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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장관은 버젓이 국민 앞에서 아이패드 쓰면서, 국민들에겐 2000만 원 벌금? 장난하나?"

26일 오후 인터넷 개인소통서비스인 '트위터' 등에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누리꾼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이유는 미 애플사가 최근에 내놓은 아이패드(iPAD) 때문이다. 아이패드는 인터넷 검색뿐 아니라 게임과 전자 책 등을 볼 수 있도록 만든 새로운 형태의 기기다.

지난 21일부터 관세청과 방송통신위원회는 현행 전파법 등의 이유를 들면서 아이패드의 국내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판매에 들어간 이번달 초부터 이미 국내로 상당한 양이 들어온 이후 뒤늦게 정부가 반입을 금지하자, 누리꾼들은 전형적인 '탁상 규제'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정부가 통관금지 시킨 '아이패드' 버젓이 들고 나온 유인촌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26일 아이패드를 들고 '전자출판 육성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미 애플사가 4월초부터 공식 시판중인 아이패드는 현재 정부에서 현행법 등을 들면서 통관을 금지해 놓은 품목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26일 아이패드를 들고 '전자출판 육성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미 애플사가 4월초부터 공식 시판중인 아이패드는 현재 정부에서 현행법 등을 들면서 통관을 금지해 놓은 품목이다.
ⓒ 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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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유 장관이 이날 오전 문화부 기자실에서 '전자출판 육성방안'을 브리핑하면서, 아이패드를 들고 나온 것. 유 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시작하면서 아이패드 등 전시돼 있던 전자책 등을 보며 "이왕이면 오늘 이런 것을 하나씩 좀 드리면서 발표를 해야 하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브리핑 내내 아이패드를 들고 정부 정책을 발표한 유 장관은 "이걸로(아이패드) 하니까, 편하고 좋다"면서 아이패드의 편의성에 놀라워했다. 그는 또 "변화할 수밖에 없는 추세에 적응을 하지 못하면 실기(失機)를 할 우려가 있다"면서 "종이로 안 하고 이렇게 하니까 괜찮네요"라며 들고 있던 아이패드를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문화부 역시 유 장관이 아이패드를 들고 브리핑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언론사에 제공하기도 했다.

이같은 사실이 오후에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자, 트위터 사용자를 중심으로 형평성뿐 아니라 정부 정책 당국자의 부적절한 처신을 문제삼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정부가 직접 나서 해외에서 아이패드를 들여오는 것이 불법이라고 막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부처 장관이 공식 브리핑 자리에서 해당 제품을 버젓이 들고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인터넷 포털 <다음>의 '구름속의 산책'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누리꾼은 "국민들한테는 합법을 강조하고 법대로 하면 된다고 하면서, 자신들은 초법적인 행동을 하는 정부"라고 비판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유 장관 덕에 아이패드 금지가 조만간에 풀릴 것"이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보였다.

정부부처들 뒤늦게 "문제없다"면서 서로 책임 떠넘기기

인터넷 등에서 논란이 확산되자, 담당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뒤늦게 자료를 내고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장관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비판엔 "시대 흐름에 맞지 않게 (통관)금지 시킨 쪽이 문제"라며 방송통신위원회와 관세청 등에 화살을 돌렸다. 관세청 등에선 "(통관)금지는 합법적인 절차"라면서 "정부가 정당한 공무집행도 하지 말라는 말인가"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문광부는 "유 장관이 발표의 시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인쇄된 자료와 함께 전자책 단말기 중 화면이 넓은 아이패드를 활용했다"면서 "아이패드는 전자책 업체에서 보유하고 있는 것을 잠시 활용한 것이며, 해당업체는 연구목적을 위해 반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행법상 시험연구용 등의 목적으로 들여오는 전자기기의 경우 별도의 등록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

문광부 관계자는 "아이패드뿐 아니라 여러 종류의 전자책 단말기가 전시돼 있었다"면서 "아무래도 읽기 편한 아이패드를 담당자가 권해드렸고, 사전에 법적으로 논란이 될지는 잘 몰랐다"고 말했다.

아이패드를 통관금지 시킨 관세청과 방통위 등에선 "연구목적으로 들여온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서도 당혹스러워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당초 "장관이 사용한 아이패드가 정확히 어떤 경로를 통해서 들여왔는지를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뭐라 답하기 곤란하다"고 언급을 꺼렸다. 오후에 문광부에서 해명자료를 내자, 그는 "전자책 업체에서 시험 연구용으로 들여온 제품을 사용한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관세청 관계자 역시 "장관의 아이패드 유통경로에 대해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패드 통관금지가 시대에 맞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하면 될 일이지, 정당한 공무집행에 대해서 뭐라 말하는 것에 대해선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태그:#아이패드, #유인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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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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