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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학 교수
 서보학 교수
ⓒ 서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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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들은 대한민국에서 사실상 치외법권 지역에 놓여 있다. 판·검사를 포함, 고위공직자 비리를 전담 수사하는 부처가 반드시 필요하다.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의 부도덕한 행위를 수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고비처) 신설은 필수불가결이다."

'검사와 스폰서' 파문의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스폰서 검사 의혹 규명'을 위한 진상규명위원회가 구성됐지만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진상조사단이 현직 검사들로 구성됐고, 진상조사위원장은 헌법 전공자라 검찰에 대한 전문성이 없을뿐더러 위원들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진상조사위원회는 결과적으로 검찰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며, 검찰과 정부가 제대로 된 검찰개혁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이번 기회에 고비처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끊임없이 검찰개혁의 제도적 방안으로 고비처 신설을 요구해 온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의 서보학 실행위원(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형사법 전공)은 29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진상조사위원회 방식으로는 절대로 검사의 스폰서 문제를 규명할 수 없을 것"이라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같은 근본 처방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랑하는 제자? 관행? 진상조사위원회로는 진상조사 안 될 것"

서보학 교수는 "지금까지 검찰이 보인 행태를 보면 자기조직의 구성원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대단히 관대하게 처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이번 일로 검찰이 크게 개혁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비관했다. '진상조사위원회' 같은 방법으로는 아무리 해도 명쾌한 조사결과를 내놓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어 서 교수는 "성낙인 위원장(헌법 전공)은 물론 위원들도 형사사건 혹은 검찰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분들이 이면에 숨겨진 추악한 검찰의 행태를 제대로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서 교수는 "성 위원장이 '관행' '사랑하는 제자' '사랑하는 후배' 등 온정주의적 발언을 한 것을 보면서 이렇게 접근하는 분이 과연 검찰 내부의 썩은 환부를 제대로 도려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서 교수는 "검찰 내부에 왜 이런 스폰서 문화가 생기는지 근본 원인을 밝혀서 수술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검찰이 자체 수사권, 경찰수사에 대한 지휘권, 기소권, 기소재량권까지 갖고 있는 등 너무 많은 권한을 갖고 있는 걸 조정하는 방식으로 제도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그는 "스폰서 문화를 근절하려면 제일 먼저 검사의 권한을 제한시키고, 감시와 견제가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래서 검사들이 권한남용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사들의 독점적 권한이 사라지면 스폰서 문화도 근본적으로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음은 서보학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스폰서 검사들에게 왜 포괄적 뇌물죄 적용 안 하나?"

- '스폰서 검사 의혹' 진상규명위원회가 27일 첫 회의를 열고 활동을 본격화 했다. 잘 될까.
"진상조사위원회가 있지만 실제 조사는 진상조사단에서 한다. 진상조사단은 현직 검사 5인으로 이뤄져 있다. 지금까지 검찰이 보인 행태를 보면 자기조직의 구성원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대단히 관대하게 처리해왔다. 이번 일이라고 크게 달라질지 의구심이 든다.

성낙인 위원장(헌법 전공)은 물론 위원들도 형사사건 혹은 검찰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분들이 이면에 숨겨진 추악한 검찰의 행태를 제대로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성 위원장은 '관행' '사랑하는 제자' '사랑하는 후배' 등 온정주의적 발언을 쏟아냈다. 이렇게 접근하는 분이 과연 검찰 내부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것으로 파악되는 썩은 환부를 제대로 도려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한 건설업체 대표가 수십명의 검사들에게 금품, 향응을 접대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공안부장검사회의에서 김준규 검찰총장과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한 건설업체 대표가 수십명의 검사들에게 금품, 향응을 접대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공안부장검사회의에서 김준규 검찰총장과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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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내부에서 관행으로 굳어진 스폰서문화가 이번 기회에 척결될 수 있겠나.
"진상조사 활동을 통해 검사 스폰서 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실태를 밝혀낼 수 있을까 그것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검사들이 그동안 스폰서 문화에 깊이 젖어 있었고 아무런 죄의식 없이 그 문화를 누려왔는데,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으로 크게 달라질까? 아니다.

