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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믿기 어려웠다. 외모를 중시하고 유난히도 '깔끔'떠는 것으로만 보였던 젊은이들이 인도식 '손 비데'를 했다고? 손으로 '응응'을 처리했다고? 나는 도무지 자신 없다. 그런 것이다. 젊음이야말로 다름을 받아들이는 여지다.

박민희 국제워크캠프기구(아래 '워크캠프') 국제협력팀 간사에게는 익숙한 모습인 듯했다. 현재 '워크캠프'는 현대기아자동차와 함께 인도지역에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 봉사단'을 파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전 답사는 물론 현지에서 학생들의 봉사 활동을 지원하고 소통을 돕는 것이 그의 임무다. 이 때문에 1년에 4개월 정도는 인도에 있다고.

"봉사여행은 내적인 스펙을 쌓기에 충분한 기회"

박민희 워크캠프 간사
 박민희 워크캠프 간사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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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희 간사는 지난 19일 인터뷰에서 "해피무브를 통해 학생들 거의 대부분이 변한다"고 강조하며 그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먼저 공동체 생활. '스펙 동아리'만 살아남는 상황이므로 오히려 학생들에게는 신선한 자극이 된다는 설명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자기 공간에만 갇혀 자기 세계만 보기 쉬운 환경"을 실감하고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현지 적응 과정도 학생들의 변화를 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 '손으로 식사하기'등을 체험하면서 문화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봉사 과정에서 현지인들과의 소통을 통해 "봉사는 내가 주는 게 아니라 배우는 것"이란 가치에도 자연스럽게 눈뜨게 된다고 했다.

박 간사는 "이로 인해 학생들에게 일어나는 가장 큰 변화는 시각이 넓어지는 것"이라며 "그동안 너무 작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에 시간을 많이 할애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고 참가자들의 반응을 전했다.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는 굉장히 큰 자산을 얻어 돌아오게 된다는 것.

학생 시절부터 꾸준히 워크캠프 활동을 하다 졸업 후 정식 직원으로 일하게 됐다는 박 간사는 끝으로 "봉사여행은 지성이나 감성 등 다방면에 내적인 스펙을 쌓기에 충분한 기회"라면서 "이런 경험을 꼭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문답.

세계적인 자원봉사 네트워크 '워크캠프'

- 먼저 국제워크캠프기구는 어떤 단체인지?
"세계 1차 대전 후 화합과 평화를 위해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자원봉사 단체다. 현재 기구 가입 국가면 어느 나라든 선택해서 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세계적인 네트워크가 구축됐다. 일부 분쟁 지역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가 망라돼 있다. 파리 유네스코 본부 산하 국제자원봉사 조정위원회를 중심으로 각 나라가 연결돼 있으며, 우리나라는 1999년 설립됐다. 현재 회장국이다."

- 해피무브도 함께 소개해달라.
"방학 기간을 이용해서 대학생들이 해외 봉사하는 프로그램이다. 여름에 250명, 겨울에 250명씩 파견한다. 주요 활동은 크게 지역봉사, 의료봉사로 나뉜다. 지역봉사는 시설 보수, 나무 심기, 집짓기, 소각장 건설 등 지역에 실제 도움이 되는 건축 활동과 교육도 함께 실시한다. 의료봉사는 열린의사회 소속 의사들을 중심으로 대학생들과 팀을 이뤄 치료 활동과 보건교육을 병행한다."

- 해피무브를 평가한다면.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프로그램이고, 내용적으로도 4기까지 오면서 많이 안정화된 상태다. 상당히 많은 단체가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보니 사업 초기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이제 호흡이 잘 맞고 프로그램도 안정적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대규모 워크캠프로는 유일하기 때문에,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기업과 NGO의 협력관계에 대한 관심도 높다."

- 일정에 현대자동차 공장 견학 같은 프로그램도 있더라. 학생들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뉜다. 어떤 친구들은 봉사하기도 바쁜데, 굳이 견학해야 하나 이야기한다. 한편에서는 인도에서 우리나라 위상을 실감하고 대단하다, 자부심을 느꼈다는 친구도 있다. 또 학생들이 선망할 만한 기업이다 보니, 직원들과 만나 대화할 수 있어 좋았다는 반응도 있다."

