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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의 모델은 서울의 한강이다. 콘크리트 축대로 정돈하고, 보를 세워 물을 채우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서울 한강에 사는 물고기, 곤충, 새들은 주변보다 왜소하고 종류도 적다. 바로 환경 탓이다. <오마이뉴스> <서울환경연합> <대한하천학회>는 모래밭, 여울, 숲이 있는 한강을 제안하고자 연속기획을 마련하였다. 기획에는 토목, 사회, 역사, 도시계획 등의 전문가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편집자말]
한국에는 1만 8천여 개의 댐이 있고, 하상침식을 막는 낙차공 같은 시설들까지 포함하면 전국 하천구조물만 3만 4천여 개에 달한다. 한국의 하천 길이가 약 6만 5천km임을 감안하면, 3.6km마다 댐이, 2km마다 하천구조물이 건설되어 있는 셈이다.

이러한 횡단구조물은 하천유량과 수질은 물론 수생 생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하천의 흐름, 온도, 서식처, 경관 등의 훼손과 변화를 야기한다. 지난주 박창근 소장이 지적한 낙동강 하구언, 영산강 하구언의 사례는 댐의 부정적 영향을 잘 보여준다. (한강 똥물의 주범은 '잠실'과 '신곡')

4대강 사업의 16개 댐은 모두 '대형'
댐(Dam)은 하천에서 수위를 유지하거나 생활용수 및 농업용수를 취수할 목적으로 하천에 조성한 크고 작은 횡단구조물이다. 규모에 대한 기준이 따로 있지 않으므로, 하천을 횡단하는 구조물은 그 크기에 상관없이 댐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보(洑)는 농업용 소규모 저류시설을 의미하는데, 법률 등에 근거가 있는 개념은 아니다.

국제대댐협회(International Commission on larges, ICOLD)는 댐 중에서 높이 15m 이상의 것들을 '대형 댐'으로 규정하고, 10∼15m사이라도 길이 500m·저수용량 100만톤·방류량 2000톤/초 기준 중 하나 이상 초과할 경우를 '대형 댐'이라 한다.

정부는 4대강 사업에 세우는 16개의 댐을 '보'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들은 국제대댐협회의 기준에 의해 모두 '대형 댐'에 속한다.

최근 들어 댐들의 수명이 다하거나 용도가 사라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국에서도 매년 농업용 댐 50~150개가 농경지의 용도 변경, 토지이용의 변화, 외부 수리 시설의 이용, 시설 노후화 등으로 폐기되고 있다. 농업용 외에도, 남한강 상류의 도암 댐은 수력발전용으로 만들었으나 수질오염과 환경피해 때문에 가동을 중단하고 있고, 한강의 신곡보와 잠실보도 기능이 거의 없는 상태다. 하지만 이들 시설들은 대부분 방치되어 있다.

반면 외국의 경우에는 기능이 다한 댐이나 하천 시설물을 철거하여 하천생태 통로를 확보하는 등 하천복원을 추진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은 650개 댐 철거...최근엔 대형 댐 철거 활발

미국에서는 1912년부터 지금까지 총 650개 이상의 보나 댐을 철거하였다. 이들 중 자세한 기록이 있는 364개 중에서 높이 15m 미만의 구조물이 93%에 해당하는 338개를 차지한다. 특히 댐 철거는 1990년대부터 하천의 흐름이나 물리적, 생물학적 기능을 회복시키는 수단으로 자주 다루어지고 있다. 과학자들에 의해 생물종과 서식지 관리에서 하천의 중요성이 밝혀지고, 하천의 다양한 기능들이 확인된 결과였다. 

또한 미국의 많은 댐들이 수명을 다하면서, 보수 또는 재건축을 필요로 하게 된 것도 주요 원인이다. 댐들의 수명은 보통 50년으로 설계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댐들의 안전과 관리에 문제들이 생기게 된 것이다. 더구나 기후 변화 때문에 하천의 기능이나 관리 방법에 대한 수문학의 인식변화가 생기면서, 물 관리와 생태계에 대한 댐의 영향을 다시 따져보게 된 것이다. 

