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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로 세상이 시끄러운 요즘이다. 곳곳에서는 명함을 뿌리고 있고 이제 곧 방송차들도 등장하고 거리마다 요란한 유세가 펼쳐질 기세다. 늦게 찾아온 봄 날씨에 시끌벅적한 지방선거.

하지만 지금의 대학은 이보다 더 시끄럽고 또 고통스럽다. 대학과 세상은 학생들에게 무리한 등록금을 지우고, 말도 안 되는 구조조정을 받아들이라고 한다. 비리로 점철된 사람을 학교 제일 윗사람으로 인정하라고 한다. 학생들은 반대한다고 이야기하고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지만, 일방적인 결정과 통보를 반복할 뿐 대학은 학생들의 말에 코웃음을 치고 있다. 그러고는 또 등록금을 더 내놓으라 한다.

상지대의 8명 삭발과 2000명 서울 투쟁

5월 12일 2,000명의 상지대 학생이 상경해 서울역에서 집회를 가졌다.
 5월 12일 2,000명의 상지대 학생이 상경해 서울역에서 집회를 가졌다.
ⓒ 성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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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상지대 사태. 상지대를 사학비리백화점으로 만들어 버린 김문기 이사장의 복귀 예고로 온 학교 구성원이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 4월 28일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엄청난 부패와 불법행위로 대법원에서 상지대 퇴출 판결을 받았던 구재단이 상지대 이사진의 다수를 차지하도록 하는 충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엄청난 비리와 심지어 이를 감추기 위해 재단이 학생들을 '용공조작'의 희생자로 만드는 만행까지 서슴없이 저질렀던 그 이사진들이다. 이사장이었던 김문기씨는 상지대 구재단의 비리로 기소되어 대법원에서 1년 6개월의 형을 확정 받고 감옥에서 수형생활을 했다. 이렇듯 심각한 부패와 비리, 불법행위로 퇴출되었던 사람에게 사실상 학교를 다시 되돌려주라고 하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은 너무나 비정상적이다.

그래서 이를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학생들은 일 주일 넘게 수업거부를 하고 있다. 8명의 학생대표자가 삭발까지 했다. 그리고 5월 12일 강원도에서 서울까지 2000명의 학생들이 올라와 서울역에서 집회를 하고 시내 곳곳에서 상지대 사태를 알리는 선전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의 분노가 얼마 만큼인지, 학생들의 마음이 얼마나 절절한지 대학 당국은 알아야 할 것이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분쟁을 조정하기는커녕 결국 분쟁을 더 유발시키고 있다.

한국외대, 열흘간의 단식으로 기어이 학생 쓰러져

학교본부의 일방적 등록금 인상과 학사제도 개편에 반대해 열흘째 단식을 진행하던 외대 한 여학생 대표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서 구급차에 실려갔다.
 학교본부의 일방적 등록금 인상과 학사제도 개편에 반대해 열흘째 단식을 진행하던 외대 한 여학생 대표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서 구급차에 실려갔다.
ⓒ 성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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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상황 역시 심각하다. 한국외대는 대부분의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하는 와중에도 등록금 인상을 감행하고 전국 최고 입학금까지 찍었다. 게다가 학생들에게 아주 중요한 졸업 시험과 이중 전공 등 학사제도 개편이 일방적이고 졸속적으로 진행되어 많은 학생들에게 원성을 샀다.

급격한 학사제도 변화로 많은 학생들이 졸업을 하지 못하고 무리한 전공이수학점 요구로 이수해야 할 학점이 많아져 결국 많은 학기를 다녀야 한다. 학교 측은 졸업시험 응시료와 이수학점 상향으로 재정이 늘어날지 몰라도 학생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등록금에 취업까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한 두 학기를 더 다니는 것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에 총장실 점거를 비롯하여 학생총회, 총투표, 3보 1배 등으로 학생들은 의견을 피력하며 싸워왔다. 급기야 총학생회장을 비롯하여 10여명의 대표자들은 12일까지 열흘 단식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던 중 12일 오후 1시경에 단식을 진행하던 한 여학생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구급차에 호송되었다. 학생이 곡기를 끊고 자신의 건강까지 담보로 한 채 쓰러져가며 주장을 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학교 본부는 조금의 태도 변화도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단식 끊으면 이야기 시작하겠다며 하루하루 말라가고 아파가는 학생들에게 으름장을 놓고 있다.

중앙대 구조조정, 계속되는 학생 징계

중앙대학교 본부는 대학의 일방적인 구고조정을 반대하는 고공시위를 한 학생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대학은 지난달 8일 교내 신축공사 현장의 타워크레인에 올라 학문단위 구조조정에 반발해 시위를 벌인 한 학생을 퇴학시켰다. 또 같은 날 한강대교에서 시위를 벌인 두 명의 학생에 대해서도 각각 무기정학과 유기정학의 중징계를 내렸다.

중앙대는 지난달 말에도 지난 3월22일 본관 앞에서 열린 구조조정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발족식에서 교직원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했다며 한 학생을 퇴학시킨 바 있다. 대학의 구조조정 문제는 학생들에게 아주 심각한 문제이다. 하기에 많은 학생들이 이에 관심을 갖고 불만도 갖고 의견도 가질 수밖에 없다.

하루아침에 자기 과가 없어지고 또 통합되는 등 자신의 현재와 미래가 결정적으로 바뀌는 문제에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일방 통보만 하는 대학의 결정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오히려 대학은 이런 결정에 반대하고 항의하는 학생들을 정학과 퇴학 등의 징계처리로 일관하고 있다. 학생들은 대학의 구성원이고 충분히 이야기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학생들의 의견을 대학은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심지어 학생들에게 엄청난 고통까지 안겨주고 있다.

대학 안의 갈등은 물론,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대학의 태도는 점점 더 강압적으로 되고 있고 이로 인한 학생들의 고통은 훨씬 심각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도 대학과 사회의 일방적이고 비민주적 변화와 행태에 밥을 굶고 쓰러져가며, 머리를 깎아가며 반대하고 항의하는 학생들의 목소리에 모두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성정림 기자는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대학교육실장입니다.



태그:#대학, #외대, #중앙대, #상지대,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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