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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건설업자로 부터 3억 원 상당의 별장 건축비를 받은 것으로 일려진 문제의 별장
 건설업자로 부터 3억 원 상당의 별장 건축비를 받은 것으로 일려진 문제의 별장
ⓒ 당진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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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지역토착비리 점검결과 4명의 기관장 등 모두 31명이 적발됐다. 기관장 4명은 충남 당진군수와 경북 영양군수, 경기 군포시장과 경북 문경레저타운 사장 등이다.

이중 민종기 당진군수의 비리행각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그는 건설업자로부터 자신의 별장 건축비는 물론 아파트까지 받아냈는가 하면 친인척비리에다 내연관계인 부하여직원에게 아파트 사주기, 입찰방해와 직권남용으로 이권개입하기 등 '비리의 달인'을 방불케 했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민 군수는 100억 원 이상 공사 수주를 받은 관내 건설업자로부터 별장 건축비 3억 원 상당을 뇌물로 받았다. 민 군수는 이를 감추기 위해 자신의 친형 명의로 별장 건축 허가를 받게 한 후, 형이 건설업자로부터 받은 현금을 다시 건설업자에게 송금하는 방법으로 별장 건축비를 정상 지급한 것으로 위장했다. 충남 당진의 모 은행 CCTV에는 모 건설업자가 당진 군수의 형에게 돈을 건네고, 돈을 받은 군수의 형이 다시 건설업자에게 돈을 송금하는 모습까지 잡혔다.

"해안가엔 누구에게도 건축허가 내 주지 않겠다"더니...

문제의 별장은 서해대교가 한 눈에 보이고 포구와 맞닿아 있는 요지에 위치해 있다. 민 군수는 이 땅을 금산부군수 재직시절인 1990년대 초반 구입했고 몇 차례 명의가 바뀌다가 지난 2004년 다시 자신의 이름으로 매입했다.

하지만 누구도 민 군수가 이를 수억 원을 들여 재건축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지난해 초 기자회견을 통해 "해안가 100m 이내에는 누구에게도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10월에도  난개발과 해안가 보전을 위해 "삽교호 관광지 바다공원을 비롯, 자연경관이 수려한 해안가엔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약속한 바 있다.

당진군민 모두에게 적용하겠다던 원칙이 자신과 자신의 친인척에게만 예외가 됐던 셈이다. 이번 감사원 조사로 민 군수의 형도 민 군수와 짜고 별장 건립과정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민 군수의 형은 지난해 말 지역신문인 <당진시대>와 인터뷰를 통해 별장 공사비에 대해 "동생인 민 군수와는 관계없이 전적으로 내가 하는 것"이라며 "돈이 부족해 지난 추석을 전후해 공사가 중단됐고 내년에 계에서 큰돈을 타게 되는데 그 돈이 나오면 공사를 재개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결국 민 군수의 형이 말한 큰 곗돈의 출처는 '건축업자'였던 셈이다. 

곗돈의 출처가 '건축업자'

당진지역 시민 노동농민단체 관계자들이 당진군수에 대한 구속수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
 당진지역 시민 노동농민단체 관계자들이 당진군수에 대한 구속수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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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군은 지난 2008년 시 승격을 위한 위장전입을 통한 인구 부풀리기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이 일로 민 군수는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고, 상급기관으로부터 '경고'까지 받았다. 570억 원을 들여 짓고 있는 군 청사 신축공사 또한 시 승격에 대비한다는 게 군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민 군수는 군청사 시공사 선정 과정에도 개입해 특정기업이 낙찰되도록 특혜를 부여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민 군수는 2008년 2월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체육회 불법모금과 관련해 5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었다. 한 손으로는 '경고'와 '벌금형'을 받으면서도 또 다른 손으로는 비리를 저지를 만큼 배짱이 두둑(?) 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감사원은 이밖에도 민 군수가 또 다른 건설업체에 특혜를 주고 그 대가로 공사하도급업체로부터 처제명의로 3억 4000만 원에 이르는 아파트를 뇌물로 받았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처제에게 자금을 주고 10억 원 이상의 부동산을 매입하게 하는 등 비자금 조성은 물론 관리까지 맡겼다. 민 군수는 처제뿐 아니라 부하 여직원에게도 3억 3000만 원 상당의 아파트를 사줬다. 또한 그 여직원에게 10억 원 상당의 자금관리를 맡겼다.

이와 관련 민 군수의 부인은 23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언론에 보도자료로 제공했다며 감사원 공보담당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선 처제명의로 된 아파트는 처제가 직접 구매한 것이고 지난 1월경 서산지청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 관련 증빙자료를 제출했다는 것. 부하 여직원과 관련해서도 지난 선거당시 상대방 후보측에서 퍼뜨린 악성루머라고 해명하고 있다. 민 군수의 부인은 "아파트 건은 사실과 다르게 보도가 나가서 정말 억울하다"며 "감사원의 공보담당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는 것에 대해 민 군수와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민 군수는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민 군수는 지난 2007년 6월 200만 원의 배낭여행 지원비를 받아 미국으로 휴가를 다녀와 구설에 오르내린 바 있다. 당시 사적 목적의 성격이 짙은 여행에 직원들을 위한 배낭여행 경비까지 끌어다 썼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직원들을 위한 '배낭여행지원비'까지 필요로 할 만큼 청빈한 생활을 하는 군수 아니겠냐는 해석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감사원의 발표대로라면 부하여직원에게 아파트를 사준 때가 이보다 2년 전인 2005년이고 , 처제에게 아파트를 사주고 관내 건설업체로 부터 거액을 수수한 때는 2006년 이다. 벼룩의 간까지 빼어먹은 셈이다. 그가 지난 2004년 6월 5일 보궐선거에서 당진군수에 당선됐으니 당선직후부터 줄곧 비리와 동행한 것으로 보인다.  

직원 배낭여행지원비까지 끌어 쓰던 군수가...

감사원은 민 군수를 뇌물수뢰, 수뢰후 부정처사, 직권남용, 입찰방해, 부동산 실명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당진지역 시민노동몽민단체 관계자들이 당진군수에 대한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당진지역 시민노동몽민단체 관계자들이 당진군수에 대한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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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군수는 지난 1월 오는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지난 달 말에는 선거운동을 위해 군수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그는 "한나라당 입당은 지역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당진군민과의 뜻과는 다르게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한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감사원의 특별감사가 조금만 늦어졌더라면 당진군민들은 멋모르고 정당의 날개까지 단 더 큰 비리군수를 뽑았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민 군수는 지방선거 후보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지켜왔다.

때문에 그를 6년 동안 믿었던 당진군민이 느끼는 배신감은 더욱 크다. 당진지역 농민노동시민단체 관계자들은 23일 오전 당진군청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 군수에 대한 검찰의 구속수사와 함께 또 다른 여죄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민 군수가 상급기관의 '경고'와 사법기관으로부터 수차례 '벌금형'을 받으면서도 뉘우치지 못한 데 대해서는 관련기관의 '솜방망이 처분'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민 군수가 감사원 감사로 궁지에 몰리자 이를 모면하고자 서둘러 한나라당에 입당한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라며 "군민들에게 사과하고 당장 공천을 취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군수는 아직 말이 없다. 검찰수사와 사법적 판단이 남아있고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지만 드러난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가 더 이상 할 말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6·2 지방선거가 40일 앞으로 다가왔다. 제대로 된 일꾼을 뽑기 위해서라도 후보자들보다는 유권자들이 말이 시끌벅적 많아졌으면 한다. 


태그:#당진군수 , #감사원, #뇌물수수, #구속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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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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