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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의 길이 된 불일암 가는 길
 순례의 길이 된 불일암 가는 길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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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일암 찾아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주암 나들목을 나와 송광사로 향한다. 벚나무 가로수는 파란 새순이 싱그럽게 돋아나고 있다. 생기가 넘친다. 도로는 주암호를 끼고 간다. 삼거리에서 송광사로 들어서면 벚나무가 오랜 풍파에 시달린 듯 구불구불 고목이 되어 있다.

송광사 시설지구를 지난다. 산사로 가는 길은 촉촉함이 묻어난다. 시원한 물소리가 반겨준다. 계곡은 하얗게 부서지는 작은 폭포를 여기저기 만들면서 힘차게 흘러내린다. 계곡으로 단풍나무 연한 잎이 초록으로 생생하게 피어나고, 연분홍 철쭉이 군데군데 피어 수줍은 모습으로 웃고 있다.

불일암 가는 길
 불일암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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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로 들어가다 보면 불일암으로 가는 길을 안내한다.
 송광사로 들어가다 보면 불일암으로 가는 길을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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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 일주문 옆으로 불일암 가는 안내판을 만난다. 연등이 주렁주렁 걸린 계곡을 건너 화살표를 따라가니 삼나무 숲으로 들어가는 오솔길로 안내한다. 낯익은 길이다. 불일암 가는 길. 최근 TV에 나오면서 유명세를 탔다.

삼나무와 대숲이 어울린 오솔길 따라

얼마 전까지 사람들이 찾지 않은 조용했던 숲길을 사람들이 들뜬 마음으로 걸어 들어간다. 산길은 사람하나 다닐 정도다. 거친 듯 꾸미지 않은 산길은 오랜 세월 동안 만들어진 길이다. 소나무 뿌리가 드러나고, 흙길은 깊이 파였다. 가파른 곳에는 돌이 놓여 계단이 되었다.

불일암 가는 길은 홀로 걸어가면 좋을 만한 오솔길이다.
 불일암 가는 길은 홀로 걸어가면 좋을 만한 오솔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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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 숲길.
 삼나무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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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 숲과 대숲을 번갈아 가면서 길이 이어진다. 삼나무 숲길도 좋지만 시원시원한 대숲이 좋다. 절집을 들어가는 길에 마음을 경건하게 만든다. 대숲 사이로 불일암이 보인다. 가로지르지 않도록 대나무 울타리를 쳤다. 대숲을 벗어나면 송광사로 넘어가는 길이 이어지고 반대편으로 불일암 사립문이 열렸다.

사립문을 지나면 신이대가 터널을 이루었다. 터널 끝으로 환하게 열리는 곳에 불일암이 자리 잡고 있다. 불일암은 소박한 암자다. 단청을 하지 않은 여염집 같은 암자가 높은 단 위로 올려다 보인다. 암자라고 해야 작은집 두 채, 화장실 1칸이 전부다.

신이대 터널이 끝나는 곳에 불일암이 자리잡고 있다.
 신이대 터널이 끝나는 곳에 불일암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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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일암 마루에 모셔진 법정 스님
 불일암 마루에 모셔진 법정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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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일암(佛日庵)은 송광사 16국사 중 7대 국사인 자정국사(慈靜國師, 1293~1301)가 창건하여 자정암(慈靜庵)이라 불렀다. 이후 중수를 거듭하다가 한국전쟁으로 퇴락되었는데, 1975년 법정(法頂) 스님이 중건하면서 佛日庵이라는 편액을 걸고서 17년간을 지냈다.

그런 인연으로 마루에는 얼마 전 입적하신 법정 스님 영정이 모셔져 있다. 불일암을 들른 사람들 대부분은 법정 스님의 숨결은 느껴보고자 들렀고, 스님 앞에서 기도를 한다. 나도 가볍게 묵례를 한다.

스님이 만든 마음을 비워버린 의자

"빠삐용이 절해고도에 갇힌 건 인생을 낭비한 죄였거든, 이 의자에 앉아 나도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는 거야."

암자 모퉁이에는 스님이 직접 만든 의자가 놓여있다. 의자에는 '빠삐용 의자'라고 이름이 붙었다.

법정 스님이 직접 만드신 의자가 암자 모퉁이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법정 스님이 직접 만드신 의자가 암자 모퉁이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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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소박하게 만들었다. 다듬지 않은 나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못질해서 만들었다. "장작더미 속에서 쓸 만한 참나무 통장작을 고르고 판자쪽을 잇대어 만든 것인데, 사용 중에 못이 헐거워져 못을 다시 박은 것 말고는 만들 때 그대로다." 중이 되지 않았으면 목수가 됐을지도 모른다고 하신 스님의 말씀이 귓전을 맴돈다.

언뜻 보아도 앉아 있으면 욕심이 없어지는 의자로 보인다. 우리가 직접 의자를 만든다면 저렇게 만들 수 있었을까? 나무를 구해서 매끄럽게 깎은 다음, 잘 짜 맞추어서 색도 칠하고, 재주가 좋으면 조각도 해서 성취감을 느끼려고 했을 텐데…. 정말 마음을 비워버린 의자다.

홀로 있어 더욱 아름다운 부도

암자에는 쉼터를 만들었다. 암자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배려를 했다. 주전자와 컵이 놓였고, 사탕바구니도 있다. 물 한 컵 따라 마신다. 담백하다. 아래채 마루에 앉아 다리쉼을 한다. 대나무숲으로 울을 친 작은 공간이지만 넉넉하게 느껴진다. 마음이 편안하다.

암자 아래채 마루에 앉아 쉬었다 간다.
 암자 아래채 마루에 앉아 쉬었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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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 옆에 자리잡고 있는 자정국사 부도
 암자 옆에 자리잡고 있는 자정국사 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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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 위에는 불일암의 전신인 자정암을 창건한 자정국사 부도탑이 있다. 돌담으로 울을 치고 자리 잡은 부도는 작지만 아주 단순미를 보여준다. 기와형태 옥개석에 날씬한 몸돌을 가졌고, 기단석은 연꽃잎이 곧 펼쳐질듯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홀로 있어 더욱 고고한 멋을 풍기는 부도탑에 잠시 마음을 준다.

덧붙이는 글 | 불일암 찾아가는 길은 세 가지다. 가장 아름다운 길은 송광사 적광전(구산선문) 옆 삼나무 숲으로 들어서는 길이다. 또 다른 길은 감로암으로 가는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가다 산길로 올라서는 길이 있다. 가장 빠른 길은 매표소 조금 지나서 바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불일암과 더불어 송광사 암자를 즐기려면 적광전 옆으로 불일암에 올랐다가 송광사 가는 길로 내려오면서 부도전을 둘러보고 오는 길이 좋다. 불일암까지는 서서히 걸으면 30분 정도 걸린다.



태그:#불일암, #법정, #빠비용 의자, #자정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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