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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주최 '생명의 강을 위한 생명·평화미사'가 27일 밤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진행됐다.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주최 '생명의 강을 위한 생명·평화미사'가 27일 밤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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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신 : 27일 오후 10시 5분]

문정현 신부, "4대강 반대하지 않으면 '짖지 않는 개'가 된다"

27일 오후 7시 30분, 천막이 철거되는 소란을 뒤로 하고 생명·평화 미사는 조용히 진행되었다.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가 꾸리고 있는 '생명의 강을 위한 생명·평화 미사'는 명동성당 앞 들머리에서 26일부터 무기한으로 이어지고 있다.

천주교 연대 상임대표 조해붕 신부는 "낮에 조그만 충돌이 있었는데 우리는 그것을 우여곡절이라 한다"며 "(서울대교구 측에서) 가톨릭 회관 4층에 신부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기로 해 원만하게 일이 해결되었다"고 말했다. 조 신부는 천막 철거 소식이 전해지자 신도들의 걱정이 이어져 상황 진척 소식을 일부러 미사 중간에 소개했다.

"정부가 말한 '4대강 살리기'는 모두 거짓말"

27일, 생명·평화미사'가 진행되는 명동성당 들머리에 '4대강 반대' 플래 카드가 놓여있다.
 27일, 생명·평화미사'가 진행되는 명동성당 들머리에 '4대강 반대' 플래 카드가 놓여있다.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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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에는 전날(26일)보다는 조금 적은 150여 명의 신도들이 모였다. 다행히 미사가 열린 이후에는 비가 오진 않았지만 40년 만에 최악의 봄 날씨라 할 정도로 강풍이 불고 비가 계속 내린 터라 기온은 뚝 떨어진 상태였다. 4월 말에 맞게 얇은 옷을 입고 나온 참가자들은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자리를 지켰다. 몇몇 신도들은 흩뿌리는 비를 피하고 체온도 유지하려고 우비를 입고 있기도 했다.

어제도 미사에 왔었다는 신아무개씨는 "후손에게 죄를 짓지 않기 위해 나왔다"며 "정부가 말한 4대강 살리기라는 것이 모두 거짓말임에도 정부는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으며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참석자 김아무개씨는 "잘못된 일을 막기 위해 기도하는 것이 천주교인들의 힘"이라며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지만 힘이 닿는 데까지 미사에 나오겠다"고 말했다.

미사에서 강론말씀을 한 나승구 신부는 "강은 근접해 있는 생명에 모든 것을 내어주는 어머니이고 젖줄이다"라며 "끊임없이 내어줌에도 더 달라 요구하는 이들이 있는데 더 무엇을 내어 달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 신부는 "어머니인 강을 어머니라 여기고, 부를 수 있는 한 인간으로 살고 싶기에 4대강 사업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오늘 미사에는 문정현 신부도 함께했다. 문 신부는 "'이 강이 닿는 곳에 모든 것이 살아난다' 이것은 성서 말씀이다"라며 "그런데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두 막아내겠다는 것은 모든 것을 죽이겠다는 건가"라고 말했다.

문 신부는 박정희 정권 때 있었던 일화도 들려주었다.

"유신 때 한 목사님이 독재자를 어떻게 물리칠까 생각하다가, 그 누구도 정권이 무서워 발언하지 못하는 것에 착안해 '짖지 않는 개'라고 설교를 했다. 이 때문에 목사는 긴급 체포되었지만 '이것은 예수님 말씀이다'라고 판사에게 말하니 풀어주었다고 한다. 성서말씀에 강이 살아야 한다고 했는데 이를 따르지 않으면 짖지 않는 개가 되고 만다. 온 강이 살아나는 4대강 살리기에 힘쓰자."

