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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수요일 2시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에서 '언론과 권력, 민주주의' 라는 주제로 정연주 KBS 전 사장의 강연이 열렸다. 이번 강연은 동아대 동아리연합회, 좋은대학만들기운동본부, 부산지역대학생유권자연대에서 주최하였다.

 

"2010년 한국 사회는 경직된 사회 아닌가?"

 

 

"현재와 과거의 역사를 분석하는 키워드 네 가지가 있습니다. 닫힌사회와 열린사회, 불평등과 평등, 획일성과 다양성, 타율과 자율 등 이 네 가지만 있으면 현재 우리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있습니다."

 

정연주씨는 과거와 현재의 역사를 분석하는 키워드 네 가지를 제시하며 청중들에게 이명박 정부는 어떤가 라고 물었다.

 

"현재 이명박 정부는 열린사회를 지향 합니까? 2008년 촛불 시위 때 명박 산성, 김제동/윤도현 방송 퇴출 등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만 옳다고 하는 경직된 정부 아닌가요?"

 

이명박 정부의 경직성에 대해 지적을 하며 현재 21세기 디지털 혁명의 시대를 거스르는 정부라고 말했다.

 

"최근 10년을 보면 디지털 혁명이라고 해서 누구나 다양한 의견을 인터넷, 휴대폰 등의 통신을 통해 전국에 많은 사람들과 신속하게 나눌 수 있는 사회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과거에 폐쇄적, 배타적, 독점적인 경직된 사회로 되돌아가자고 하고 있습니다."

 

"참 평등은 사회적 약자가 기본 권리를 보장 받는 것"

 

2010년 한국 사회의 경직된 모습을 지적하고 난 후 정연주씨는 평등의 문제에 대해 KBS 전 사장 때의 얘기를 하며 더 구체적으로 얘기 하였다.

 

"1960년대 베트남 전쟁 이후 미국에서는 'afformative action' 번역하면 약자 보호 장치가 제도화 되었습니다. 이 정책 중에 사회적 약자에게 혜택을 주는 할당제에 대한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미국의 'afformative action'을 언급하며 KBS 사장일 때 이 제도를 부분적으로 도입했다는 얘기를 하였다.

 

"신입사원을 뽑을 때 약자 할당제를 도입해봤습니다. 1차 심사를 통과한 모든 지원자들의 학벌, 지연, 가족, 영어능력, 국어능력 등은 2차 시험에서는 모두 무시했습니다. 코미디 PD가 영어를 잘할 필요는 없잖아요?(웃음) 그리고 지역 PD, 기자, 아나운서를 채용할 때는 그 지역 대학생을 우선으로 뽑았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제가 이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명문대 10개 대학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했는데, 그 해에는 46개의 대학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하게 되었어요. 이런 사태가 벌어지니 총장 한 분이 찾아와서 자신의 학교 학생들이 지난번과 달리 너무 KBS에 취직이 안되었다고 항의를 하러 왔더라구요. 근데 전 오히려 잘 된 거 아니냐고 하며 그 분을 돌려보냈습니다."

 

"언론은 정권의 나팔수가 아니다"

 

 

"70년에 동아일보에 입사를 하였습니다. 그 당시 이 사회의 거짓을 밝히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라 생각하며 일을 시작했습니다. 근데 선배들의 분위기는 그게 아니었어요. 오히려 선배들은 저희가 왜 이런 곳 입사 하였냐고 화를 내셨습니다. 당시 박정희 정권의 유신 1년차라서 언론의 자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선배들은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언론의 모습에 절망과 체념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이런 삶을 후배들이 살아야 하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 저희들에게 화를 내셨던 거였습니다. 오죽했으면 모교의 후배들이 학교에서 데모를 하며 농성하고 있는 건물 앞에 '개와 기자는 접근 금지' 라고 써져 있겠습니까? 그 당시는 언론이 사회의 공론장 역할을 못했습니다."

 

강연자는 70년대 언론인으로 한국 사회를 살아갔던 얘기를 하며 군부정권 시대의 언론은 정권의 외압 때문에 자유로운 글을 쓸 수 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87년 민주화 투쟁 이후 언론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얘기했다.

 

"87년도 민주화 투쟁 이후 한국 사회가 바뀌기 시작했어요. 언론 역시 조금씩 바뀌고 있었어요. 1995년 조선일보 노동조합 신문(=조선노보)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그 당시 조선노보에서 신문의 편집권 독점되어 있는가 라는 여론조사를 진행했습니다. 54%가 그렇다고 얘기 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라고 물었더니 조합원의 2,9%만이 정치권력이라고 하고 62.4% 경영진과 사주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경영진과 사주의 권력이 강화 된 것은 사실이지만 옛날과 같이 정치권력의 힘이 아주 미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예전과 같이 정권의 나팔수는 아니다라는 겁니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언론의 자유가 훼손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09년 9월 9일 한국언론재단에서 현직기자에게 여론조사를 했었습니다. '현재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요인은?' 라는 질문에 30%가 정치권력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한겨레에서 국민들을 대상으로 작년에 여론조사를 했는데 '언론의 자율성이 지켜지고 있습니까?' 라는 질문에 44% 이상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습니다. 또 '국경없는기자회' 라는 단체에서 언론자유순위를 매년 발표하는데 2005년 34위였던 한국의 언론이 2009년에 69위로 밀려났습니다. 언론이 정치권력의 압박을 많이 받게 될수록 사회의 공론장의 기능을 할 수가 없습니다."

 

"어둠의 시대를 밝힐 주인공은 여러분입니다"

 

마지막으로 강연자는 현재와 같은 어두운 시대를 밝힐 주인공은 20대, 바로 이 강연을 듣고 있는 청중이라고 말했다.

 

"20대 여러분이 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옛날 저희 때처럼 화염병을 던지고 온몸을 바처 싸우라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생활 속에서 작은 실천을 하자는 것입니다. 소수를 위한 나쁜 정당, 신문, 방송을 보지 않고, 인터넷에 자신이 생각을 올리고, 촛불집회에 작게나마 하나의 촛불을 더 하는 것, 주위 사람들과 꼭 선거 투표하러 같이 가기 등 우리 주위를 살펴보면 작은 실천은 아주 많습니다."

 

그리고 시대를 앞서 살았던 선배로써 대학생들에게 강연자는 다섯 가지 조언을 해주었다.

 

"대학시절에 고전을 많이 읽으세요. 그것이 나중에 자신의 지식과 삶에 큰 보탬이 됩니다. 그리고 다양한 세상을 볼 수 있는 여행을 많이 다니시고, 좋은 친구,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세요. 또 적어도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되고, 원 없이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도 해보세요. 마지막으로 이런 삶을 살다가도 힘들 때가 있으니 그때마다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라는 시를 꼭 기억해주세요. 그리고 6월 2일 지방선거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꼭 투표하세요."

 

도종환 /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경남도민일보에도 보낼 예정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연주,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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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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