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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진 유선경 양의 인터뷰가 실린 <조선일보> 기사.
 정은진 유선경 양의 인터뷰가 실린 <조선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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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정말 이 인터뷰 하면서 그분 귀에 딱지가 앉도록 이야기했어요. '조선일보는 못 믿는데 기자님 하나만 믿고 해드리는 거다. 왜곡보도 하지 말아 달라.' 그렇게 계속 (말)했는데 이렇게 나왔어요."

교복을 입고 나온 정은진(17)양은 흥분하며 말했다. 지난 11일 만난 정양의 손에는 자신의 인터뷰가 실린 <조선일보>가 들려 있었다.

정양은 <조선일보>의 '촛불 2년' 특집기사 ''촛불소녀' 한채민양 "무대에서 읽은 편지는 모두 시민단체가 써준 것"'에 등장하는 '촛불소녀' 다섯 명 중 한 명이다.

고등학교 2학년인 정양이 <조선일보> 기자와 인터뷰를 한 건 지난 4일과 7일, 전화를 통해서였다. 평소 <조선일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던 정양은 인터뷰 내내 해당 기자에게 "왜곡보도를 하지 말라"고 거듭 당부했다. "기사가 나오면 꼭 알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러던 지난 10일, 시험을 마치고 집에서 컴퓨터를 하던 정양은 <조선일보>의 '촛불소녀'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문맥의 흐름이 있는데, 앞뒤 다 잘라놓고..."

기사에서 정양의 인터뷰가 실린 부분은 이렇게 시작된다.

"2년 전 "동방신기(아이돌그룹) 오빠들이 광우병 때문에 죽는다"고 울부짖으며 촛불시위에 나갔던 여학생 중 일부는 아직도 광우병 괴담을 믿고 있었다. 취재팀의 취재에서 이들은 대부분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는 일부 언론과 그 자료를 퍼나르는 인터넷에서 근거를 댔다."

이어서 "중3 때 촛불시위에 참가했던 서울 S고 2년"으로 소개된 정양의 인터뷰가 나온다.

"중3 때 촛불시위에 참가했던 서울 S고 2년 정은진(17) 양은 '광우병 성분은 생리대나 분유에도 들어가는 걸로 알고 있다'며 잘못된 정보를 사실로 알고 있었다. 정양은 그러면서 '일회용 생리대는 가급적 안 쓰고 면 생리대로 대체하려 한다'고 말했다. 정양은 "2년 전부터 쇠고기를 한 점도 안 먹고 있고 학교에서 급식으로 쇠고기가 나오면 아예 식사를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정양은 "기사를 보고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문맥의 흐름이 있는데 앞뒤를 다 잘라놓으니까 기사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를 본 친구들은 "이게 설마 너냐"라고 물어봤고, 포털사이트에는 "(기사에 등장하는 '촛불소녀'들은) 생각도 없고 무뇌"라는 악성댓글이 달렸다.

특히 정양은 "생리대 이야기를 할 때 '(조선일보 기자가) 자기 언니도 (광우병 위험 때문에) 너무 걱정돼서 면생리대를 쓰는데 자기도 써볼까 한다'고 말했다"면서 "똑같이 동의를 해놓고 나에 대해서 (신문을 가리키며) 이렇게 써 놓고… 그럼 자기도 멍청한 거 아닌가"라며 황당해 했다.

"이렇게 편파적으로 보도 될 줄은 생각도 못해"

<조선일보> 기사에 등장하는 또 다른 '촛불소녀'인 유선경(18)양도 "<조선일보>와 인터뷰한 것을 후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간고사 기간이라는 유양은 11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시험기간이 내일까지인데 공부가 손에 안 잡힌다"고 말했다. 고3인 유 양은 지난 5일과 8일 두 차례에 걸쳐 <조선일보>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유양의 인터뷰는 정양의 인터뷰에 바로 이어서 나온다.

"이렇게 잘못된 정보로 확신이 굳어진 학생들은 적지 않았다. 고등학교 3년 유선경(18)양은 '촛불을 통해 누구보다 정치에 대해 잘 배웠다. 청소년은 절대 무지몽매하지 않다고 어른들에게 꼭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유양은 "<조선일보>라서 이상하게 적었을까봐 인터뷰를 메일로 진행했는데 제 말 앞에 그런 말이 붙어있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유양은 "기사의 제목부터 전반적인 내용이… 상당히 기분이 안 좋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10일, 시험을 마치고 교무실 청소를 하던 유양은 선생님 컴퓨터에 뜬 <조선일보> 기사를 보게 되었다. 유양은 "(당시에는) 기사를 자세히 보지 못하고 따옴표 안에 있는 말만 확인했는데 괜찮아서 그냥 넘어갔다"고 말했다.

그 후, 아는 언니·오빠로부터 "무슨 생각으로 <조선일보>한테 인터뷰를 해준거냐"며 연락이 왔다. 다시 컴퓨터를 켜서 자세한 전문을 확인한 유양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유양은 "따옴표 안은 그대로 썼는데 제 문장 바로 앞에 '이렇게 잘못된 정보로 확신이 굳어진 학생들은 적지 않았다'라는 문맥에 맞지도 않은 문장을 붙여서 기사를 줄줄 읽어가는 사람들이 오해할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곧바로 해당기자에게 연락을 했다. 해당기자는 유양에게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정말 죄송하다"는 문자를 보냈다.  

유양은 "<조선일보> 기자가 2년 전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걸 후회하는지, 아닌지에 관련된 기획을 하고 있다고 말해, ('촛불'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이 함께 나오는 줄 알았다"면서 "이렇게 편파적으로 보도가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유양은 "기사를 쓴 목적 자체가 그때 그 청소년들을 무지몽매하고 군중심리에 떠밀려 나왔고, 그런 식으로 쓰려고 했던 것 같다"면서 "제목부터가 편파적인 기사"라고 비판했다.


태그:#조선일보 , #촛불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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