"이명박 정부는 논밭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몰라"

27일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이뤄진 4대강 반대 미사에 참석한 이가 작은 손 팻말을 들고 있다.
 27일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이뤄진 4대강 반대 미사에 참석한 이가 작은 손 팻말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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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를 마치기 전 유영훈 팔당상수원 공동대책위원장도 발언에 나섰다. 팔당 지역에서 농사를 지어온 유 위원장은 "11개월 동안 4대강 사업에 반대해 싸우면서 마주한 이명박 정부는 농업이 무엇인지, 논과 밭이 공기정화와 정수기능을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4대강 반대는 생명과 반생명의 싸움이고 자연을 지키려는 이와 자연을 파괴하려는 이간의 싸움이다"라며 "5월 초 팔당 두물머리에 공권력이 투입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는데 두물머리를 지키는 싸움에 함께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위원장은 "현실적으로 4대강 사업을 막을 방법은 6월 2일 지방선거다"라며 "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양평군수를 바꿔 4대강 사업을 지연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유 위원장의 발언이 끝나자 맹주형 환경사목위원회 교육부장은 "조금은 민감한 이야기를 해 주셨다"며 "여기는 미사 자리임을 다시 한 번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맹 부장의 발언은 선거관리위원회의 과도한 개입이 문제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26일, 선관위는 종교단체가 미사·법회·예배 등에서 특정정당 후보자의 지지, 반대를 호소, 유도하는 발언을 할 경우 선거법 위반사례에 해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2신: 4월 27일 오후 4시 45분]

비 피하려 다시 친 천막 또 뺏어간 가톨릭 회관 직원들

27일 4대강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의 천막이 가톨릭회관 직원들에 의해 강제 철거되고 있다.
 27일 4대강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의 천막이 가톨릭회관 직원들에 의해 강제 철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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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천주교연대 소속 신부와 신도들이 미사를 위해 설치한 천막이 강제 철거된 가운데, 천주교 가톨릭회관 직원들이 나무 버팀목까지 뜯어내고 있다.
 27일 천주교연대 소속 신부와 신도들이 미사를 위해 설치한 천막이 강제 철거된 가운데, 천주교 가톨릭회관 직원들이 나무 버팀목까지 뜯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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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와 신도들은 뺏겼던 천막을 다시 찾아와 내리는 비를 피했다. 천막을 친 지 몇 분이나 지났을까 가톨릭 회관 직원들이 다시 나타났다.

직원들은 "빨리 천막을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요구가 먹히지 않자 직원들은 강제로 철거를 시작했다. 신부와 신도들이 모여 앉아 있기에 억지로 천막을 끌어낼 경우 사람이 다칠 수도 있었지만 직원들은 막무가내였다.

신부들은 천막 기둥을 꼭 끌어안고 철거를 막으려 애썼다. 그러나 20여 명의 장정들이 달려들어 힘을 쓰자 천막은 맥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천막은 비닐이 뜯겨져 나가 뼈대만 남았다. 신부들과 직원은 줄다리기를 하듯 비닐을 부여잡고 실랑이를 벌였다. 신부들은 "이건 우리 것이니 놓으라"며 "왜 빼앗아 가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부들의 기세에 밀린 직원들은 비닐에 손을 떼고 천막을 지탱하던 철골 쪽으로 옮겨갔다. 신도들이 앉은 곳을 감싸고 있던 철골을 들어 주차장 쪽으로 옮긴 직원들은 지지대를 접기 시작했다. 단단해 보이던 천막 뼈대도 직원들의 손에 너무도 쉽게 구부러지고 부서졌다.

직원들이 천막을 또 다시 강제철거하려하자 신부들이 온 몸으로 이를 막고 있다.
 직원들이 천막을 또 다시 강제철거하려하자 신부들이 온 몸으로 이를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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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회 신부는 "신부가 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이렇게 비참한 적은 처음"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신부도 "기도하겠다고 모인 사람들한테 이게 무슨 짓이냐"며 "우리가 범죄자냐"고 비판했다.

반쯤 뜯겨져 나간 나무 지지대에 앉아있던 신도들은 "누구를 위한 회관인가요"라고 외쳤다.

