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10일 <조선일보>가 보도한 우희종 교수 인터뷰 기사. 우희종 교수는 이 기사가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됐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조선일보>가 보도한 우희종 교수 인터뷰 기사. 우희종 교수는 이 기사가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됐다고 말했다.
ⓒ 조선PDF

관련사진보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과정에서 과학을 무시한 정부의 졸속 협상으로 인해 100만 촛불시위가 진행된 지도 2년이 흘렀다. 국민의 건강과 검역의 기본을 무시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저항은, 소통 거부의 상징인 '명박산성'과 과도한 공권력 투입에도 불구하고 결국 완고한 정부로 하여금 미국과의 추가논의를 이끌어 냈고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을 얻어냈다. 이에 따라 정치경제적 목적의 수입조건에 의한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나 30개월 미만의 특정위험물질(SRM)이 아직까지는 수입되고 있지 않다.

그런 면에서 2년 전의 촛불은 사회의 안전성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정부에 반대하는 국민운동이었다. 그 덕분에 현재 수입되고 있는 미국 쇠고기에 대해서도 우리사회가 그나마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처럼 우리사회가 안정되어 있는 것은 2년 전 촛불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며, 우리는 이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그런데 최근 갑자기 국내 일부 언론에서 촛불에 대한 편향된 기획보도를 내기 시작했고, 많은 부분은 말한 사람의 의도와는 반대로 전달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11일 국무회의에서 "촛불시위 2년이 지났다. 많은 억측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 "반성이 없으면 사회 발전도 없다"라는 발언까지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의 선물? 'WTO 피소'란 치욕이 선물인가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6월 1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쇠고기 파동'과 관련한 특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6월 1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쇠고기 파동'과 관련한 특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배재만

관련사진보기


먼저 과학기준인 EU의 기준을 무시하고, 또 OIE(국제수역사무국)의 최소한의 필요조건을 마치 검역의 충분조건처럼 왜곡하여 국민을 기만했던 정부의 잘못을 스스로 수정하게 했고 대통령도 두 번이나 국민에게 사과하게 한 것을 상기해 보자. 그런 면에서 촛불시위로 가장 수혜를 입은 측은 정부이자 또한 졸속 협상을 타결했던 사람들이다. 촛불은 그들이 국민에게 행했던 잘못을 그나마 보완할 수 있게 해 주었다.

2년 전 정부는 주변국이 조만간 한국과 같은 조건으로 쇠고기를 수입하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모두 WTO(세계무역기구)에 피소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재 주변국 중 단 한 나라도 우리와 같은 조건으로 미국으로부터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지 않으며, 더욱이 WTO에 피소된 나라는 아직까지 찾아볼 수 없다.

당시 협상 관련 공무원은 '쇠고기 협상은 미국이 준 선물'이라는 사대주의적 발언까지 했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면 미국이 준 것은 'WTO 피소'란 황당한 선물밖에 없다. 미국과 같이 국제수역사무국으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받은 캐나다는 지난해 4월, 우리나라가 자국의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는 것을 문제 삼아 우리나라를 WTO에 제소했다. 이 시점에서 정부는 당시의 정부 주장이 현실적으로 억측에 불과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함은 당연하다.

되돌아보면 당시 정부는 '광우병은 전염병이 아니'라는 기발한 억측을 했고 심지어 당시 국무총리는 손으로 만지거나 공기로 전염되지 않기 때문에 전염병이 아니라고 국회에서 발언하기도 했다. 소화기성 전염병은 공기를 통해서나 만지는 것만으로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임에도 현행법으로 법정전염병인 광우병에 대하여 그런 식의 괴담을 유포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미국은 인간광우병 우려해 북유럽 정자 수입마저 금지

