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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능희 PD "한나라당이 검찰 개혁해야"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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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 검사'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 등 야4당은 27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 회의에서 검찰의 진상규명위 활동을 신뢰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하고 함께 '스폰서 검사' 특검법을 제출했다.

 

이날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일부 여당 의원까지 합세해 '스폰서 검사' 특검을 요구한 데 진땀을 뺐다.

 

그러나 이 장관은 "시효가 지나도 인사 등 조치를 하겠다"며 "검찰 내부에서 특검보다 더 혹독하게 할 예정이니 지켜봐 달라"고 강변했다.

 

정리하자면, '스폰서 검사' 파문과 관련해 정치권은 특별검사제 도입을 놓고 서로 줄다리기를 하고 있고 당사자인 검찰은 "스스로 개혁하겠다"며 "믿어달라"고 읍소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일부 전·현직 검사를 도려낸다고 해 검찰이 완전히 개혁됐다고 생각하는 이는 적다. 그동안 검찰의 잇따른 정치적 기소로 고생을 한 야당은 이번 기회에 사법제도개혁특위를 통해 검찰을 개혁하겠다고 단언하고 있다.

 

같은 날 오후 진보신당 주최로 국회 의정관에서 열린 '부패한 검찰 : 검찰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에 참여한 이들도 현 검찰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그러나 이를 추동하는 이는 정치권이 아닌 표를 쥔 유권자, 국민이라는 데 방점이 찍혔다. 

 

영화 <대부>와 같은 오늘날의 검찰, 정치 개혁과 선행돼야 성공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 논의되는 검찰 개혁 과제들이 국민의 정부 당시 구성됐던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논의됐던 과제와 똑같다"고 말했다.

 

당시 실무위원으로 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11년 전 얘기했던 것이 지금까지 하나도 변하지 않았고 그것이 검찰 개혁의 과제로 남아있다"며 "대한민국 법치가 이렇게 정체 상태에 빠져 있다는 생각에 서글프다"고 토로했다.

 

한 교수는 오늘날의 검찰 권력을 "가장 전근대적이고 가장 가부장적이고 가장 권위주의적인 권력"이라고 규정하고 그와 관련된 일화도 함께 소개했다.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이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만경대 필화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을 때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이 이에 반발, 자진사퇴했다. 그때 천 전 장관에게 한 검사가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에는 '아버지와도 같은 검찰총장이 사퇴했는데 법무부장관 너는 성할 것 같으냐'라고 적혀 있었다. 이것이 검찰의 현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영화 <대부>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었다. 한 교수는 이어 ▲법무부와 검찰의 분리 ▲고등검찰청 폐지 및 대검찰청 조직 축소 ▲검찰 인사위원회 및 감찰위원회 개방 ▲검사장 주민선출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국민권익위원회 내 상설특별검사제 설치 등 검찰 개혁 과제를 제안했다.

 

그러나 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정치 개혁이었다.

 

한 교수는 "검찰의 개혁에 앞서 우리의 현실에서 무엇보다 요청되는 것은 정치개혁"이라며 "결국 국민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 개혁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것은 국회의 입법권과 대통령의 인사권 및 감시·감독권이고, 이를 행사하는 정치권에게 경각심을 갖게 할 수 있는 것은 표를 쥔 국민 뿐이란 얘기였다.

 

그는 "정치권력이 나름의 정치적 수혜를 기대하고자 하는 경우 법무·검찰 개혁은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며 "우리 법치를 왜곡시키고 변질시키는 주범은 언제나 정치권이고 검찰은 그 종범으로 기생해왔다"고 비판했다.

 

조능희 PD "검찰 개혁할 수 있는 건 집권여당뿐"

 

광우병 쇠고기 편을 제작했다는 이유로 검찰의 집중적인 조사를 받은 조능희 전 <PD수첩> 책임PD는 "조사 과정에서 검찰이 자행한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등 인권탄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려고 해도 갈 곳이 없다"며 "현직 검사, 판사와 인연이 있는 방송사 PD도 이럴진대 다른 일반 시민들은 당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검찰이 방송 작가의 개인 이메일 수천 통을 무단으로 빼내 수사를 했을 때 변호사에게 '인권침해' 부분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방법을 찾아보니, '수사검사에게 부당한 인권침해를 당했을 경우 부장검사에게 이를 말하라'고 돼 있다.

 

방법이 없다. 고위공직자수사비리처 설치는 이같은 점에서 필요하다. <PD수첩> 수사 거부로 옷을 벗어야 했던 임수빈 전 검사의 경우만 하더라도 이 같은 기구가 있었다면 조직이 쉽게 나가라고 하지 못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조 PD는 자신이 겪은 정치적 사건의 특수성도 지적했다. 자신이 검찰로부터 받은 인권침해, 피의사실유포 등을 제소하려 해도 국민권익위원회나 국가인권위원회에 현 정권의 인사들이 있어 제소가 불가능했다는 얘기였다.

 

그는 "결국 검찰을 개혁할 수 있는 것은 집권여당 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PD는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에서도 검찰 조직을 개혁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뒤통수를 맞고 있는 것"이라며 "이제 여·야 모두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경험해본 만큼 검찰의 권력을 분점 시키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 분석했다.

 

그는 이어, "집권여당이 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표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을 때 정치권은 움직인다"고 말했다.

 

김용철 변호사 "검찰 조직 개혁하려면 약점 없는 국회의원 뽑아야"

 

삼성과 검찰의 유착관계를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도 "공소시효를 운운하는 것은 징계조차 하기 싫단 이야기다, 진상이 다 나와 있는데 진상규명위가 도대체 왜 필요하냐"고 현재의 검찰에 대한 불신감을 표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나, 현재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검찰 개혁에 대해서도 비관적으로 봤다.

 

그는 "노무현 정권도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정국을 돌파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검찰 조직을 개혁하지 못한 것"이라며 "권력을 잡은 이라면 누구라도 현재 대통령에게 충성하게 돼 있는 이 권력 조직을 활용하려는 유혹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또 "의원들의 약점을 쥐고 있는 검찰은 국회가 손을 쉽게 못 대는 조직"이라며 "다음 선거 때 검찰에 약점을 잡히지 않을 의원을 뽑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태그:#스폰서 검사, #검찰 개혁, #김용철, #조능희 ,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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