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전교조 명단을 공개한 김효재 의원 홈페이지.
 전교조 명단을 공개한 김효재 의원 홈페이지.
ⓒ 김효재 홈페이지

관련사진보기


"교원단체 명단 공개하여 깨끗한 교육풍토 교사가 솔선수범 하라. 정치인과 교사는 학생, 학부모를 볼모로 더 이상 싸우지 마라. 교육은 국가의 정신력 교사노조는 더 이상 국가의 정신력에 멍들게 하지 마라. 교사의 명단 공개 지극히 당연하다. 교사 명단 공개하여 교사상 바로 찾자. 돈 때문에 명단공개 내린 조전혁 의원은 교육을 염려하고 노조명단 올리기로 했던 국민과의 약속을 끝까지 지켜라 (중략) 노조교사 보기 싫어 이민 가서 살고 싶고, 노조교사 없는 나라에서 교육을 받고 싶다."

위 글은 지난 6일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이하 학사모) 부산지부 기자회견 성명서의 주요 내용이다.

교사 명단 공개 찬반을 떠나 2001년 창립 된 학부모 단체가 낸 성명서라고 보기에는 아주 실망스럽다. 선동적인 구호와 배타적이고 감정적인 언어의 나열이다. 같은 학부모단체 회원으로서 학사모 누리집에 들어갔다가 무거운 마음으로 나왔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학사모의 이런 행동을 발판 삼아, 꺼져가는 명단공개 불씨를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일에 학부모 단체를 앞세우고 있는 현실이 암울하고 난감하다.

1% 설득력도 없는 '명단공개=깨끗한 교육풍토' 주장

나는 학사모가 주장하는 것들에 대해 몇 가지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첫째, 교사 명단 공개가 깨끗한 교육풍토와 무슨 연관이 있는가? 연구해서 입증해야 할 일이지만 성명서에는 그에 대한 논리적 근거는 전혀 제시되어 있지 않다. 최근 발생한 공정택 전 서울교육감을 비롯한 교육 관료와 학교장들의 비리문제로, 이미 우리 교육계는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교사명단을 공개하면 깨끗한 교육풍토가 마련될까? 이를 장담할 수 있는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앞서 언급된 사건에서 보다시피, 비리의 중심에는 장학관과 학교장이 있었다. 교원노조는 노조 특성상 교육 관리는 가입할 수 없는 조직이다. 이와 달리 노조 조직이 아닌 교원단체에는 교장들이 가입하여 조직의 중요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학사모는 알고나 있는지 묻고 싶다. 교사명단을 공개해 깨끗한 교육풍토를 만들자는 주장은 불행하게도 1%의 설득력도 가지지 못한다.

 전교조 명단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킨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한나라당 원내대표 및 정책위원회의장 선출 의원총회에서 잠시 생각을 하고 있다. 
전교조 명단 공개로 인해 하루 3,0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은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은 4일 자정을 기해 명단을 홈페이지에서 내리기로 했다.
 전교조 명단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킨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한나라당 원내대표 및 정책위원회의장 선출 의원총회에서 잠시 생각을 하고 있다. 전교조 명단 공개로 인해 하루 3,0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은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은 4일 자정을 기해 명단을 홈페이지에서 내리기로 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둘째, '정치인과 교사는 학생과 학부모를 볼모로 싸우지 말라'는 말은 여당정치인 편을 들며 싸움에 뛰어든 학사모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학생과 학부모의 이름을 팔아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를 관철하고자 엉뚱하게도 교사 명단공개를 우리 사회교육문제의 핵심 의제인양 들고 나온 여당 정치인, 이에 가세하여 함께 싸우고 있는 학사모를 비롯한 보수단체들. 그런데 누가 누구를 볼모로 잡고 있다는 말인가?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셋째, '노조교사 보기 싫어 이민 가서 살고 싶고, 노조교사 없는 나라에서 교육을 받고 싶다'는 주장은 공적 단체 성명서에 넣기엔 너무 감정적인 내용이다. 조전혁 의원이 쓴 <전교조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책 제목을 옮겨 놓은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조 의원과 학사모는 같은 소망과 바람을 가지고 전교조 없는 세상을 위해 전교조에 싸움을 걸고 있는 것 아닌가?

교사노조 보기 싫어 교육이민 떠났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살인적인 입시경쟁교육, 높은 사교육비, 인권이 실종된 학교 현장에 회의와 고통을 느껴 교육이민을 떠나거나 상급학교진학에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고자 떠나는 조기 유학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교육이민을 떠나는 국가인 캐나다, 미국, 뉴질랜드, 호주, 그리고 유럽 등에는 교사노조가 있으며 노동조합으로서의 권리도 인정받고 있다.

