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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가지산을 등산하면서 마주 보이던 얼음골, 한 번 가야겠다 생각했었다. 오늘(5일) 얼음골에서 천황산까지 만나러 간다. 차를 타고 밀양으로 향하는 길, 봄이 힘껏 타오르는데 영남 알프스 위쪽은 아직도 뼈대를 그대로 드러냈다. 5월 중순쯤 되면 산꼭대기까지 봄이 닿을까.

 

예전에는 석남터널을 지나 꼬불꼬불 산 높은 경사로를 넘어갔는데, 1~2년 전쯤 길을 새로 냈나 보다. 도로는 넓고 깨끗한 데다 한적하기까지 해 시원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거의 평지에 가까운 가지산터널 길이 생긴 뒤부터 언양에서 밀양까지 가는 길이 아주 편해졌다.

 

길고 긴 가지산터널을 통과했다. 긴 터널을 지나자 경상남도 밀양시 산내면 이정표가 보이고 곧 호박소터널이 나왔다. 이제 밀양이다. 호박소터널을 지나자 높은 산들에 둘러싸인 밀양 산내면 마을이 나온다. 안온한 풍경이다. 사과 과수원엔 사과나무 여린 잎사귀가 돋아나고 있었다.

 

얼음골에서 천황산까지...

 

산내면에 들어서자 얼음골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나왔다. 가다보면 얼음골 표지판을 두고 두 개의 길이 나오는데, 왼쪽으로 가면 제일농원, 오른쪽은 얼음골로 진입하는 도로다.  오전 9시 17분, 얼음골 주차장에 도착했다. 계곡 물소리 환하다. 넓디넓은 주차장엔 차 몇 대만 주차돼 있을 뿐이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얼음골 계곡 쪽으로 간다.

 

밀양 남명리 얼음골은 천황산 북쪽 중턱 해발 700m에 자리 잡고 있다. 삼복한더위(4월초순~7월하순)에 얼음이 얼고 8월 초순부터 얼음이 녹기 시작해 보호철책이 있는 곳에서 천황사 절이 있는 곳까지 바위틈에서 찬바람이 나오는 신비로운 이상기온지대다. 한여름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는 맑은 물은 손을 담그면 손이 시릴 정도다. 주변의 가마불협곡과 호박소, 오천평바위 등과 함께 관광을 겸한 여름 피서지의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주차장 바로 앞에 매점, 매점 옆에 계곡을 이은 구름다리가 있다. 구름다리를 건넌다. 바람이 차다. 구름다리 건너서 넓은 임도 앞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올라간다. 관리사무소에서 입장료(1인당 1000원)를 지불하고 내처 걷는다. 이른 아침공기는 차갑고 소름이 돋아 옷을 껴입었다가 더워지면 벗었다 하기를 반복한다.

 

얼음골 결빙지로 향하는 길, 끝없이 아래로 흘러내리는 물소리에 생각조차 씻겨나가는 듯 하다. 계곡을 옆에 끼고 오르는 길은 상쾌하다. 9시 50분, 천황사 앞이다. 양쪽 계곡에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왔다. 천황사는 아담하고 고요하다. 물소리만이 침묵을 깬다. 천황사 앞에 약수터 주변을 다람쥐가 빠른 걸음으로 오갔다.  

 

구름다리 건너 경사높은 너덜길이 시작된다. 사실 가지산에서 봤을 때 얼음골의 산세는 매우 험해보였다. 산세가 높고 험해보여, '잘 오를 수 있을까' 주눅이 들기도 했었다. 한 번도 와 보지 않은 얼음골, 그 산길을 타고 올라가는 길은 얼마나 험한지 가늠할 수 없었기에 기대도 되지만 내심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막상 오르고 보니 걸을 만했다.

 

 

오전 10시, 결빙지다. 철망으로 둘러친 너덜지대, 그 안에 아주 자그마한 어두운 굴이 있었다. 보호철책을 쳐 놓아서 가까이 접근할 수 없고 자세히 볼 수도 없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작다. 내가 상상한 얼음골 결빙지는 커다란 동굴 안에 고드름이 얼어 있는 것이었다. 너덜바위들 사이에 그늘진 작은 동굴이 두 개 있었고 그 안에 약간의 얼음이 있었다.

