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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후보를 반대하는 행보를 계속하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오세훈 시장 낙선운동을 전개하겠습니다!"

 

국방장관을 지낸 이상훈 애국단체총협의회 대표는 단호하게 말했다. 목소리 톤도 높이 올라갔다. 12일 오전 서울 용산 이원희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자리에서였다. 현장에 있던 보수단체 관계자 및 이 후보 지지자 100여 명은 큰 박수로 동의를 표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앞둔 보수진영의 분열이 심상치 않다. 후보자들끼리 서로 고소·고발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는가 하면, 일부 후보는 "교육감 선거에 개입하지 말라"고 정부와 여당에게도 노골적으로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이원희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와 '반전교조' 기치로 보수진영 서울시교육감 단일후보 선출을 추진했던 '바른교육국민연합(바교련)'이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 후보는 바교련 경선을 통해 지난 6일 단일후보로 결정됐다.

 

교육감 선거 앞두고 분열하는 보수... "오세훈 낙선운동 하겠다"

 

양쪽이 공동 기자회견을 연 이유는 '반전교조 단일후보 이원희'의 지위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바교련 경선과정에서 권영준·이상진·이경복 후보가 이탈했다. 이들은 경선이 불공정하게 진행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경선에 참여해 각각 2위, 4위를 차지한 김호성·김성동 후보는 경선 불복을 선언했다. 뿐만 아니라 김영숙·남승희 후보는 경선 자체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반쪽도 아닌 코미디 경선"이라는 지적과 함께 "이원희 후보를 진정한 보수 단일후보로 봐야 하느냐"는 논란이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이 후보와 바교련의 고민은 이것만이 아니다. 정부와 여당이 김영숙 예비후보를 지지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정치권의 선거개입 논란이 불거졌다.

 

여기에 오세훈 서울시장 예비후보와 김영숙 후보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5일 김 후보와 오 후보는 어린이대공원에서 만났다. 둘은 "우연한 만남이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흘러나오는 양쪽의 연대설은 막지 못했다. 여기에 김 후보가 11일 오세훈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나란히 사진까지 찍어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이와 관련 이원희 후보를 지지하는 이상훈 대표는 "조만간 오 시장을 찾아가 왜 어떤 뜻으로 김 후보를 만났는지 알아보고 담판을 지을 것"이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또 이원희 후보 측도 "정당의 영향력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영향을 미치거나 개입하는 사례가 없도록 엄중히 항의하고 필요하면 법적 조치도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이 후보와 바교련이 '발끈'하고 나서는 건 '김영숙-한나라당 연대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김 후보는 출마기자회견 보도자료에 "한나라당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이라고 적시했다. 또 4월 18일 열린 김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는 강승규·공성진·구상찬·권영세·권영진·김성식·김용태·박영아·윤석용·홍정욱·홍준표 등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대거 참석하기도 했다.

 

세 불리는 김영숙 - 다급해지는 이원희... 다른 후보들도 출마할 듯

 

이 때문에 이원희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육감 후보가 정치권의 꽁무니 따라 다니는 시녀가 되면 안 된다"고 직설적으로 김영숙 후보를 비난하며 경계했다.

 

이어 이 후보는 "교육이 정치에 휘둘리는 것을 끝장내야 한다"며 "나는 정치권에 질질 끌려 다니지 않고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이 후보가 '김영숙-정부·여당'을 싸잡아 비난했지만, 이 후보의 속을 불편하게 하는 일은 12일에도 벌어졌다. 바교련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한 김호성 후보가 자신이 아닌 김영숙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김영숙 후보는 다른 후보들도 계속 접촉하며 세 불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후보가 세를 키울수록, 또 다른 보수후보들이 독자출마를 결심할수록, 이원희 후보와 바교련의 지위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바교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회주의적인 사람들이 우리의 반전교조 후보 단일화에 대해 '편을 갈라 국민을 분열시키는 행동'이라고 비난하고 있다"며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단일화 과정에서 이탈한 후보들이 스스로 사퇴하도록 가용한 모든 역량을 동원하고, 필요시 낙선운동도 전개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또 바교련은 "경선 과정에서 이탈하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권영준 후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며 "이상진·이경복 후보에 대해서도 고소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영준 후보는 지난 3일 경선 불참을 선언하며 "경선을 관리하는 바교련이 규칙을 수시로 바꾸며 불신을 자초했고, 사실상 경선을 관리할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교육감 선거는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보수진영은 점점 분열하고 있다. 통합의 방정식도 쉽지가 않다. '반전교조' 구도는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핵심 전략이다. 이원희 후보도 '반전교조'를 적극 내세우고 있다. 김영숙 후보는 이런 구도에 미온적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김영숙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여러 후보들은 선거 완주를 다짐하고 있다.

 

정말로 보수후보들끼리 낙선운동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태그:#교육감선거, #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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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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