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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학군주라는 말은 봉건제에서나 쓰는 말이다. 민주주의에는 맞지 않는 말이지만 나는 이  말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호학군주였다."

 

지난 4일 오후 7시 30분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특강' 네 번째 강사로 나선 이정우 전 정책실장(현 경북대 교수)은 노 전 대통령을 '호학(好學)군주로 정의했다.

 

노 전 대통령 임기시절 2년 동안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교수는 "다수의 보수파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상고밖에 안 나왔다고 비아냥거리는데 이는 내용을 가지고 따지는 게 아니라 껍데기를 가지고 평가한 것"이라며 "(노 대통령이) 실제로는 역대 대통령 중에서도 가장 '호학군주'에 가까운 대통령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가방끈이 짧아서'라는 말이 갖는 '악의성'을 지적하며 학벌이 곧 지성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의 솔직화법이 자주 구설수에 올랐던 것은 바로 한국정치가 갖는 단점이자 치명적인 약점이라며 소수파가 노론의 세상으로 들어가서 보수언론과 정당에 짓밟혔던 것이라고 말했다.

 

"학벌이 곧 지성은 아냐"

 

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돈 버는 변호사보다는 가난한 변호사를 선택하고, 부산에서 떨어질 줄 알면서도 출마를 강행했을까. 이 교수는 이를 이익보다는 인의를 추구했던 노무현 정신  때문이었다고 단언했다.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시절 재래시장을 방문하라는 주변 참모들의 권유에 "내가 그렇게 해 봤자 장사하시는 분들 시간만 뺐지 무슨 일을 하겠습니까. 그 시간에 정책을 만드는  게 맞습니다"라고 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인기영합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던 대통령으로 평가했다.

 

이 교수는 "결국 보수 쪽에서 말하는 가방 끈이 짧아서 학식이 부족하다는 말은 노 대통령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었다"며 "학벌과 지성은 전혀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벌이 높아도 지성이 없는 사람이 많고, 겉만 오만하게 거짓으로 가득 찬 고학력자도 많다"며 "2년 반 동안 노 전 대통령을 옆에서 봤지만 그의 뛰어난 학식에 놀랄 때가 많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시절 자신을 늘 학벌사회라는 바다에 떠 있는 외로운 배라고 말했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그만큼 학벌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생각을 펴고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많은 난관에 부딪혔던 것.

 

이정우 교수는 "노 대통령이 죽고 난 후 500만 명이 추모행렬에 동참했던 것은 비로소 우리 국민이 그가 떠난 후에 (그의) 진면목을 발견한 것"이라며 "머릿속에 책 생각만 있었던 분이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며 떠난 것이 못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했던 점,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았다는 점, 예순이 넘은 나이에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으면서도 의심을 받고 심문을 받게 되자 그것을 거부하고 죽음을 택했다."

 

이 교수는 노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중국 한 무제 때 부당하게 심문을 당하게 되자 "내 나이 예순이 넘었으니 심문에 답할 수 없다"며 바로 자결했던 이광 장군이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닮았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수 양제 대운하로 나라망친 것 반면교사 해야"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군주가 독재하면 백성이 이를 뒤집어도 된다는 것인데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보면 이 군주는 물의 무서움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이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의 '배와 물의 관계'를 인용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정면 비판했다. 그는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다'라는 중국전국시대 말기 사상가 순자(荀子)의 말에 빗대어 물이 배를 뒤집을 수도 있고 뒤집지 않을 수도 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을 바다에 떠 있는 외로운 배에 비유했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배가 언제 뒤집힐지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우 교수는 수나라 양제를 예로 들며 "수나라 양제가 대운하를 만들기 위해 세금을 무리해서 걷고 백성을 혹사시키는 바람에 나라가 망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수 양제를 반면교사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를 무시하고 거스르는 것만큼 위험한 일이 없다"며 이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역사 앞에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무엇인가를 얻으려했던 대통령으로 평가했다.

 

그는 강의 내내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노무현 대통령처럼 역사의 관심을 갖고 역사를 늘 생각하는 학도가 돼 주시기를 바란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참여정부 831부동산 정책은 경제정책 '정공법'"

 

진보적 경제학자의 대표주자격인 이정우 교수는 참여정부의 831 부동산 정책 등 경제정책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철저하고 근본적으로 올바른 부동산 투기를 잡는  '정공법'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정우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든 부동산 경기라도 불 질러서 인위적 경기부양을 하려고 말초적인 선심정책을 쓰고 있는데 그런 정책에도 불구하고 강남 집값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는 것은 참여정부가 해 놓은 '정공법'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미국 공황 등 세계적인 경제공황 속에서도 현재 우리나라 경제가 안정될 수 있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뚝심으로 버틴 경제정책 때문"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그 음덕을 톡톡히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효과가 높게 나타나는 현상은 세계적인 경제공황의 '반사효과'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이번 경제 위기는 외부잘못으로 온 것이기 때문에 이럴 때는 국민이 서로 결속하고 대통령을 밀어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전 정부가 책임감 있게 경제를 운영하고 다음 정부로 거품을 남기지 않겠다던 노 전 대통령의 철학이 반영된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는 11일에 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특강'에서는 양정철 노무현 재단 사무처장이 강사로 나선다.


태그:#이정우 , #수 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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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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