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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표현의자유수호모임 주최로 파업 중인 MBC 노조원과 시민 등이 참여한 가운데 '광장에서 표현의 자유를 외치다' 문화제가 열렸다.
 6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표현의자유수호모임 주최로 파업 중인 MBC 노조원과 시민 등이 참여한 가운데 '광장에서 표현의 자유를 외치다' 문화제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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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중인 MBC 노조원과 시민들이 'MBC를 지켜주세요'가 적힌 풍선에 시민들의 격려리본을 매달아 하늘로 날리고 있다.
 파업 중인 MBC 노조원과 시민들이 'MBC를 지켜주세요'가 적힌 풍선에 시민들의 격려리본을 매달아 하늘로 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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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내자! 표현의 자유! 지켜내자! MBC!"

2년 만에 '광장'이 열렸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서울광장에서 집회 신고가 받아들여진 것은 2008년 3월 '등록금 집회' 이후  2년여 만"이라고 했다. 6일 오후 3시,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MBC 노조 조합원,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 그리고 시민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표현의 자유 수호 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문화제는 참여연대, 문화연대 등 진보 성향의 단체가 참여한 '표현의 자유 수호 문화행동 모임' 주최로 진행되었다.

2년 만에 열린 광장,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방한 때문?

하지만 "너무 좋아할 것 없다"는 박 사무처장의 말처럼 이날 서울광장 잔디는 울타리로 막혀 있었다. 문화제 사회를 맡은 이명선 <칼라TV> 리포터는 "오늘 집회를 허가해주는 첫 번째 조건이 잔디를 보호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가 피켓이나 깃발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초여름 같지 않은 쌀쌀한 날씨, 1000여 명의 참석자들은 서울광장 인도에 자리를 잡았다. 피켓을 사용할 수 없기에 이들은 각각 'MBC를 지키고 싶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수건과 초록·보라·분홍 풍선을 손에 들었다.

날은 흐리고 바람도 불었지만 이날 문화제는 MBC 노래패의 공연과 함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문화제를 시작하면서 이명선 리포터가 외쳤다.

"표현의 자유, 안녕하십니까?"
"아니요."
"표현의 자유, 침해당하고 있습니까?"
"네."

석연치 않은 점은 또 있었다. '이례적인' 집회 허가가 프랭크 라 뤼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방한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박 사무처장은 "2008년 이후 집회 신고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지만 단 한 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오늘 집회공간이 열리기는 했지만 특별보고관이 돌아가는 순간부터 다시 열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 역시 "UN 특별보고관이 온다고 생색내기, 보여주기식으로 허가해준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박래군 "표현의 자유는 정부를 마음대로 비판할 수 있는 것"

최근 보석으로 석방된 박래군 용산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이 참석해서 표현의 자유 보장을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최근 보석으로 석방된 박래군 용산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이 참석해서 표현의 자유 보장을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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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사무처장은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1995년 국가보안법 실태 조사 이후 두 번째"라고 말했다. 그는 "특별보고관이 두 번 방문한 나라는 이란과 한국 두 나라밖에 없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노동조합 파업 때문에 국격이 훼손된다고 하는데 특별보고관이 두 번이나 방문할 만큼 우리나라를 인권후진국으로 만든 것이 이명박 정부"라고 꼬집었다.

이어서 박 사무처장은 "지난해 서울광장조례를 바꾸기 위해 서울시민 10만 명의 서명을 받았지만 서울시의원들은 국민의 열망을 외면하고 있다"면서 서울광장 조례 개정안 의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용산참사' 추모 집회에서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기소되었다가 지난달 30일 보석으로 석방된 박래군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도 마이크를 들었다.

박 위원장은 "다른 때 같았으면 이곳이 차벽에 둘러싸여 있었을 텐데 오늘은 특별보고관이 온다고 차벽이 없다"면서 "원래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는 이렇게 보장받아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지난해 용산참사 '열사'들의 장례를 치르기 전까지 용산범대위의 이름으로 단 한 번의 집회도 할 수 없었다. 삼보일배, 1인시위조차 못하게 했다"고 회고했다.

"표현의 자유는 정부를 마음대로 비판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를 비판해도 소환당하거나 구속되거나 벌금을 물지 않을 자유가 없는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

천정배 의원이 표현의 자유 보장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정배 의원이 표현의 자유 보장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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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잔디밭에는 참가자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다.
 서울광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잔디밭에는 참가자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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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재 "MBC는 우리 사회의 희망이자 언론의 마지막 희망"

파업 한 달째를 맞고 있는 MBC 노조에 대한 응원이 이어졌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MBC가 우리 사회의 희망이자 언론의 마지막 희망"이라며 "MBC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표현의 자유,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4시경, 참가자들은 손에 들고 있던 풍선을 하늘에 날려보냈다. 풍선에는 MBC 파업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응원 메시지'가 담긴 리본이 달려 있었다. 색색의 풍선이 흐린 하늘을 수놓았다.

황성철 MBC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MBC 파업이 한 달하고 이틀, 이근행 노조위원장의 단식이 11일째"라며 말을 시작했다. 황 부위원장은 "권력과 정권의 방송 장악이 MBC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라면서 "우리는 방송을 권력이 아닌 방송의 주인인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마이크를 버리고, 카메라를 버리고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황 부위원장은 "요즘 TV를 틀면 이명박 대통령, 천안함, 북한 침공 이야기만 나온다"면서 "이 정권 들어 언론은 용비어천가를 외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MBC가 장악되면 '스폰서 검사'를 고발한 <PD수첩>도, <무한도전>도 없다"고 말했다.

참석자 가운데 40여 명이 둥글게 둘러앉아 북을 치는 퍼포먼스를 하면서 이날 행사는 오후 5시경 막을 내렸다. 남대문경찰서 측에서는 "집회 신고 장소와 인원이 다르다"며 "불법집회를 중단하라"고 수차례 방송했으나 물리적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박민석(39세) MBC 노조 강릉지부 조합원은 "광장이 시민들이 언제나 사용할 수 있는 장소가 되지 못하고, 외부에서 보고관이 온다고 하니까 보여주기 식으로 (광장을) 개방한다는 것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MBC 노조 대전지부 소속인 우경수(43세) 조합원은 "우리의 목적을 성취하리라 믿고 '전의'를 가지고 싸우고 있다"면서 "(오늘 행사에 참여하면서) 가슴이 벅찼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들은 여의도 MBC로 자리를 옮겨 촛불문화제를 연다. 프랭크 라 뤼 특별보고관은 오후 7시 30분 MBC 파업 현장을 방문한다.

MBC 노조원을 비롯한 언론노조 조합원과 시민단체 회원, 일반 시민들이 함께 둘러앉아 북을 치고 있다.
 MBC 노조원을 비롯한 언론노조 조합원과 시민단체 회원, 일반 시민들이 함께 둘러앉아 북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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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표현의자유수호모임 주최로 파업 중인 MBC 노조원과 시민 등이 참여한 가운데 '광장에서 표현의 자유를 외치다' 문화제가 열렸다.
 6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표현의자유수호모임 주최로 파업 중인 MBC 노조원과 시민 등이 참여한 가운데 '광장에서 표현의 자유를 외치다' 문화제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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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표현의자유수호모임 주최로 파업 중인 MBC 노조원과 시민 등이 참여한 가운데 '광장에서 표현의 자유를 외치다' 문화제가 열렸다.
 6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표현의자유수호모임 주최로 파업 중인 MBC 노조원과 시민 등이 참여한 가운데 '광장에서 표현의 자유를 외치다' 문화제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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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MBC 노조, #표현의 자유, #서울광장, #프랭크 라 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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