2008년 6월 26일 저녁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50차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2008년 6월 26일 저녁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50차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현재 국제적으로 광우병에 대하여 매우 엄격한 관리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탓에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의 발생이 감소 추세인 것은 사실이다. 정부는 광우병 발생이 감소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엄격한 관리는 필요 없으며 더욱이 곧 사라질 병이라고 했다. 그러나 광우병은 유럽은 물론 북미대륙의 캐나다에서 여전히 발병하고 있고 인간광우병도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촛불 이후 영국에서는 광우병 발병에 취약성을 지닌 MM 유전자형 외에도 MV 유전자를 지닌 인간광우병 환자마저 보고되어 학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분변을 통해 배출된 병원성 프리온은 흙의 광물질과 결합했을 때 병원성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져 환경오염의 시각으로도 바라봐야 한다. 또 사람의 치매나 알츠하이머와 같은 뇌질환 발생 과정에 프리온이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도 점차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 정부는 해외로부터의 인간광우병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하여 불임부부를 위한 북유럽 정자 수입마저 금지시켰다. 인간광우병이 정자를 통해 전염된다는 보고는 없지만 그만큼 국민의 건강을 위하여 해외로부터의 전염병 유입에 적극적인 사전주의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유독 한국에서만 '광우병은 문제 되지 않고 오히려 모든 광우병 관련 문제 제기는 불필요한 과장이자 왜곡'이라며, 심지어는 색깔까지 입히는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우리사회의 이러한 우려스러운 상황이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 타결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말처럼 반성이 없는 사회는 발전하지 못 한다. 그러나 부연해야 할 것은 감사를 모르는 사회는 퇴보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자신들이 했던 잘못을 교정할 수 있도록 도와준 촛불에 감사하기는커녕 마치 사회악처럼 몰아가는 일부 허접한 언론 매체의 행태는 당시 '많은 억측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는 탄식과 더불어 우리사회의 치부를 보여준다. 반성과 감사는커녕 오히려 촛불의 함성이 조금 잊힐 만한 2년이 되니, 당시와는 전혀 다르게 돌변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여당의 참패를 이루어낸 대만의 촛불도 애써 무시하고 올해 초, 2년 더 미국으로부터의 쇠고기 수입 자체를 금지한 호주의 사례에도 눈을 감는다. 인정하면 2년 전 국민에게 약속한 것처럼 미국과 재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일까. 여전히 일본은 우리보다 매우 엄격한 조건으로 미국쇠고기를 수입하고 있음을 볼 때 정부도 이제는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이 맞다.

2년 전 촛불의 힘으로 추가 논의되어 현재도 유지되고 있는 수입조건은 언제라도 마무리되어 원래의 졸속 수입조건으로 전환될 수 있다. '한국 국민의 미국 쇠고기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면'이라는 매우 주관적 단서 조항에 의해서 현재의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및 30개월 미만의 SRM이 차단되는 수입조건이 유지되고 있을 뿐이다. 미국에 대한 검역을 우리가 실시할 수도 없는 조건으로 체결된 수입 조건이니만큼, 이번 일부언론의 편향된 기사나 대통령의 발언이 문호 개방에 의한 미국 쇠고기 전면 수입에 대한 사전 작업이 아니길 바란다.

역사적 책임 느낀다면, 정부 먼저 반성해야

시간이 흐르면서 정부의 상상력에 근거한 억측이 하나둘씩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데, 이는 비록 법적 책임은 아니더라도 사회적 책임, 국가적 책임, 도덕적 책임, 인간적 책임이자 더 나아가 역사적 책임의 문제다.

촛불 2년을 맞이해 진정 정부가 집권 초기의 실책을 사과하고 국민들의 행동에 대하여 감사한다고 생각한다면, <PD수첩> 탐사보도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정부 추태는 그만두고 관련 소송을 모두 취하해야 옳다.  더 이상 상황이나 국민의 눈치를 보면서 변명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이번 <조선일보>의 기획기사와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2년 전 이들이 준엄한 국민 저항에 의해 얼마나 마음의 상처를 입었는지 짐작케 된다. 비록 당시 겉으로는 사과를 하였으나 마음속으로는 얼마나 내키지 않았으면 저렇게 편파적인 기사를 쓰며, 또 그런 기사를 저렇게 덥석 물고 칭찬까지하는지 안쓰러울 뿐이다.

꽁하게 맺힌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상대방 탓을 하기 전에 마음을 열고 반성할 것엔 반성하고 또한 지금의 상태에 감사하지 않으면 발전은커녕 퇴보하게 된다. 이 점이 현 정권 들어 이미 우리사회 여러 분야에서 과거로 퇴보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끝으로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촛불 2주년 보고서에는 단지 작성 부처의 이름뿐만 아니라 집필자들의 실명까지 남기게 하여 훗날 역사의 눈으로 심판받게 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우희종 기자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학과 교수입니다.



태그:#촛불집회, #조선일보, #이명박, #우희종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