미국 댐 해체 장면들.
 미국 댐 해체 장면들.
ⓒ 아메리칸리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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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3개 주에서 댐 철거에 대한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데, 기록이 많은 주는 위스콘신(73개), 캘리포니아(47개), 오하이오(39개), 펜실베이니아(38개), 테네시(25개) 등이다. 목적별로는 음용수로부터 수력 발전, 치수, 및 레크리에이션용으로 구분되며, 구조별로는 흙댐, 콘크리트댐, 중력식 댐, 사석식 댐, 목재틀 댐 등으로 나뉜다. 여기에는 공유 댐과 사유 댐이 모두 포함돼 있다.

과거에는 미국에서의 댐 철거도 소형과 제방고가 낮은 댐 위주로 이루어져왔다. 하지만 2008년, 오리건 주 샌디 강에 있는 마멋 댐(Marmot, 높이 14m)이 철거되면서 이런 경향이 깨지는 추세다.

마멋댐 해체.
 마멋댐 해체.
ⓒ 아메리칸리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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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부터 철거가 검토 중인 대형 댐은 사우스캘리포니아 주 벤투라 강의 마틸리하(Matilija) 댐, 워싱턴 주 엘와(Elwha) 댐과 글라인스 캐니언(Glines Canyon, 엘와 댐 상류) 댐, 콘디트(Condit) 댐 등이 있다. 또 미 공병대에 의해 스네이크 강에 건설된 4기의 대형 댐(아이스하버, 로어 모뉴멘털, 리틀 구스, 로어 그래나이트), 클래머스 강에 있는 패시피콜프 사 소유의 4개의 사유 댐, 카멜 강의 산 클레멘테(San Clemente) 댐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댐에 대해서도 철거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에 있어서는 댐 및 그 장기적 가치에 대한 견해가 분명하게 바뀐 것이다.

미 ASDSO(The Association of State Dam Safety Officials)에 의하면 미국 내 댐 1만 127개가 '대단히 위험한' 상태다. '대단히 위험한' 상태의 댐이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인명사고를 초래할 수 있는 댐이다. 이들 댐 중에서 1333개는 연방 댐 안전당국에 의해서도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분류돼 있다. 또 미 토목학회도 미국 전역의 댐들을 조사한 후 높은 비율로 댐들이 파손되었거나 위험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댐 철거하니 한 달 만에 산란기 어류 돌아와

더구나 기후변화는 위험을 가중시킨다. 미국 중동부에서 2008년 5월과 6월에 큰 홍수가 발생했는데, 이들은 근래에 극단적으로 증가한 강수량에 의한 것이었다. 이러한 현상이 지구온난화의 탓이라고 직접 말할 수는 없지만, 지구 온난화가 극단적인 기상현상을 발생시키는 조건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와 관련한 미 육군공병단의 경고는 매우 현실적이다.

"우리는 과거 기후모델에 의한 예측보다도 훨씬 더 크고 빈번하게 발생하는 홍수의 계통적인 패턴을 경험하고 있다. 상류의 댐이나 제방은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안전을 제공하고 있지 않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 내에서는 홍수 피해도 크게 늘었다. 농업, 기간 시설, 항행 설비나 주거지 등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 수 만개의 댐을 세웠음에도 결과는 심각하다. 홍수를 제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댐들은 큰 강수량, 폭풍우 또는 하천의 유출량을 저수지에 가두어서 수량의 변동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댐이나 제방은 시민들의 안전의식을 왜곡시켜, 이전에 범람원이었던 곳에 주거지, 공장지대, 기간시설 등의 밀집을 불러왔다. 홍수 때문에 범람원을 개발했지만 홍수 피해가 더 커지게 된 것이다. 이는 한국에서 지난 수십 년 간 수백조의 예산을 치수에 투자하였음에도 홍수 피해가 늘어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양영석 박사가 그린 해일피해 경로. 루이지애나 주립대 양영석 박사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가 컸던 것은 뉴올리언스 시가 저지대 범람원에 건설되었고, 운하(MRGO)로 해일이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양영석 박사가 그린 해일피해 경로. 루이지애나 주립대 양영석 박사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가 컸던 것은 뉴올리언스 시가 저지대 범람원에 건설되었고, 운하(MRGO)로 해일이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 양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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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철거는 물리적, 화학적, 생태학적, 사회적 및 경제적인 영향 등 다양한 영향을 가져온다. 우선 하천의 물리적, 기능적 환경이 안정되는데, 하천주변에 습지가 재생되고, 수계의 생태계가 급속히 복원된다. 또한 상류와 하류의 하천생태계가 다시 연결됨에 따라 흐름이 자연스러워지고, 하류의 퇴적물 관리가 개선된다.

