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하기 위함이라고 했지만, 그와 무관하게 전국 차원에서 도별, 시군별, 학교별 순위를 공개하였습니다.

 

2008년 6학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충북이 전국 꼴찌라고 하면서 2009년에는 충북의 많은 학교에서 6학년을 대상으로 야간보충수업, 여름방학 보충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 그 결과 전국 꼴찌에서 전국 1등이 되었고, 올해는 7교시 보충수업이 당연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야간에도 공부하는 학교가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것은 중학교 입학시험이 사라지고 처음 부활한 일들이라고 합니다.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일제고사가 계속된다면 학생들은 끝없는 성적 스트레스에 빠지고, 교사들은 점수를 올리기 위한 문제풀이식 암기 수업에 내몰리게 되며,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에 허리가 휘고, 학교에서는 성적 올리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온갖 성적 조작과 같은 비리가 만연하게 될 것입니다. 실은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보다 먼저 일제고사(전국 학력평가시험 SATs)를 실시했던 영국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으며, 이런 문제로 인해 올해는 영국의 교장 선생님들이 이 시험을 안 보겠다고 선언을 하였다고 합니다.

 

정말 학력이 낮은 것이 문제일까요?

 

국제 학력평가에서 학력이 제일 높은 나라는 핀란드입니다. 우리나라는 2위입니다. 따라서 국제적으로 비교해 봐도 학력이 낮은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력을 높이는 것이 문제라면 더 잘하는 핀란드와 비교해보고 부족한 것을 보충해야 할 것입니다.

 

공부하는 시간에 있어 핀란드는 아주 적고, 우리는 아주 많습니다. 핀란드는 공부하고자 하는 의욕이나 창의성은 높게 나오고, 우리나라는 매우 낮게 나옵니다.

 

이러한 결과만 놓고 보아도,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시험 문제 하나를 더 풀게 하는 것보다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왜 이런 차이가 생긴 것일까요? 학습을 보는 기본 입장의 차이 때문입니다.

 

핀란드에서는 학습을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탐구하고 구성하는 주체적인 활동으로 '누구나 인생에 필요한 지식을 스스로 구하고 지식을 구성해가는 활동'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핀란드에서는 교사나 부모가 늘 학습하는 문화 속에 있습니다. 수업은 교사와 아이가 서로 가르치며 배우는 관계이며, 가족 내에서도 독서하는 풍토가 자리 잡혀 있습니다.

 

마을마다 도서관이 있고, 저녁때는 도서관을 중심으로 독서토론 모임이 벌어지고, 작가와의 대화와 토론을 벌어집니다. 즉, 학생 때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늘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지요. 이러한 문화 기반 속에 있는 아이들이 어찌 배움에 대한 동기가 없겠습니까? 배우지 않는 것이 이상한 것이지요.

 

지금까지 월말평가에 대한 제 고민을 늘어놓다보니 길어졌습니다.

 

한편으로는 월말평가가 아니면 평가를 어떻게 하느냐는 의문이 드실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평가는 수행평가를 기본으로 하며, 지금도 수시로 활동 상황과 참여 정도와 태도에 대한 것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필요에 따라 단원을 마칠 때 단원평가를 하여 학습한 것을 되도록 이해하고 다음 학습으로 이행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학력이 궁금하실 경우, 개별적으로 학습태도와 학교생활에 대해 자세하게 상담해드릴 수 있겠습니다.

 

부모님 중에는 저와 비슷한 의견을 가지신 분도 계실 테고, 다른 생각을 가진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교사와 부모가 같은 입장에서 함께 협력하며 교육할 때 가장 좋은 효과를 낼 수 있기에 월말평가에 대한 부모님들의 의견을 듣고 함께 토론하고 싶습니다. 저와 같은 의견이든, 반대되는 의견이든 월말평가에 대한 부모님들의 허심탄회한 의견을 회신해주시면 그것을 바탕으로 함께 토론하며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보았으면 합니다. 바쁘신 중에 긴 편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꼭 회신을 부탁드립니다.

 

2010년 4월 21일


태그:#학부모 편지, #일제고사, #학습장애, #월말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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