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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백아산 대판골. 산나물이 지천이다.
 화순 백아산 대판골. 산나물이 지천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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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다. 다양한 주제의 봄 축제들이 유혹하고 있다. 여기, 축제는 축제지만 조금 색다른 축제가 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먹고 마시고 즐기는, 그런 축제가 아니다. 마이크도 없고 공연프로그램도 없는, 산나물축제다. 화순 백아산 자락에서 열리는 산나물축제.

백아산은 전라남도 화순군 북면에 있다. 행사장은 이 산이 품은 골짜기 가운데 하나인 대판골에 있는 산나물공원. 대판골 여기저기에 산나물이 지천이다. 면적이 자그마치 100㏊(30여만 평)나 된다. 취나물, 곰취, 고들빼기, 반디나물, 고춧잎나물, 피나물, 당귀, 곤드레, 산마늘, 두릅, 곤달비, 산부추 등등. 그 종류가 200여 종에 이른다.

백아산은 본디 산나물이 많이 나는 곳. 하지만 모두 자생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에서 살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이 마을 출신의 김규환(44)이란 사람이 밤낮으로 일궈놓은 산나물밭이다. 산길을 걸으면서 산나물을 감상할 수 있도록 일부러 만들어 놓은 산나물공원이다. 공원 이름은 '산채원'.

곰취. 산나물 가운데 제왕 격이다.
 곰취. 산나물 가운데 제왕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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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채원' 대표 김규환씨. 백아산 자락에서 산나물공원을 일구고 있다.
 '산채원' 대표 김규환씨. 백아산 자락에서 산나물공원을 일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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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씨는 이 산채원의 대표를 맡고 있다. 한 마디로 '산나물 도사'다. 그는 봄맛 담긴 나물을 사겠다고 백화점에 가지 말고, 칼 한 자루 들고 산으로 들로 쏘다니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백아산 자락에서 뛰놀며 산나물을 캐 먹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그는 산나물단지를 가꾸겠다는 꿈을 키웠다고 한다. 하여, 고향으로 돌아오기 훨씬 전부터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산나물 종자를 모았다고.

그가 고향으로 돌아온 건 지난 2006년. 학업 핑계를 대고 고향을 떠난 지 20년 만이었다. 그가 가족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챙긴 것은 산나물 종자 보따리와 여윳돈 700만 원이었다고.

고향에 돌아온 그는 날마다 새벽 3∼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산을 누볐다. 날마다 낫과 괭이를 들고 풀을 베고 칡덩굴을 제거하며 산나물밭을 일궜다. 그 자리엔 산나물 씨를 뿌렸다. 시쳇말로 산나물에 미쳐서 살았다.

산나물공원 '산채원'에서 만난 당귀, 반디나물, 곤드래.
 산나물공원 '산채원'에서 만난 당귀, 반디나물, 곤드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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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릅. 뒤끝이 깔끔하고 향이 깊다.
 두릅. 뒤끝이 깔끔하고 향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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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김씨의 뜻을 알고 또 산나물의 미래에 공감한 지인들이 동참했다. 그렇게 8명이 참여해 영농조합법인 산채원을 꾸렸다. 화순군에선 북면을 산나물 특화단지로 지정하며 거들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여러 군데서 힘을 보탠 것이다. 그러면서 처음 1만평 정도 생각했던 산나물밭이 지금 30만평까지 늘었다.

김씨가 산나물을 가꾸는 이유는 물론 돈이다. 하지만 그는 그보다 더 큰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산나물은 화학비료 한 줌, 농약 한 방울 치지 않은 건강식품이다. 게다가 수출도 할 수 있어 농가소득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여기서 더 나아가 산나물로 농업소득을 창출하면 도회지로 나갔던 젊은이들이 다시 농촌으로 돌아올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마을공동체를 복원하고 잘 사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또 반드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갖고 있다. 돈도 벌면서 국민의 밥상까지 바꾸고, 마을까지도 잘 사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다.

