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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24일 오후 9시 5분]
 

'성희롱 전력자는 공천을 꿈도 꾸지 마라'던 한나라당이 법원도 성희롱 사실을 인정한 현역 시장을 공천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18일 한나라당 경기도당 공천심사위원회가 6·2지방선거 경기도 평택시장 후보로 공천을 확정한 송명호 평택시장은 지난 2006년 4월 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일명 '아오모리 노래방 성희롱'으로 불렸던 이 사건은 2005년 10월 21일부터 3일간 송 시장이 평택시의원을 비롯한 지역인사 40여 명과 함께 평택시 자매결연 도시인 일본 아오모리시를 방문했을 때 일어났다.

 

송 시장을 비롯한 방문단 일행은 23일 밤 11시경 아오모리에 있는 한 노래방에서 유흥을 즐겼는데, 일행 중 복수의 여성 인사가 동석한 상황에서 송 시장이 마이크를 이용해 성기 흉내를 내고 이 여성 인사들에게 '○○년아 나와'라는 욕설을 했다는 내용이다.

 

이 일이 있은 직후 사건은 평택 정가에서 회자되기는 했지만 관련 보도는 없었다. 그러나 사건 당시 현장에 동행한 이익재 당시 평택시의회 의장(당시 국민중심당 소속)이 이듬해 4월 기자회견 등을 통해 언론에 이 사실을 폭로하면서 사건 당사자 간의 기나긴 소송전이 시작됐다.

 

폭로자 명예훼손 무죄 "기자회견 내용 진실일 가능성 높다" 판결 확정

 

당시는 5·31지방선거를 앞둔 때였고, 송 시장과 이 전 의장이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해 송 시장의 공천이 확정된 상태였다. 송 시장 측은 이 전 의장의 폭로가 전혀 사실무근이며 '송 시장 당선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전 의장을 명예훼손 및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수원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검찰은 명예훼손 및 공직선거법 위반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더해 이 의장을 기소했고, 2007년 4월 6일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은 사건을 폭로한 이 전 의장의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재판 결과는 뒤집혔다. 2007년 6월 29일 서울고등법원 제6형사부는 "피고인(이 의장)이 기자회견 등을 통하여 공표한 내용은 오히려 진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이므로 그 내용이 허위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이 되었다고는 도저히 보기 어렵다"며 이 전 의장의 명예훼손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즉 이 의장이 여론조사비용 700만 원을 현금으로 지급, 실명 확인이 가능한 방법으로 지출해야 할 정치자금의 수입·지출의 기본원칙을 위배한 점에 대해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심 결과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해 항소심이 판결 내용이 확정됐다.

 

진행중 무고혐의 민사소송에서도 "성기 흉내·욕설 인정, 송 시장 위증"

 

'아오모리 노래방 성희롱'사건에 대해 "진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법원의 최종 판단을 얻어낸 이 의장은 2009년 송 시장에 대해 무고와 명예훼손 등으로 2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민사소송을 냈다.

 

1심 판결에서 이 전 의장은 패소했지만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서울고등법원 19민사부는 지난 4월 8일 송 시장의 무고와 위증을 인정하면서 송 시장이 이 전 의장에게 위자료 5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송 시장)가 아오모리시 노래방에서 마이크로 성기 흉내를 내거나 여성 참석자들에게 여성비하적인 욕설을 한 적이 있다고 인정된다"면서 이 전 의장이 2006년 4월 기자회견을 통해 '아오모리 노래방 성희롱'사건을 폭로한 행위에 대해선 허위 사실이 아니고 송 시장이 이 전 의장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한 것이 오히려 허위 사실에 의한 고소이며 송 시장이 위증을 한 것이라고 판결 취지를 밝혔다.

 

송 시장은 지난 21일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송 시장의 선거사무소 언론담당자는 24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대법원에 상고해 민사소송이 끝나지 않은 상태이니 만큼 법원이 성희롱을 인정했다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최종심이 이미 끝난 형사재판에서 법원이 '아오모리 노래방 성희롱'사건 폭로 내용의 신빙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부분에는 변함이 없다. 

 

정병국 사무총장 "전혀 몰랐다, 진상파악하겠다"... 경기도당은 몰랐을까?

 

6·2 지방선거 중앙공천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병국 사무총장은 지난 3월 초 민주당이 성희롱 전력이 있는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를 영입한 것에 대해 "민주당은 성희롱 전력자도 받아주는데 우리는 그런 사람들은 아예 공천 접수를 안 받으려고 한다. 성범죄자에 대해 아주 강력하게 대처하려고 한다"고 줄기차게 강조한 바 있다.

 

정 사무총장은 24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송 시장의 '아오모리 노래방 성희롱'건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 사무총장은 "성범죄 관련자는 단호하게 처리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이 사건 진상을 파악해서 다시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송 시장의 공천을 결정한 곳은 경기도당 공천심사위원회다. 평택이 지역구인 원유철 경기도당 위원장(국회의원)이 공천심사위원장을 맡고 있어, 평택 정가에 널리 회자됐고 당사자간 형사 및 민사재판이 진행된 '아오모리 노래방 성희롱' 사건에 대해 알지 못했을 가능성은 적다.

 

중앙당 공심위원장이 '성범죄 전력자 공천 절대 불가' 입장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지역 공심위가 성희롱 전력자에 대한공천을 확정한 것. 형사재판 확정판결문만 읽어봐도 성희롱 정황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송 시장에 대한 공천이 결정됐다는 부분에서 한나라당의 '클린 공천' 실천의지에도 의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경기도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원유철 의원은 "거기(송 시장의 성희롱 전력)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원 의원은 "(송 시장의 성희롱 사건은) 5년 전의 일이고 재판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또한, 원 의원은 "관련된 판결문을 읽어본 뒤에 다시 통화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이번 공천심사 과정에서 송 시장의 과거 전력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하지 않은 점은 문제로 보인다. 무엇보다 한나라당 중앙당은 이번 공천에서 '성범죄 전력자 배제' 원칙을 천명하고 이를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만큼, 이 같은 잡음이 빚어지게 한 것은 한나라당 내부가 철저하게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았음을 방증하고 있다.


태그:#송명호, #평택시장, #아오모리 노래방, #평택시민의 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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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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