캘리포니아 주 뷰트 크리크에서, 메인 주 Souadabscook 강에서, 아이다호 주의 클리어워터 강 등지에서 댐 해체 이후 다시 하천으로 돌아온 어류들을 발견할 수 있다. 강은 매우 역동적이고 회복력이 강해서 Souadabscook 강의 경우, 댐이 해체되고 한 달 만에 산란기 어류들이 돌아오기도 했다. 댐의 철거는 댐의 수리 및 유지비 절감, 생태계의 복원, 하안(河岸)지역의 재활성화, 지역 어업 수입의 증가, 수질개선과 비용의 절감 등,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냈다.

일본도 '댐에 의존 않는 치수'로 정책 전환...프랑스도

일본에서도 노후화한 댐들이 지진이나 이상 기후에 의해 2차 재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현재까지 농업용수 취수용 보 326개가 철거 되었다.

일본 야스오카댐. 토사가 쌓여 기능을 못할 뿐 아니라 상류의 홍수를 야기해 철거논란이 한창이다. 우측 하단 야스오카댐 기념우표. 국가적 관심 속에 준공됐음을 보여준다.
 일본 야스오카댐. 토사가 쌓여 기능을 못할 뿐 아니라 상류의 홍수를 야기해 철거논란이 한창이다. 우측 하단 야스오카댐 기념우표. 국가적 관심 속에 준공됐음을 보여준다.
ⓒ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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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라세 댐. 2010년~2015년에 철거가 이뤄질 예정이다.
 일본 아라세 댐. 2010년~2015년에 철거가 이뤄질 예정이다.
ⓒ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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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와이 댐(Awai, 센다이가와 수계, 발전 및 농업용)은 2007년 철거가 결정되었고, 토도로키 댐(Todoroki, 요도가와 수계, 발전댐), 야스오카 댐(Yasuoka, 높이 50m), 미즈키 댐(Mizuuchi, 높이 25m) 등도 철거 예정이거나 철거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구마모토 현 구마가와 수계의 아라세 댐(Arase, 높이 25m, 총 저수용량 1014만 m3)은 2010년~2015년 사이에 철거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구마모토 현 홈페이지, 일본판 위키피디아 참조).

프랑스 루아르 강 비건 댐 철거장면. 철거 전 - 폭파 - 철거 직후- 8주 후.
 프랑스 루아르 강 비건 댐 철거장면. 철거 전 - 폭파 - 철거 직후- 8주 후.
ⓒ 리버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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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뿐만이 아니라, 일본의 치수정책이 '가능한 한 댐에 의존하지 않는 치수'로 정책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일본 국토교통성 하천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댐에 의한 치수에 한계가 있음을 선언하는 것으로서 우리나라의 치수정책의 방향을 결정할 때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에서도 댐 철거는 생태복원과 하천의 지속가능한 이용방안으로 진지하게 추진된다. 1994년 시작한 "자연스런 루아르 강 계획"(Loire Grandeur Nature)이 대표적인데, 발전용으로 이용되던 비간 지역의 댐에 대해 사용 면허를 중지시키고 복원을 결정한 것이다. 소유주였던 프랑스 전력이 700만 프랑의 비용을 대부분 부담했고, 불과 1년이 지나지 않아 생태계가 복원되고 연어 산란 터가 발견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4대 강에만 대형 댐! 우리 정부, 부끄럽다

하천복원은 앞으로 상당한 기간에 걸쳐서 환경문제의 주요한 의제로 될 것이 확실하다.

댐 철거는 댐의 노후화와 유지관리의 어려움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하천이나 하구부의 재생(복원)사업에서 실현가능한 중요한 대안이 되고 있다. 하구부와 상류의 서식지를 포함하여 하천과 그 역동적인 집수구역과의 관계, 생태계의 복원과 수생생물의 지속가능성 에 대한 혁신적이고 통합적인 관리에 댐이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하천생태계의 회복을 위해 댐 철거가 전향적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후화된 하천구조물(댐 등)을 철거해 생태계의 가치를 되살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댐의 기능이 부분적으로 남아있는 경우조차도 댐 철거를 시도하는 사례들도 생겨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강을 살리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16개에 이르는 다량의 하천구조물(댐)을 설치하려는 4대강 사업은 세계의 흐름과 반대에 있다. 게다가 대형 댐을 세우면서 이를 보라고 부르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허재영은 대전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입니다.



태그:#댐, #미국, #일본,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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