김씨가 산나물을 가꾸고 있는 백아산은 대판골은 상수원인 동복댐의 최상류다. 오염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 산길 주변과 비탈에 산나물 지천이고, 능선을 따라 흐르는 계곡엔 피라미가 많이 살고 있다.

산나물공원 '산채원'. 발길 닿는 곳마다 산나물이다.
 산나물공원 '산채원'. 발길 닿는 곳마다 산나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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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물 향을 쫒아 백아산 대판골까지 찾아든 사람들. 현대자동차 산야초 동호회 회원들이다.
 산나물 향을 쫒아 백아산 대판골까지 찾아든 사람들. 현대자동차 산야초 동호회 회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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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백아산 산나물축제는 4월 28일 시작, 오는 5월 2일까지 계속된다. 이 축제는 산과 산나물이 가져다주는 것들을 생각해 보며 자연과 교감하자는데 목표가 있다. 갖가지 오염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는 우리의 먹을거리에 대해 되짚어보자는 의미도 담고 있다.

하여, 가장 큰 프로그램은 산나물이 지천인 숲길을 오감을 열고 산책하는 것이다. 숲길을 산책하다 보면 취나물과 곰취, 반디나물, 피나물, 곤드레, 산마늘, 두릅 등 수많은 산나물의 향기가 코끝을 행복하게 한다.

숲길 산책도 심심치 않다.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가 적절히 음향까지 넣어준다. 귓전도 즐겁다. 산나물 흐드러진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가슴이 탁 트이고 금세 머리까지 맑아지는 느낌 받을 수 있다.

숲길 걷기 외에 산나물 심기, 산나물 뜯기, 산나물 이름 맞추기 등 체험거리도 준비된다. 출출하면 이 산에서 뜯은 곰취와 두릅 등으로 산나물 쌈밥을 싸먹어도 된다. 산나물 비빔밥, 산나물 김밥 등 여러 가지 산나물 음식도 맛볼 수 있다.

백아산 대판골에 있는 '산채원'. 가족 봄소풍 장소로 그만이다.
 백아산 대판골에 있는 '산채원'. 가족 봄소풍 장소로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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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산 '산채원'. 산나물에서 묻어나는 은은한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백아산 '산채원'. 산나물에서 묻어나는 은은한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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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시설원예가 발달해서 나물도 제철이 따로 없지만 그래도 제철에 난 것이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건 부인할 수 없다. 눈으로 먼저 먹고, 코로 향기 맡고, 혀로 맛을 보면 더없이 행복하다. 아무런 부담 없이 가족끼리 봄소풍 간다는 생각으로 가도 좋은 곳이다.

산나물축제에 가는 것만으로도 산나물의 향긋함에 매료될 수 있다. 분위기도 차분해서 좋다. 호젓한 숲속 분위기도 좋다. 축제에서 공연과 노래자랑을 뺀 건 김씨의 단호한 의지다. '그 나물에 그 밥'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공연을 미끼로 방문객을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것. 때 묻지 않은 자연에 소음을 가져오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산나물을 좋아하고 숲을 사랑하는 사람만, 진정 자연을 느끼고 싶은 이들만 오라는 의미다. 정말 꿈에 그리던 축제다.

백아산 대판골. 물이 맑다.
 백아산 대판골. 물이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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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화순 백아산 산나물축제장은 전라남도 화순군 북면 백아산 자락에 있다. 호남고속국도 옥과 나들목에서 우회전, 15번 국도로 접어들어 화순 북면 방향으로 간다. 관음사 입구를 지나 고개를 넘으면 대광사 입구 이정표가 나온다.
이 길을 따라 산길로 3∼4㎞ 들어가면 대판골이다. 가는 길 군데군데 산나물축제장을 가리키는 안내판이 서 있다. 옥과나들목에서 대판골까지는 자동차로 20여분이면 거뜬하다.



태그:#산나물, #산채원, #김규환, #산나물축제, #백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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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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