 

그 위로는 너덜바위들이 쏟아질 듯 비탈에 펼쳐져 있다. 결빙지를 지나 계속 오르막 바윗길을 간다. 결빙지 앞에서 천황산, 동의굴은 오른쪽 오르막길이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너덜바윗길, 직각에 가까운 오르막길을 오르고 또 오른다. 보이는 건 눈앞에 가파른 바윗길뿐이고 양쪽에는 직벽의 바위봉우리들이 우뚝 솟아 있다.

 

 

동의굴(11시 5분) 앞에 도착. 높은 바위봉우리 그 아래 동굴이 있다. 동굴 천정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고 동굴 앞에 서자 서늘한 바람이 와 닿는다.

 

다시 가던 길, 계속되는 높은 바윗길을 내처 차고 올라갔다. 조망은 없고 바윗길 양쪽엔 높고 견고한 성처럼 우뚝 솟은 바위봉우리들이 있다. 바위 봉우리들 위에 선 나무들이 간간이 보인다. 진달래도 여기저기 흩어져 피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바위너덜 길, 드디어 끝이 나고, 이제 능선길 시작인가 하고 한숨 돌리려는데 바로 위에 또 다시 높은 철 계단이 나왔다.

 

삐거덕거리는 높은 철계단을 지나고 비탈길을 올랐다. 헉헉대며 오르는 비탈길 끝에서 삼거리를 만났다. 능선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낮 12시 정각이다. 여기서 우리가 걸어온 얼음골까지는 1.9km, 천황산까지는 1.4km다. 이곳 삼거리에서 얼음골 가지산 천황산 길로 갈라진다. 능선길은 거의 흙길인데다가 거의 평지여서 발이 쉼을 얻는다.

 

사색을 방해받지 않는 천황산 고즈넉한 능선 길

 

 

능선길 얼마쯤 걷다보니, 천황산이 보였다. 막힘 없이 탁 트인 조망, 여기저기 시선을 옮겨도 광활한 억새평원이다. 보기만 해도 마음 터가 넓어질 것 같다. 잠시 능선길에서 조망바위에 올라 얼음골 쪽을 내려다봤다. 멀리로는 가지산 그 앞에 백운산, 밀양 산내면 등 한 눈에 보였다.

 

천황산 억새평원 길로 다시 접어들고, 일찍 왔다가 하산하는 사람들과 마주쳤다. 천황산에 도착, 낮 12시 40분이다. 넓디넓은 천황산 평원 몇몇 사람들만 보일 뿐, 바람이 상쾌했다. 드문드문 억새밭에 앉아 점심을 먹거나 도란도란 얘기 나누는 사람들 보인다. 나는 고요한 풍경에 쏙 안긴다.

 

천황산에서는 가지산, 백운산, 신불산, 영축산, 간헐산... 그리고 밀양표충사, 필봉... 산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가지산이 홀로 우뚝 솟아 있어 가깝고 먼 산들을 모으고 평정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면 천황산은 넓디넓은 억새평원, 그 아늑하고 넓은 초원 때문일까, 주변 산들을 너무 가까이 두지 않고 그러나 너무 멀지 않게 거리를 두고 산들을 밀어내고 있는 듯하다.

 

이제까지 천황산에 오를 땐 재약산을 거쳐 왔는데 또 다른 방향에서 오르니 느낌이 사뭇뭇 다르다. 천황산 정상 아래서 점심 먹을 알맞은 장소를 찾아 앉는다. 멀리 신불산, 영축산이 잘 보이는 방향으로 앉아 쉰다. 1시간쯤 눌러앉아 망중한을 즐기다 일어선다. 이런 시간은 또 어찌나 잘 가는지. 1시 45분, 하산한다. 왔던 길로 되돌아간다.

