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상정 안건을 심의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상정 안건을 심의하고 있다.
ⓒ 청와대

관련사진보기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촛불시위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보고서를 만들 것을 11일 지시했다. 2년 전 기자회견에서 국민에게 사과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것이어서 대통령의 말바꾸기에 대한 정치적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촛불 시위 2년이 지났다. 많은 억측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며 "이같이 큰 파동은 우리 역사에 기록으로 남겨져야 한다는 점에서 총리실과 농수산식품부, 그리고 외교부와 지식경제부 등 관련부처가 (공식) 보고서를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광우병 기획 칭찬한 대통령

<조선일보>가 10일부터 '광우병 촛불 그 후 2년'이란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10일부터 '광우병 촛불 그 후 2년'이란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 조선PDF

관련사진보기


이 대통령은 이 대목에서 "반성이 없으면 그 사회의 발전도 없다. 한 일간지가 2주년을 맞아 집중 기획 형식으로 이를 재평가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싶다"며 <조선일보>의 기획 <'광우병 촛불' 그 후 2년>을 칭찬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특정 신문사를 칭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박선규 대변인이 전날 "일부 신문들에서 촛불 사태 2년과 관련된 기획기사를 써 주신 내용을 봤다. 대단히 의미 있게 생각하고 또 감사하다. 기사를 보면서 책임의식이 자리잡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본다"고 말했는데,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조선>의 '촛불 재조명'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이 대통령은 이어 "역사적 변환기에 정부가 무심코 넘기기보다 지난 1, 2년을 돌아보고 우리 사회 발전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며 "촛불시위는 법적 책임보다 사회적 책임의 문제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를 만들도록 애써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은 2년 전 촛불시위가 정부의 쇠고기 수입 졸속 협상으로부터 시작된 측면을 외면하고 사건의 책임을 촛불 시위대에 떠넘기려는 것으로 비쳐진다. 6·2 지방선거가 임박한 가운데 2년 전 촛불시위 당시의 '혼란상'을 다시 떠올리게 해 보수 대 진보의 구도로 지방선거를 치르게 하려는 정치적 의도도 엿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6월 1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쇠고기 파동'과 관련한 특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6월 1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쇠고기 파동'과 관련한 특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배재만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이 대통령의 발언에서 2년 전 자신의 모습에 대한 '반성'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 대통령은 2008년 6월 19일 특별기자회견에서는 "돌이켜보면 대통령에 당선된 후 나는 마음이 급했다", "식탁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꼼꼼히 헤아리지 못했다"며 정부의 무리한 협상을 반성하는 말을 했다.

이 대통령은 시위 규모가 절정에 오른 같은 해 6월 10일 시위를 언급하며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봤다.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내가 오래 전부터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 노래 소리도 들었다. 수없이 내 자신을 돌이켜 봤다"고 시위로 분출된 민심을 옹호하는 말도 했다.

"미국 쇠고기 문제 없고 촛불이 잘못"... 태도 바꾼 조선도 문제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보도를 했다가 2008년 촛불시위 당시에는 우왕좌왕하는 논조를 편 <조선일보>가 다시 2년이 지난 후 "미국산 쇠고기는 별 문제가 없고 당시 시위는 잘못됐다"는 기획시리즈를 내보내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조선일보>는 사건 초기 "MBC <PD수첩> 보도 이후 광우병 괴담이 퍼지는데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하다가 시위가 격화되자 "민주주의는 국민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한다"(2008년 6월 3일), "대통령 방미에 맞춰 쇠고기 협상을 한꺼번에 타결 지은 잘못이 나라꼴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같은 해 6월 4일)는 사설을 내보냈다.