왜 이런 스폰서 문화가 생기는지 근본 원인을 밝혀서 수술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스폰서 문화가 생기는 까닭은 검찰이 너무 많은 걸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자체 수사권, 경찰수사에 대한 지휘권, 기소권, 기소재량권까지 갖고 있다. 검찰이 너무나 많은 재량권을 갖고 있고 또 독점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합법과 불법을 넘나들며 일하는 사람들이 계속 검사와 안면을 트고 싶어 하는 게다.

따라서 스폰서 문화를 근절하려면 제일 먼저 검사의 권한을 제한시키고, 감시와 견제가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검사들이 권한남용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검사들의 독점권한이 사라지면 스폰서 문화도 근본적으로 줄어들게 될 것이다."

- 고비처 신설이 검찰개혁의 제도적 방안이라고 생각하나.
"그렇다. 고비처가 꼭 필요한 이유가 이번에 드러났다. 단순 '스폰서'가 아니라 검사가 뇌물을 받은 사건이다. 당연히 뇌물죄를 적용해야 한다. 검사들이 항상 주장하는 것처럼 '포괄적 뇌물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가 이번에 드러난 거다.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하면 상당수 검사들은 수뢰죄를 적용받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검찰 구성원의 비리를 자체 검사들이 '감찰'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으로 밝혀낼 도리가 없다. 경찰은 검사들로부터 수사지휘를 받기 때문에 검사들의 비리사건을 수사할 수 없다. 다른 기관도 검사들을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검사들은 대한민국에서 사실상 치외법권 지역에 놓여 있다. 따라서 판사, 검사를 포함한 고위공직자 비리를 전담해서 수사할 수 있는 부처가 반드시 필요하다. 검찰조직은 그 어떤 조직보다 직무윤리와 도덕성이 요구된다. 그런데 이번에 상당히 부도덕한 게 드러났다."

- 그밖의 방안은 없나.
"검경 수사권 조정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검사나 검찰청 비리는 경찰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상호 견제와 감시가 이뤄질 수 있다. 거대한 검찰조직 비리를 건드리지 못하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고비처가 신설된다면 주로 어떤 대상을 수사해야 한다고 보나.
"대통령이나 청와대에 근무하는 1급 이상의 고위공무원들, 국회의원,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장차관급 이상의 고위관료, 판검사, 고위경찰 등이 모두 고비처의 수사대상이 돼야 한다. 또한 그들의 범죄와 연관된 공범들도 포함된다. 사업가나 대통령의 친인척들이 모두 수사대상이다.

국회의원이나 광역자치단체장을 검찰이 수사하면 늘 정치적 시비에 휘말린다. 그런데 고비처가 신설되면 그런 정치적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줄어든다. 독립적인 지위를 갖는 조직에서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수사해야 정치적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런 점에서는 검찰도 부담을 더는 격이다. 그동안 고위공직자 관련된 범죄수사도 검찰 특수수사부서에서 독점해왔는데 그런 독점이 깨지게 되는 거다.

검찰이 특수수사 분야에서 모든 정보를 독점하기 때문에 생기는 폐단도 있다. 검찰의 필요에 따라 파일을 열어 수사를 하는 것 말이다. 그러니 검찰의 권한이 점점 세진다."