참고로 교사 명단공개에 대해 여러 나라 교원노조와 국제적인교원단체의 공식 항의가 있었다는 점과 교사 명단 공개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교원단체총연합(교총)은 교사노조가 아니라는 점을 알려 주고자 한다. 교사 노조가 없는 나라에서 받는 교육이 질 높은지는 나로서는 알 길이 없지만, 학사모가 바라는 교사 노조 없는 나라를 찾거나 선택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학사모의 반전교조 입장, 이미 예전부터 알려진 것

최근 한나라당 의원들이 앞 다퉈 명단공개에 동참하겠다고 나섰고, 한나라당은 이번 명단 공개를 이념 갈등 양상으로 몰아가고자 안간힘을 쏟고 있다. 6.2 지방선거를 얼마 안 남겨둔 이 시점에 무리한 방식으로 교원명단 공개를 쟁점화하고 있다는 의혹을 우리는 떨쳐버릴 수 없다. 학사모 또한 교사 명단 공개를 강행할 경우 이러한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학사모의 반전교조 입장은 이미 예전부터 표면으로 드러났던 것이다. 2004년 8월 5일 학사모가 발표한 '전교조의 폭거와 학사모 탄압을 규탄한다'는 성명서에 이러한 학사모의 입장이 잘 나와 있다.

당시 이 성명서는 학사모 전·현직 핵심임원 13명의 자녀가 학사모 상임대표가 총 책임을 맡은 '사랑의 일기 공모'와 '눈눈수월래' 등의 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 및 국무총리상, 장관상 등을 받은 사건, 고아무개 당시 학사모 대표의 딸이 대통령상을 수상한 점 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오마이뉴스> 등을 고소하면서 낸 것이다.

여기서 학사모는 "이미 우리 학사모는 나름의 노력을 통해 학부모로서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노력했다"며 "전교조 압력에 목숨을 끊은 서승목 교장에 대한 추도, 교육전산망구축(NEIS) 논란, 전교조 퇴출교사 명단발표, 총선학습, 인천외고와 신정여상 학내분규에서 전교조 분규조장 규명 등 학교교육 정상화에 노력했다"며 자신들 스스로가 전교조의 대척점에 서 있음을 밝혔다.

이게 끝이 아니다. 최근 학사모 경기지역 대표는 학사모를 '교원평가제 실시' 등을 내걸고 있는 단체로 소개하면서, 시국선언 교사 징계를 유보한 김상곤 교육감을 구속 수사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알고싶은 건 많지만, 그게 '교원단체 명단'은 아니다

 29일 전교조 명단을 공개한 정두언 의원 홈페이지.
 29일 전교조 명단을 공개한 정두언 의원 홈페이지.
ⓒ 정두언 홈페이지

관련사진보기


민주 시민 국가에서 어느 단체에 가입할 것인가는 개인 선택의 문제이며 이를 공개하는 것은 개인의 사생활과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 학부모는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학부모 알 권리'를 주장한 적이 없으며 '권리'로서의 정당성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학부모가 요구하면 교사가 절에 다니는지 교회나 성당에 다니는지 어떤 동호회에 가입했는지 등을 알려줘야 한다. 학부모에게도 알권리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 국가에서 어느 일방의 권리 주장은 문제 있다. 권리는 인간의 기본권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전제 속에서만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교사 개별적 가치관이나 성향에 따라 학생의 학습권과 학부모의 교육권이 현저히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과 '학교와 교사를 직접 선택할 권리, 거기에 따른 필수 정보로서 교사의 경력과 학력, 전공과 출신학교 등 더욱 다양한 정보들을 교육수요자인 학부모에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학사모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학부모는 학교와 교사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많다. 교사가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지, 아이들에게 차별 없이 친절한지, 체벌과 촌지 문제는 없는지, 학교 급식은 깨끗하고 안전한지, 학교 예산이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사용되어 새는 돈은 없는지, 왕따와 학교 폭력으로 인한 문제는 없는지 등에 대해 더 상세하고 친절하게 알려 주기를 원한다. 우리가 원하는 '학부모의 알권리'는 '교사가 어느 교원단체에 가입했는지'가 아니라, 이것이다.

왜곡된 '학부모 알권리' 주장으로 학부모를 선동하고 있는 일부 정치가들, 언론들에 의해 학부모들까지도 대립과 갈등으로 몸살을 앓게 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윤숙자 기자는 참교육학부모회 정책위원장입니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