<조선일보> 2008년 5월 30일자 10면
 <조선일보> 2008년 5월 30일자 10면
ⓒ 조선일보 PDF

관련사진보기


특히 2008년 5월 30일 <조선> 사회부장이 쓴 <그들은 '참을 수 없는 순정'으로 나왔고…> 기사는 "대다수 시위 참여자는 광우병에 대한 불안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에서 제 발로 뛰쳐나온 것이 틀림없었다. 이 때문에 '배후론'을 비웃는 것"이라고 종래의 배후조종설을 뒤엎었다. <조선>이 이런 보도를 내놓는 와중에 보수층과 한나라당에서도 "쇠고기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는 여론이 부상했고, 이명박 정부는 부랴부랴 미국 정부와 쇠고기 추가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과 <조선>이 지금에 와서 촛불시위에 비판적인 주장을 다시 펴는 것은 "정부가 잘못된 여론에 휘둘려 불필요한 협상을 했다"는 것으로, '자기부정'의 모순에 빠져드는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특정언론의 보도를 공론화하는 데 직접 나섬으로써 이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도 불가피하게 됐다. 사회 갈등의 조정자가 되어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는 꼴이 됐다.

농식품부와 검찰이 2008년 촛불시위 사건에 대한 백서를 낸 마당에 대통령이 또 다시 정부 보고서를 내라고 주문한 것에도 뒷말이 많다. 업무 효율성을 강조해온 대통령이 공무원들에게 이중삼중으로 일을 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와 검찰은) 자기 분야의 얘기만 한 것이고 큰 틀에서 교훈을 남기기 위해 종합적으로 만든 것은 없기 때문에 종합백서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국가정책에 대한 반대의 소리도 배척만 할 것이 아니고 귀를 기울이면 우리의 정책추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4대강에 대한 반대 의견은 우리가 더욱 치밀하게 정책을 검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대가 있는 만큼 우리가 더욱 완벽하게 해야 한다"고 관련부처들을 독려했다.

아래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전문이다.

제 20회 국무회의 이명박 대통령 마무리 발언-김은혜 대변인 서면 브리핑
우리 사회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갈등과 분열이 적지 않다. 촛불시위 2년이 지났다. 많은 억측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 반성이 없으면 그 사회의 발전도 없다. 한 일간지가 2주년을 맞아 집중 기획 형식으로 이를 재평가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싶다.

이같이 큰 파동은 우리 역사에 기록으로 남겨져야 한다는 점에서 총리실과 농수산식품부 그리고 외교부와 지식경제부등 관련부처가 (공식) 보고서를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역사적 변환기에 정부가 무심코 넘기기보다 지난 1,2년을 돌아보고 우리사회 발전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촛불시위는 법적 책임보다 사회적 책임의 문제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를 만들도록 애써 달라.

요즘 사회 전반의 부정비리를 보면 총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난 3월에 교육비리 토착비리 권력형 비리척결을 강조한 바 있다. 법적으로 해결하기 이전에 먼저 사회지도층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또한 우리 사회 전반에 도덕적 해이가 퍼져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부정한 방법도 용인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우리 사회의 병적인 병폐이다. '도덕 재무장'의 관점에서 국민운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관 주도보다 시민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우리 국민 모두의 도덕적 무장이 다시 이뤄져야 하지 않나 한다. 그래야 선진일류국가 달성도 가능할 것이다.

3대 비리 척결에 나설 검찰과 경찰을 국민들이 불신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검찰과 경찰이 스스로 개혁방안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제도적인 해결책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국민에게 다시 신뢰를 얻어야 우리사회 비리척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전세계적 금융위기 속에서도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 국민 모두의 능력이다. 또한 정부도 상당히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 공직자들이 긍지를 가질 필요가 있다. 안주하지 말고 창조적 도전정신을 가져달라. 이 정부 출범때부터 시작된 중도실용의 사고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모든 국정운영과정에서 자신감을 갖고 정책을 집행해야 우리사회가 발전할 수 있고 선진일류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내각이 중심이 돼 자신의 일에 묵묵히 최선을 다해달라.

국가정책에 대한 반대의 소리도 배척만 할 것이 아니고 귀를 기울이면 우리의 정책추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4대강에 대한 반대의견은 우리가 더욱 치밀하게 정책을 검토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대가 있는 만큼 우리가 더욱 완벽하게 해야 한다.


태그:#광우병, #이명박, #조선일보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