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호기심에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네요. 인터넷 채팅방에서 어떤 여자와 대화를 나누다가 '조건만남'하기로 했죠. 10만 원을 입금해 주었는데, 그 뒤에 취소하려고 하니 법인통장이기에 50만 원 단위로 돌려준다고 해서 40만 원을 더 입금해 주었죠. 대학생인데 생활비 다 사기 당하고, 부모님께 말씀도 못 드리고 난감해요."

"채팅 사이트에서 '조건만남'하기로 하고 20만 원을 입금했죠. 여성을 만나려면 보증금 30만 원을 추가 입금하라고 해서 했는데, 나중에는 교통사고 났다며 만날 수 없다고 하대요. 환불해 달라고 했더니 100만 원 단위로 가능하다며 50만 원을 더 입금해 달라고 하대요. 그래서 사기인 줄 알았죠."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여성과 '조건만남'을 약속하고 돈을 입금했던 남성들이 돈만 떼이는 사기를 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소장 최갑순)는 '조건만남'으로 사기를 당하는 남성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 관계자가 '조건만남'이 이루어지는 인터넷 사이트를 살펴보고 있다.
 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 관계자가 '조건만남'이 이루어지는 인터넷 사이트를 살펴보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인터넷에서 '성매매'를 유도한 뒤 돈을 가로채는 '신종 사기'라 볼 수 있다. 성매매일 경우 처벌받기에 신고도 못한다는 사실을 악용하고 있다. 환불을 요구하면 법인통장으로 50만 원 내지 100만 원 단위로 가능하다며 추가 입금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피해자들은 '조건만남'을 하기로 하고 연락처를 주고받은 뒤 인터넷뱅킹 등을 통해 쉽게 송금하고 있다.

여성인권상담소는 전화나 인터넷으로 상담한 사례가 4월 말부터 5월 초 사이 수십 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사기를 당한 남성들은 경남뿐만 아니라 서울, 경기 등 곳곳에 걸쳐 있다. 신고 내용에 의하면, 이 같은 신종 사기는 지난 3월부터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기 시작했다.

A씨는 지난 3월 14일 밤 11시경 인터넷을 하다가 '포토메일'로 조건만남 제안을 받은 뒤 20만 원을 송금해 주었는데, 그 뒤부터 연락이 끊겼다고 밝혔다. 그가 받은 전화번호는 국제전화로 되어 있었다.

"취소하려고 했더니 90만 원 추가입금하라고 해서..."

20대 후반인 B씨는 지난 3월 19일 자정께 채팅 사이트에서 성매매를 전제로 10만 원을 입금해 주었다. 그 뒤 그는 취소하려고 했더니 90만 원을 추가 입금하라고 해서 추가입금해 주었고, 다시 전화했더니 더 입금하라고 해서 사기라는 것을 알게 되어 상담소에 상담을 의뢰했다.

C씨는 지난 4월 23일 오후 10시경 채팅 사이트에서 조건만남을 하기로 약속하고 20만 원을 보냈다. 그 뒤 그는 여성을 만나는 데 보증금이 필요하다고 해서 30만 원을 더 보냈고, 전화했더니 여성이 교통사고가 나서 만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환불을 요구하자 법인통장이라 100만 원 단위로 가능하다고 해서 50만 원을 더 입금해 주었다는 것.

서울에 사는 30대 초반의 D씨는 지난 4월 말 인터넷에서 조건만남을 하기로 하고, 20만 원을 입금해 주었다. 여성을 만나지 못한 그는 다음날 정신을 차리고 은행에 지불정지를 요청했지만 이미 지불된 상태였다. 처음에는 여자가 나서서 대화하다가 나중에 환불을 요구하면 다른 여성이나 남성이 나와 '환불이 안 된다'거나 '돈을 더 보내라'고 한다는 것.

군인이라고 밝힌 E씨는 인터넷을 하다가 '3시간에 15만 원'이라고 해서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고 대화를 나눈 뒤 입금해 주었다. 그는 "입금한 지 1시간이 지나도 전화가 오지 않아 전화를 해서 '안 하겠다'고 하면서 환불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50만 원 단위로 환불된다며 35만 원을 더 내라고 했다"고 밝혔다.

여성인권상담소에 따르면 같은 수법으로 피해를 본 남성은 20대 대학생부터 30대, 40대, 50대까지 다양하다. 대학생을 상대로는, 돈이 많지 않다는 점을 알고 처음에 5만 원 입금을 요구했다가 환불을 요구하면 법인통장이어서 50만 원 단위로 돌려받을 수 있다며 더 입금할 것을 요구한다는 것. 같은 수법으로 경남에 사는 직장인 F(26)씨는 750만 원까지 피해를 봤다고 여성인권상담소에 알려왔다.

 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 최갑순 소장(오른쪽)은 인터넷에서 성매매를 유도하며 '조건만남'을 하려는 것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 최갑순 소장(오른쪽)은 인터넷에서 성매매를 유도하며 '조건만남'을 하려는 것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피해자들이 송금한 통장번호를 보면 여러 시중은행이 포함돼 있으며, 통장 개설자 이름도 여러 개다. 피해자들이 여성 등과 통화했던 전화번호 중엔 국제전화번호도 있고 인터넷전화번호도 있다.

피해자들은 돈을 돌려받지 못해 억울해 하고 있다. 여성인권상담소 홈페이지를 비롯해 인터넷에는 피해자들이 올려놓은 글이 많다.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하는 대학 2학년인데, 분명히 제 잘못으로 시작된 것이지만 억울해 죽겠다."
"이런 만남은 한번도 안 해 봤고 너무 호기심도 많고 여자 사진을 보니 너무 예뻐 대화하다 돈을 보냈는데, 성매매로 처벌받을까 겁도 나고 돈도 돌려받을 수 없어 걱정이다."
"인터넷하다가 20만 원에 5시간이라 해서 호기심이 발동해 20만 원을 보냈는데, 돌려받지 못해 신고하겠다고 했더니 '같이 죽는다'고 하더라. 다시는 이런 짓 안 할 거다."

최갑순 소장은 "피해자들은 억울하다고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사기를 당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남자도 피해자인데, 성에 대한 상품화가 문제다"면서 "피해자가 점점 늘어나고 피해금액도 많다. 경찰에 이미 알려 놓았는데 단속뿐만 아니라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예방을 위해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신종 사기 수법... 성매매와 같은 처벌 받는 게 아니기에 신고해야"

신영숙 경찰청 경감은 "신고를 받고 분석 중이다. 성매매를 조건으로 돈을 보낸 것이라 신고하면 처벌된다고 보고 신고를 꺼리는 것 같은데, 이 경우는 사기에 해당하기에 성매매로 처벌을 받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 '보이스피싱'처럼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 여자 한 명이 하는 게 아니라 사장과 남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환불을 위해서는 추가입금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신종 사기'라 볼 수 있다"면서 "신고 사례를 보면 대여섯 번 추가 입금하거나 심하면 10차례 입금하기도 했다.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