철거 현장 내내 자리를 지킨 한세실씨는 "주차장은 교우들의 돈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그런데도) 주차장 영업 이익에 방해가 된다며 미사를 위한 천막을 철거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한씨는 "명동성당 재개발에 서울시가 관련되어서 4대강 공사 반대 미사를 막는 것 아닌가 하는 소문이 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건 증권가 소문"이라고 못을 박으면서도 "저렇게 강제 철거를 하는 것을 보니 소문이 사실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천막은 구겨진 채 신도들이 앉아있는 곳 옆에 놓였다. 내리는 비를 온전히 맞을 수밖에 없는 신도들과 신부들은 국방색 우비를 사서 걸쳤다.

신도들은 "무슨 계엄령이 내린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1신: 27일 오후 3시 38분]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차장 등 상업적인 용도로 쓰이는 장소"

27일 가톨릭회관 직원들이 '4대강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천막의 비닐을 떼어내자 신부들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27일 가톨릭회관 직원들이 '4대강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천막의 비닐을 떼어내자 신부들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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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이하 천주교연대)가 미사를 진행하기 위해 서울 명동성당 앞에 설치한 천막이 강제 철거됐다.

천주교 가톨릭회관 소속 직원 20여 명은 27일 오후 2시경 명동성당 들머리 바로 옆 가톨릭회관 주차장에 설치돼 있던 천주교연대 천막을 강제로 들어내 해체했다. 천막 안에 모여있던 신부들과 신도 20여 명은 갑작스레 들이닥친 직원들에게 항의조차 하지 못한 채 천막이 뜯겨나가는 장면을 지켜봤다.

가톨릭회관 소속 직원들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관리과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철거작업에 나선 직원들은 "이곳은 주차장 등 상업적인 용도로 쓰이는 장소이기 때문에 천막을 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천주교연대 소속 신부와 신도들은 "주교회의에서도 (4대강 사업 반대) 입장을 밝혔고, 정치적 목적이나 집회가 아니라 기도를 하기 위한 천막"이라고 반박했다.

27일 천주교연대 소속 신부와 신도들이 미사를 위해 설치한 천막이 강제 철거된 가운데, 천주교 가톨릭회관 직원들이 나무 버팀목까지 뜯어내고 있다.
 27일 천주교연대 소속 신부와 신도들이 미사를 위해 설치한 천막이 강제 철거된 가운데, 천주교 가톨릭회관 직원들이 나무 버팀목까지 뜯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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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을 철거한 뒤에도 신부와 신자들이 해산하지 않고 바닥에 앉아있자, 가톨릭회관 직원들은 노루발못뽑이와 망치 등 장비를 동원해 바닥에 깔려있던 나무 지지대와 스티로폼 마저뜯어버렸다. 이 과정에서 스티로폼 위에 앉아있던 신부와 신도 일부가 넘어지는 등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신도들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관리국장 신부가 사람을 쳐서라도 치우라고 했나보다"며 "아무리 위에서 시켰다지만 사람이 앉아 있는데, 이럴 수 있나. 용산 철거민들도 이렇게 당했겠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가톨릭회관 직원들은 나무 지지대 등이 거의 철거된 가운데, 빗방울이 떨어지자 현장을 떠났다. 비가 내리는 데다, 강한 바람까지 불고 있지만, 신부와 신도들은 자리를 지키기 위해 플래카드를 둘러싸고 앉아 추위를 피하고 있다.

앞서 천주교연대는 지난 26일부터 명동성당 들머리 앞에서 4대강 공사 저지를 위한 무기한 미사를 시작했다. 

천막을 빼앗긴 신도와 신부들은 어쩔 수 없이 우비를 갖춰입고 앉았다. 그들 옆에 종잇장처럼 구겨진 천막이 놓여 있다.
 천막을 빼앗긴 신도와 신부들은 어쩔 수 없이 우비를 갖춰입고 앉았다. 그들 옆에 종잇장처럼 구겨진 천막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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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4대강 사업, #4대강 사업저기를 위한 천주교 연대, #명동성당, #4대강 죽이기, #천주교 서울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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