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지난 4월 부산 현지에서 정씨를 세 차례 만났다. 그는 세 차례에 걸친 인터뷰에서 20여 년 넘게 '검사 스폰서'로 활동해 온 내용을 아주 자세하게 풀어놓았다. 부산·경남 지역을 거쳐간 상당수 검사들에게 술과 식사는 물론이고 돈과 성까지 접대해왔다는 그의 증언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오마이뉴스>는 그의 생생한 인터뷰를 정리해 두 차례에 나누어 싣는다. <편집자말>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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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건설업체 대표가 수십명의 검사들에게 금품, 향응을 접대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시민들이 검찰 로고 앞을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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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2006년도에 양심고백을 할 생각이었다. 당시 검찰에 뒤통수를 맞는 사건이 있어서 거대한 검찰집단을 상대로 싸울 생각을 했다. 민자당의 광역의원을 지냈고, 보수성향이고, 부르주아에 속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내가 고발하기로 결심하는 데 4년이 걸린 셈이다.

당시 나는 미니골프장 허가를 받으려고 하고 있었다. 돈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러던 중 고향 후배가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술집을 크게 하고 있었는데 검찰직원들도 무시로 드나든다고 했다. 내가 "지분을 줄테니까 골프장에 투자 좀 하라"고 권유했고, 후배는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한달 뒤에 후배가 "투자할테니 우선 받아놓으소"라며 수표로 2000만 원(후배의 주장인데 실제 1800만 원을 받았다)을 줬다. 그런데 후배가 성매매건으로 구속될 처지에 놓였다. 당시 부산지검 형사1부장 A검사에게 알아보니 구속될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후배가 검찰에서 검찰 로비자금으로 2000만 원을 나에게 줬다고 허위진술을 했다. 결국 나도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검찰수사관들은 "위에서도 신경쓰고 있으니까 인정만 하면 잘 봐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차용증을 썼기 때문에 혐의를 부인했다. 결국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났다. 구속까지 할 정도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뒤통수를 맞고 양심고백을 준비했다.

나같은 사람도 이렇게 당하는데 일반 사람들은 어떻겠나? 이것은 '한 건' 올리기 위한 짜맞추기식 수사였다. 나같은 경우 '전직 도의원'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으니까 한 건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나에게 검찰 로비자금으로 2000만 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후배는 무혐의로 풀려났다.

그때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게 한스럽다. 당시 망설이고 망설였다. 부담감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또 내가 그럴 성향도 못된 데다가 변호사들도 말렸다. 집행유예가 나왔으니까 더 이상 문제를 만들지 말라는 충고였다. 나는 변호사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상태였다. 판사들은 후배가 주장한 2000만 원을 뇌물로 인정한 것이다.

"쥐치포 상자에다 30만 원 현금 넣어 전달했다"

다시 검사 접대 얘기로 돌아가자. 이번에 고위간부들이 용퇴하고, 연령대도 낮아지는 등 검찰 물갈이가 많이 됐다.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더 많은 현직 검사들이 (접대 리스트에) 포함됐을 것이다. 정부에서 '검찰개혁'을 얘기하는데 가증스럽다.  

1990년대에는 서울에 올라가 검사들을 '스폰'했다. 서울 역삼동엔가 고급 한정식집이 있었는데 거기서 00지청 등을 거쳐간 검사들을 접대했다. 특히 삼천포 지역특산물인 쥐치포 상자에 현금 신권 30만 원을 넣어 전달하기도 했다. 물론 '2차'(성접대)도 있었다.

서울에서 검사들을 만나면 그들이 서울에 근무하는 다른 검사들을 데리고 나온다. 내가 잘 모르는 C검사라고 있었다. 청와대에서 근무하기도 했는데 나중에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M검사의 소개로 그를 만났는데 내가 서울에 갈 때마다 따라나왔다. 돈(30만 원)도 주고 성접대도 했다.