"대통령 등 고위공직자 수사할 전담수사처 마련돼야"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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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비처가 신설돼도 수사는 현직 검사들이 하는 건가. 
"아니다. 고비처가 신설되면 절대로 현직 검사나 경찰이 파견돼서는 안 된다. 예전에도 사안별 특검을 보면, 모두 파견직 검사들이 수사했다. 그런데 이들은 독립돼 수사하는 게 아니라 특검의 수사방향을 검찰 내부에 흘리고 방해하는 식의 활동을 한다고 들었다. 특검 내부의 수사정보가 흘러들어가면 결과적으로는 특검의 수사를 방해하는 꼴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따라서 전직 검찰 출신은 괜찮겠지만 현직은 절대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 수사의 전문성이 없는 사람들이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캐낼 수 있겠나.
"검찰의 수사 노하우는 결국 자백을 받아내는 건대 그건 앞으로 피해야 할 수사관행이다. 압수수색 영장 받아 증거물을 찾는 등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 국제적 기준에 맞는 방식으로 수사해야 한다. 처음에야 어렵겠지만 경험이 쌓이면 얼마든지 전문적인 수사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다. 현직 검사의 관여는 처음부터 철저하게 배제해야 한다."

- 고비처를 대통령 산하 기구로 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목소리도 있다.
"그건 절대 안 된다. 국가인권위원회처럼 독립기구화 해야 한다. 고비처의 장은 추천위원회를 따로 구성해서 분야별로 2배수, 3배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인사나 예산은 철저하게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수사하는 곳은 아니었지만 과거에도 부패방지위원회가 있긴 했다.
"국민권익위원회로 통폐합됐는데 지금은 뭘 하는 조직인지조차 모르겠다. 부패방지위원회가 청렴위원회로 바뀌었다가 통합됐는데, 실제 그때도 청렴위원회에 조사권이 없었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부패비리사건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없었다.

이때도 검찰이 계속 반대해서 조사권을 갖지 못했다. 검찰로서는 조사권이 청렴위원회로 넘어가면 사실상 검찰과 청렴위원회가 경쟁하는 구도가 되니까 특수수사의 독점을 잃게 된다. 그러니까 계속 반대했었다.

검찰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반대했었다. 당시 부패방지위원회가 부패방지정책을 수립하고 권고하는 기능을 갖고 있기는 했는데, 그마저도 MB정권 이후에는 제대로 안 되고 있다. MB정권은 부패방지에 상당히 정서적 거부감이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부패방지 활동을 축소했다. 권리구제와 부패방지는 전혀 다른 분야인데 MB정권이 이걸 하나로 합쳐놔서 지금은 국민권익위원회가 뭘 하는 조직인지도 알 수 없는 수준이 됐다.

끝으로 고비처를 만든다면 비리사건에 대한 기소권도 당연히 줘야 한다. 고비처가 수사를 다 해놨는데 검찰이 기소를 안 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는 수사 안 한다"

한 건설업체 대표가 수십명의 검사들에게 금품, 향응을 접대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설치된 조형물 '진실의 눈'에 비친 청사 모습.
▲ '진실의 눈'에 비친 일그러진 검찰 한 건설업체 대표가 수십명의 검사들에게 금품, 향응을 접대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설치된 조형물 '진실의 눈'에 비친 청사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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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비처 신설은 10년 전부터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금까지 안 되는 이유는 뭔가.
"청와대와 여당의 부담때문에 못 만들었다.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는 수사와 기소를 하지 못한다. 그러나 만일 고비처가 신설되면 그 첫 번 타깃이 누구겠나. 당연히 집권여당과 청와대, 정부다. 그러니까 정부여당과 청와대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검찰도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가 특수 분야를 사실상 전문으로 하는 독립적인 수사기관이 생기면 일류를 빼앗긴 2류가 된다. 고비처가 생기면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한명숙 전 총리를 그렇게 수사해서 자기들의 위세를 과시할 수 있겠나."

-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정부가 추진하지 못했던 고비처를 신설하겠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 그리고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든다면 공정한 수사도 안 되고 기소도 못하게 된다. 그러면 그야말로 옥상옥이다. 그렇게 할 거면 차라리 안 만드는 편이 낫다."


태그:#스폰서 검사,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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