 

 

사람들은 고즈넉하고 평온한 능선 길을 걷는다. 능선길 끝나는 삼거리에 다시 선다. 오후 2시 30분이다. 다시 우리가 올라온 직벽에 가까운 얼음골 계곡, 꺾어질 듯 가파른 경사 길로 내려간다. 가파른 길을 걸어 가다가 철 계단을 지나 바위너덜지대를 더듬거리며 걸어내려 간다. 여차하면 큰 사고로 이어지기 쉬운 바윗길이다. 조심 또 조심 하산 길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밀양 얼음골엔 결빙지, 동의굴, 가마불폭포

 

 

동의굴 옆을 지나 결빙지에 가까워지자, 가벼운 차림으로 올라온 사람들이 보인다. 결빙지 앞에서 사진을 찍거나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사람들이다. 얼음골이 관광지란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산행을 하지 않더라도 결빙지나 가마불폭포까지는 산보하듯 걷기 좋다. 결빙지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가마불폭포로 간다.

 

높은 직벽에 계단 길을 만들어 놓았다. 계단을 따라 얼마쯤 가다보니 쏟아지는 물소리, 서늘하게 불어오는 찬바람, 가마불폭포가 앞에 있다. 협곡을 타고 떨어져 내리는 두 개의 폭포가 양쪽에 있다. 하나는 협곡에서 떨어지듯 내려오고 반대쪽 오른쪽에 있는 폭포는 부드럽게 계단식으로 휘어져 떨어진다.

 

 

다시 천황사 앞이다. 오후 4시 5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결빙지로 가마불폭포로 올라온다.

 

천황사에서 가마불폭포까지는 18m, 결빙지까지는 130m이니 얼음골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계곡에서 놀아도 좋고, 이곳 천황사와 결빙지, 가마불폭포 구경해도 좋을 것 같다. 얼음골 주변엔 펜션, 민박집 등이 있어 여행,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얼음골 주차장에 도착, 오후 4시 30분이다. 이제 호박소로 간다. 얼음골주차장에서 호박소 주차장까지는 자동차로 5분도 채 안 걸린다. 호박소는 많이 알려진 곳인 듯 호박소계곡에도 찾은 사람들이 많다. 쉼 없는 계곡 물소리, 넓은 암반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소리 따라 호박소로 올라간다.

 

밀양팔경에 드는 시례호박소는 해발 885m의 백운산 자락 계곡에 위치하며 화강암 바위로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한여름 더위를 식히기에 안성맞춤이다. 백옥같은 화강암이 억겁의 세월동안 물에 씻겨 소(沼)를 이루었는데, 그 모양이 마치 절구의 호박같이 생겼다 하여 호박소 또는 구연(臼淵)이라 한다. 명주실 한 타래가 들어갔을 만큼 깊었다고 하는 얘기도 전해지며 오랜 가뭄이 계속될 때 기우제를 지내는 기우소였다고 한다.

 

늦은 오후에도 호박소를 찾는 사람들 발길은 계속 이어졌다. 오천평바위로 오르는 길이 바로 앞에 있었지만 등산으로 인해 힘이 빠진 상태라 그냥 나왔다. 가지산 가는 길에 보았던 얼음골이 잘 조망되는 길옆 포장마차 옆 넓은 공터에 야영하는 텐트를 펴고 라면을 끓여먹었다. 얼음골 깊고 높은 길이 바로 눈앞에 있다. 오늘 우리가 올랐던 얼음골 바위너덜길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다.

 

산행수첩

1.일시:2010년 5월 1일(토).맑음

2.산행: 남편과 함께

3.정상에서의 조망:탁월함

4.산행기점:밀양 얼음골 주차장

5.산행시간:7시간 10분

6.진해:밀양얼음골주차장(9:20)-천황사(9:45)-결빙지(10:00)-동의굴(11:05)-삼거리(12:00)-천황산(12:40)-하산(1:45)-너덜지대시작(2:25)-결빙지(3:30)-가마불폭포(3:45)-천황사(4:05)-얼음골주차장(4:30)

7.특징:①얼음골주차장: 주차료 무료

      ②얼음골 매표소 입장료:1,000원

      ③얼음골 옆 호박소:삼양교 밑 넓은 공터)-도로 양옆:텐트,야영 가능. 조망좋음

      ④결빙지: 해발 600m지점(봄에서 처서까지 3,000평 돌밭, 바위틈새 얼음 언다.


태그:#얼음골, #호박소, #가마불폭포, #천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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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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