잘나가던 때에는 한 달에 한 두 번 서울에 올라갔다. 검사들 만나는 자리에 청와대 직원들도 참석했다. 당시 술집에서는 '청와대에서 근무한다'고 하면 벌벌 기였다. 청와대에 있는 선배들을 검사들과 연결해주기도 했다. 보통 이틀에 걸쳐 청와대 직원들과 검사들이 한꺼번에 회식했다. 당연히 '봉투'(촌지)와 '2차'가 있었다. 나같은 사람은 전국에 없을 것이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만 돈 쓴 게 아니다. 내가 더 많이 썼다. 검사도 더 많이 알고…. 퇴직한 검사들까지 합치면 내가 한번 이상 접대한 사람은 300명 이상일 것이다. 핵심적으로 관리했던 검사는 검사장 P, 대검 고위간부 H, 서울고검의 K, 퇴직한 C·M 등으로 모두 진주지청을 거쳐간 사람들이다. 그 중에서도 제일 핵심은 '검사장 P'였다. 좋은 사람도 있었지만 내가 주장한 내용을 입증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84년부터 91년까지 00지청에 근무한 검사들 전원을 접대했다고 보면 된다. 심지어 00에서 부산으로 '원정접대'를 가기도 했다. 내 벤츠차를 타고 부산으로 원정가서 술 먹고 단체로 자고 부산에서 00으로 출근하기도 했다. 요즘은 인사이동 기간이 짧아졌는데, 예전에는 2년 혹은 2년 6개월 정도 근무했다. 그동안 뭐하나? 술 먹고 가는 것이다.

1990년 이후에는 주로 00지검과 고검 검사들을 접대했다. 00고검은 검사가 몇 명 안돼 다 접대했고, 00지검은 60여명 정도 중에 30명 이상을 접대했다. 물론 사업이 내리막길이었던 2000년 이후에는 접대 검사 수가 많이 줄긴 했지만 말이다.

M검사는 끝까지 성접대를 거부했던 검사다. 그와 지금은 퇴직한 S검사가 제일 젠틀(gentle)했다. M검사가 ○○지검 특수부장인가 할 때 그 밑에 O검사가 부부장검사로 있었다. 그 밑에 있는 특수부 검사 2명까지 해서 총 4명의 검사가 카페에서 1차를 한 뒤 부산 온천장 근처의 룸살롱 S에 갔다. 그런데 검사들이 아가씨(여종업원)들이 맘에 안든다고 해서 수영 삼거리에 있는 룸살롱을 갔다.

거기 룸살롱 마담을 내가 알고 있었다. O검사 등은 부산사람이 아니고 객지 사람들인데 그 술집이 처음이 아니었다. 거기 가니까 자기 파트너가 있었다. 심지어 평검사 2명이 단골로 찾는 아가씨들이 있었다. O검사 등 3명은 술 마시고 2차를 하기 위해 모텔로 올라갔다. 당시 룸살롱 위층에 모텔이 있었다. 나와 M검사는 3명의 검사들이 2차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 남은 술을 먹으면서 얘기를 나눈 적도 있다.

검사장 P는 2차를 자주 나가는 편은 아니었다. ○○에 근무할 때는 부산으로 원정을 다녔는데 부장이 되니까 몸을 사리더라. 작년 5월엔가 ▲▲지검장 할 때 만났는데 "정 회장, 진주 때가 좋았어, 부산까지 가서 술 먹고, 그것도 한번 하고, 요새는 술집에 가서 그런 것도 못해"라고 말했다. 

특히 젊은 평검사들이 나한테 "정 회장님, 부장한테 말하지 말고 우리만 한잔 사주세요"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런 요청이 오면 부산 해운대의 나이트클럽 B에 가곤 했다.

"전별금, 순금 마고자 단추뿐만 아니라 외상술값도 갚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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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업자 J씨와 검사들이 자주 이용했다는 부산시 소재 횟집과 룸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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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중에 참 억울하고 괘씸한 생각이 들더라. 검사로 변호사로 다 잘 살고 있는데 내가 어려울 때 밥 한 번 먹자고 한 검사가 단 한 명도 없더라. 밥 먹자는 전화 한 통 받은 적도 없다.

사천에서 부산으로 넘어와 다시 건설업을 했지만 좀 어려웠다. 고등학교 선배가 스포츠센터 인수하는데 내가 보증을 섰다가 잘못되기도 했다. 92년부터 95년까지는 검사들에게 자주 연락을 못했는데, 그때도 내 안부를 묻는 검사들은 한 명도 없었다.

나는 검사들을 전별할 때도 완벽하게 모셨다. 전별할 때 평생 기억에 남으라고 한냥짜리 순금 마고자 단추를 선물했다. 다섯돈짜리 단추 2개가 한짝이다. 한 보석상에 50개 정도 미리 주문해놓았다. 보통 행운의 열쇠를 많이 하는데 나는 특별하게 순금 마고자 단추를 했다. 86년 이후 00지청을 거쳐간 검사들은 다 이 순금 마고자 단추를 갖고 있을 것이다. 이것은 전별금과 별도다. 심지어 그들이 남긴 외상 술값도 갚아줬다.

