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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묘상자에 뿌리 내린 올망졸망 어린모들

시루 안 콩나물처럼 빼곡빼곡 자란다.

 

도토리 키 재기 하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고만고만 다투면서 우쭉우쭉 자란다.

 

어제는 이만큼, 내일은 저만치

나날이 자라며 쪽빛을 더해간다.

 

다진 상토 위에 볍씨를 뿌리고, 그 위에 다시 상토를 뿌려 종자를 덮는다. 이 복토가 볍씨에게는 억압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볍씨에게 생의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박차이다. 제 몸을 덮고 있는 흙의 무게를 이기고 새싹을 키운 볍씨는 어리지만 올골진 생명력으로 당당히 살아갈 것이다.

 

볍씨 위의 흙의 무게는 억압이 아닌 북돋음이요, 시련이 아닌 훈련이다.

 

그 두께를 너무 가볍게 할 필요는 없다. 뿌리를 뻗치는 힘은 생각보다 대단한 걸...

볍씨가 뿌리를 뻗는 힘은 제 몸을 이기고 흙을 이기기도 한다.

 

완전변태를 하는 곤충은 번데기에서 허물을 벗고 성충이 된다. 허물벗기의 과정이 안쓰럽다고 해서 사람이 곤충의 탈피를 도와줘서는 안된다. 쉽게 허물을 벗은 곤충은 어렵게 살아간다. 접힌 날개를 펴는데 애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곤충은 안간힘을 쓰는 허물벗기를 통해 당당히 날개를 펴고 성충으로서의 삶을 단련하는 것이다.

 

쓰러진 아이를 곧바로 일으켜세워주기보다는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격려하며 기다려주는 인내가 그 아이를 옹골지게 한다. 볍씨 위에 덮는 복토를 겨우 볍씨가 가려질 정도로만 뿌렸던 모판의 볍씨는 뿌리를 내리면서 제 몸을 홀라당 드러내고 말았다. 그대로 속살을 내보이며 손발을 뻗는 애기모가 어쩐지 안쓰러워 보인다.

 

복토를 잘 한 모판은 어린싹만 쏙 내밀며 곱상하게 잘 자란다. 참으로 앙증맞고 깜찍하여 쓰다듬고 싶다. 떡잎을 벗고 첫잎, 둘째잎, 세째잎을 내는 모는 나날이 키가 커가며 벼의 모양을 갖춰간다. 농부의 발길에 제비새끼처럼 앙앙거리며 철철 주는 물을 쏙쏙 받아 마신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병치레를 하듯 모들도 자라면서 병치레를 한다. 출하기부터 녹화기에 발생하는 '백화묘', 못자리 초기부터 중기에 발생하는 '입고병', 못자리 후기에 발생하는 '뜸모' 등이 어린모들의 병치레이다.

 

백화묘

엽록소 형성이 되지 않아 모가 백색상태를 유지하는 증상

출아기에 고온이 계속 될 때, 녹화시에 강한 햇볕을 받았을 때 발생

입고병

모판상자에 곰팡이가 발생하며, 모를 잡아당기면 땅과 접한 부분의 줄기가 끊어진다.

상토의 Ph가 6 이상이거나 4 이하일 때, 출아온도가 지나치게 높을 때, 주야간의 온도차가 클 때, 상토 수분이 많고 적음이 반복될 때 발생한다.

뜸모

모판상자에 곰팡이가 발생하지 않으며, 모를 잡아당기면 줄기가 끊어지지 않고 뿌리와 같이 뽑힌다.

너무 촘촘하게 씨를 뿌려 산소가 부족할 때, 수분이 부족할 때, 주야간의 온도차가 클 때 발생한다.

 

볍씨를 뿌린 육묘상자는 못자리에서 키워 논으로 옮겨심기 위해 모내기를 하는데, 모를 기르는 못자리 방식이 여러 가지이다. 예전에는 논에다가 투명비닐터널 못자리를 많이 했으나 요즘엔 부직포못자리나 공정육묘장에서 모를 많이 기른다.

 

 

남도지역은 부직포못자리가 많으나 이천지역의 경우는 비교적 시설화가 잘 되어있어 공정육묘를 통해 70% 가량의 모를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공정육묘장은 자동볍씨파종기로 육묘상자를 만들고, 서랍처럼 층층이 모판을 쌓은 상태에서 자동세차장처럼 물뿌리개가 레일을 따라 이동하며 켜켜이 물을 공급하고 있다.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내듯 대량의 모를 여러번 길러낸다.

 

 

 

고만고만 자란 어린모들은 유치원생들처럼 신나게 재잘거린다.

논은 애기모를 맞을 채비하고, 못자리는 애기모를 보낼 자세이다.

곤충이 허물을 벗듯, 벼는 자리를 옮겨서 성장을 이룬다.

자, 이제 모내기가 코앞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DAUM블러그 <시골뜨기의 잠꼬대>에도 기재되었습니다.


태그:#모, #이천, #못자리, #모내기, #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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