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의 날인 22일 정운찬 국무총리는 'IT 기업 간 상생'을 강조했지만 한쪽에선 불협화음이 터져 나왔다. 이석채 KT 회장이 그동안 스마트폰 보급 과정에서 삼성전자에 쌓인 불만을 털어놓은 것이다.

이석채 회장 "쇼옴니아는 홍길동... 감정 갖고 사업하면 안돼"

이 회장은 이날 아침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국무역협회 최고경영자 조찬 강연에서 "쇼옴니아는 홍길동"이라면서 아버지(삼성전자)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상황에 비유했다. 

이 회장은 "쇼옴니아는 와이파이(WiFi), 와이브로, 3G망까지 이용할 수 있는 굉장히 진화한 개념의 스마트폰인데, (삼성전자에서) 광고를 낼 때 SK텔레콤과 연합해 '옴니아2'만 팔려고 쇼옴니아를 배제하고 조그마하게 모델명만 넣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어 "기업을 하다보면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되기도 한다"며 "기업을 하는데 감정을 가지고 해선 안된다"며 비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연말 이통 3사를 통해 윈도모바일 OS 기반의 스마트폰 '옴니아2' 시리즈를차례로 내놓으면서 유독 KT '쇼옴니아'에만 적은 보조금을 지급해 갈등을 빚기도 했다. 당시 KT에서 아이폰을 출시한 것에 대한 삼성 쪽의 불만이 우회적으로 표출된 게 아니냐는 논란을 낳았다.

"아이폰이 비싸다? '어플'도 같이 따져 봐야"

조찬 강연에 이어 이날 오전 11시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에도 참석한 이 회장은 쓴소리를 계속 이어갔다.

기념식이 끝난 뒤 이 회장은 "아이폰 가격을 왜 안 내리느냐고 말들이 많은데, 스마트폰은 단말기 가격뿐 아니라 애플리케이션도 같이 따져봐야 한다"면서 "아이폰 앱스토어엔 18만 개의 애플리케이션이 있고 대부분 무료"라면서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우회적으로 비교했다.

앞서 강연에서도 아이폰 보조금 과다 지급 논란과 관련해 "아이폰은 보조금 지급이 없다"면서 "2년 약정으로 월 9만 5천 원짜리 요금제에 가입해도 130만 원이 남는다"면서 아이폰 판매로 KT가 손해 보는 게 없다고 밝혔다.

KT는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와 진행 중인 마케팅비 축소 논의에서도 SK텔레콤 등과 달리 '스마트폰 보조금'은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운찬 "IT 기업 간 상생하는 생태계 조성해야"

한편 이날 '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정운찬 국무총리는 "D램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세계 1위, 휴대폰 세계 2위, 지난해 우리나라 정보통신산업이 쌓아올린 금자탑"이라면서도 "스마트 폰과 3D 산업, IT융합, 방통융합 등 정보통신 트렌드의 급격한 변화는 IT강국인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IT기업들에게 "개방과 협력,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융합혁명의 선두주자가 되어야 한다"면서 "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어 끊임없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기업 간에도 서로 상생하는 획기적인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