참 억울하다. 제가 무슨 일을 당해서 재판을 받거나, 내가 전화해서 퇴직한 검사출신 변호사한테 돈 몇백만 원 빌려달라고 하면 선뜻 빌려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무슨 사건이 터져 내 동생이 검사장 P를 찾아갔다. P를 만나고 온 동생이 "형님, 그런 사람을 수십 번 돈 대주며 사귀었습니까? 구속되고 잡혀가더라도 다시는 P 찾아가라고 하지 마세요, 검사장 자질도 없습니다"라고 말하더라. 그렇게 검사장 P는 자기 보신만 생각하고 '안면몰수'한 것이다.  

검사장 P는 지난해 5월인가 6월인가 서울의 한 일식집에서 마지막으로 식사를 했다. 역삼역 근처에 있는 일식집이었는데 P가 알고 있는 곳이었다. 이날 밥만 먹고 헤어졌다. 그를 가장 진하게 접대했던 시기는 2003년-2004년이었을 것이다. △△지검 형사1부장, □□지금 형사1부장 할 때가 절정이었다.

검사장 P는 그 술을 가지고 G횟집에 가서 검사들하고 폭탄주를 만들어 마셨다. 검사들이 중국술 폭탄주를 서로 마시려고 난리였다. 발렌타인 30년산보다 중국 3대 고급술을 더 선호하던 때였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나는 검사들을 완벽하게 모셨다. 회식이 예정돼 있으면 제일 비싸고 좋은 옥돔이나 전복 등 '특미'가 될 만한 것들을 미리 주문한다. 물론 다 최고급 자연산이다. 명절 때에도 지청장 100만 원, 검사 30만 원을 (촌지로) 전달했다.   

"검사들은 판사에 비해 접대와 관련한 죄의식이 덜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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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건설업체 대표가 수십명의 검사들에게 금품, 향응을 접대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설치된 조형물 '진실의 눈'에 비친 청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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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와서 생각하면 검사들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느낀다. 촌지 뿐 아니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술집에서 술 먹고 난잡하게 놀았다. 룸살롱 안에는 마요네즈는 물론이고 고추장도 등장했다. 얼마나 짓궂게 놀았는지 아가씨들이 검사방에는 안 들어가려고 했다.

회식할 때 여자 검사들을 몇 명 봤다. 폭탄주를 한잔씩 마시며 한마디씩 했는데, '아부의 극치'였다. "훌륭한 부장을 모시고 생활하게 돼서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상명하복, 충성주를 마신 것이다. 남자 검사든 여자 검사든 똑같았다.

게다가 부장검사가 수사를 압박하기도 했다. 특정 검사 이름을 부르면서 "너는 그런 걸 갖고 구속도 못 시키냐, 잠을 안 재워서라도 토해내게 해야지"라고 말했다. 심지어 "실토하지 않으면 회사도 압박해야지, 그 사람 말만 믿고 풀어주면 어떡하느냐"고 질책하기도 했다. 이러니 검찰에 한번 물리면 헤어나기 힘들다.  

내가 겪어본 바로는 검사들은 판사들에 비해 접대 등과 관련해 '죄의식'이 덜한 것 같다. 사실 과다한 접대비가 회사경영에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접대한 비용을 지금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100억 원 정도 될 것이다. 사실 과도한 접대비 지출이 부도의 한 원인이기도 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접대했느냐?'라고 묻는다. 그것은 깊고 오래된 관행이었다. 2000년 이후 골프장에 투자하면서 굉장히 어려웠다. 하지만 돈 없다는 소리는 못하고 돈을 빌려서라도 검사들을 접대할 정도였다.  

나는 지금도 기업가(혹은 지역유지)의 검사 접대 관행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 요즘 젊은 검사들은 그런 관행에서 좀 자유롭긴 하지만 쉽게 없어지기 힘들다. 밑에 있는 검사들 술 사주고, 밥 사주고 해야 검사장이나 부장검사 등이 '보스'로서 인정받고 위신이나 권위도 서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검사장 P는 지검장으로 승진했을 때 그가 형사1부장으로 재직했을 때 같이 근무한 전·현직 부장검사들이 00에 다 내려온 걸로 안다. 질펀하게 회식을 한 것으로 아는데 아마도 나에게 요청했다면 빚을 내서라도 스폰을 했을 것이다.

현재 □□지검 차장으로 있는 K검사가 00지청에서 시보를 했다. 당시 수석검사였던 또다른 K검사를 따라다녔는데, 5-6번 정도 성접대를 받았다. 그렇게 (스폰서 문화를) 가르치고 배우는 셈이다. 아랫사람을 지휘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한다고 할까?

아마도 내게 지금 돈이 있어서 "A검사님, 술 한 잔 합시다"라고 말하면 바로 동료검사들 데리고 올 것이다. 이런 접대 관행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