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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급하긴 급했나 봅니다.

 

'보복성 음해'라며 펄쩍 뛰더니, 전·현직 검사 60여 명이 향응과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자마자 곧바로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위원회의 위원장을 검찰 내부 인사가 아니라 "국민의 신망이 두터운 민간인"으로 세우겠답니다. 위원도 2/3 이상을 사회 각계의 민간인으로 구성하고요. 이례적이고도 신속한 조치라 하지 않을 수 없네요.

 

문제는 향응과 성접대를 받은 의혹이 있는 수십 명의 검사를 조사하는 데 있어서 손과 발 역할을 할 진상조사단입니다. 검찰은 진상조사단 단장에 채동욱(51) 대전고검장을 임명했습니다. 채 고검장은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게 됩니다. 외형적으로는 '민간인'을 내세워 객관성을 보장하는 듯 치장했지만, 결국 알맹이는 자기 식구에게 맡긴 꼴입니다. '눈가리고 아웅하기'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긴 꼴"... '민간인 위원장'에 쏠리는 시선

 

게다가 채 고검장은 문제가 된 박기준 부산지검장과 사법고시(24회), 연수원(14기) 동기입니다. 이번 '검찰 스폰서' 실태를 폭로한 정아무개씨의 문건에 따르면, 박기준 지검장은 2003년 부산지검 형사1부장 검사로 재직할 당시 수차례 향응을 받았고, 함께한 일부 검사에게는 성접대도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검찰 내부의 비리를 단속해야할 한승철 대검찰청 감찰부장도 술 접대 등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입니다.

 

특히 채 고검장 역시 '스폰서 검사'로 지목된 이들의 주요 무대였던 부산·경남 지역을 두루 거쳐 온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채 고검장은 1997년 창원지방검찰청 밀양지청 지청장을 거쳐, 1999~2000년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형사1·2부장검사 등을 지냈습니다.

 

이 때문에 과연 채 고검장이 자신의 동기와 대검 감찰부장 등을 제대로 조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라는 비아냥거림이 터져 나왔고, 한 누리꾼(ID:이번이마지막)은 "경찰이 비리 저지르면 검사가 수사하는데, 검사가 비리 저지르면 같은 식구인 검사가 수사….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냐"고 꼬집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될 "국민의 신망이 두터운 민간인"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검찰은 현재 위원회 위원을 8~9명으로 구성한다는 것 말고는 위원장으로 누구를 임명할지 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공모를 할 수도 없고, 추천 좀 해 달라"며 곤혹스러운 표정입니다. 검찰에 우호적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도 편향적이지 않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검사의 향응 및 성접대 의혹을 제대로 파헤칠 민간인 위원장에 누구를 임명했으면 좋겠습니까? 참고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트위터를 통해 의견을 구하자, 많은 분들이 검찰 내부의 '삼성 장학생'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와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을 꼽았습니다. 어떤 분은 성접대 의혹 때문인지 성교육 강사인 구성애씨를, 어떤 분은 정권의 불교 외압 의혹을 '시원스럽게' 폭로한 명진 스님을 추천하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댓글로 올려주십시요. 혹시 검찰이 여러분의 의견을 참고해, 정말 진심어린 결정을 할지도 모릅니다.


태그:#검사 스폰서, #검사 향응 접대, #검사 성접대, #검찰 진상규명위원회, #채동욱 대전고검장, #장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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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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