- 학생들이 해피무브를 많이 지원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아무래도 경비가 전액 지원되니까. 자비 마련이 힘든 학생들한테는 도전해 볼 만한 기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동기 부여가 약해지고, 정말 스펙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많아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여행 과정에서 학생들 거의 대부분이 변한다."

'손 비데' … "남학생들은 스스럼없이 하는 편"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 봉사단 자료 사진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 봉사단 자료 사진
ⓒ 국제워크캠프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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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변하나? 변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일단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이 공동체 생활인데, 그 자체가 학생들을 굉장히 순수하게 만든다. 시험공부도 해야 하고 사실 다 바쁘다. 요즘 대학교에서 동아리 생활도 많이 없어졌다. 살아남는 동아리는 거의 스펙 동아리다. 자기 공간에만 갇혀 자기 세계만 보기 쉽다. 허나 공동체 생활에서 자기 이익만 추구해서 팀워크가 만들어질 수 있나. 결국 자기 것을 내려 놔야 한다.

한 팀이 22명 정도로 구성되는데, 함께 먹고 자고, 봉사하고, 문화교류나 교육도 함께 준비한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도 자체적으로 해결해 나가면서 학생들 스스로 성장하게 된다. 학생들이 많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전국구' 인맥 얻었다, 그동안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다양한 전공,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식구처럼 지내다보니까 시야도 넓어지는 모양이다."

- 봉사 활동을 통해서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되나.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먼저 다름의 이해. 인도 가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손 비데'다."

- 무슨 말인가?
"'손 비데'(웃음), 휴지를 안 쓰고 손으로 … 그걸 학생들이 '손 비데'라고 표현하더라. 직접 체험을 해 보라고 권장한다."

- 그럼 학생들이 '손 비데'를 하나?
"많이 한다. 남학생 같은 경우는 스스럼없이 하는 편이다."

- 그리고 손으로 밥 먹고?
"그건 당연한데… (웃음). 물론 봉사 활동 중에 페인트칠 등으로 손이 너무 더러워졌을 때만,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수저를 쓰고, 그 외에는 다 손으로 식사한다. 오히려 굉장히 즐거워한다. 아, 내가 정말 인도에 진짜 왔구나. 사전 교육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한다. 문화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라고."

"가장 큰 변화는 시각이 넓어지는 것"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 봉사단 문화공연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 봉사단 문화공연
ⓒ 국제워크캠프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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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으로 밥 먹는 것은 어떻게 하겠는데, '손 비데'는 영 …(웃음). 다름의 이해, 그 외 또 하나의 측면은 무엇인가?
"봉사는 내가 주는 게 아니라 배우는 것이란 가치에 눈을 뜬다. 내가 뭔가 준비해서 뭔가 주려고 왔는데, 아이들의 웃음만으로도 에너지를 얻고, 현지 마을 사람들이 베푸는 친절함을 보면서,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로 인한 감사함을 느낀다. 또 현지에서 결합하는 인도 스태프들과 굉장히 많이 친해진다.

결국 인도란 나라가 내 친구, 나랑 정을 나눴던 사람들이 사는 곳이란, 구체적인 이미지로 다가오게 된다. 다른 곳에도 눈을 많이 돌리게 되고, 시각이 더 넓어지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는 일, 굉장히 큰 자산을 얻어 돌아오는 셈이다."

- 한편으로 워낙 경쟁이 치열하고 각박한 현실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런 변화들을 오히려 쉽게 받아들인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가장 큰 변화도 시각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학생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보면, 공부, 점수, 스펙만 보다가 세계적인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경우, 진로를 바꿔 볼까 하는 친구, 해피무브와 비슷한 기회를 또 찾으려는 학생도 있다. 너무 작은 것 또는 중요하지 않은 것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않았나, 더 중요한 것들이 있을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 대학 현실을 감안하면 이런 학생들은 그래도 여전히 소수인 것 같은데.
"그렇게 많은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들을 보고 일한다. 그래서 해피무브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단 많은 인원이 참가할 수 있다.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다. 변화의 가능성을 넓게 열어둔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크다."

"학생 시절부터 꾸준히 활동, 나와 맞는 스펙 쌓아"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 봉사단 자료 사진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 봉사단 자료 사진
ⓒ 국제워크캠프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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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크캠프에서는 어떻게 일하게 됐나.
"처음 학교에서 홍보 전단을 보고 참여하게 됐다. 청소년 국제 교류 쪽에 관심이 있던 터라 나랑 딱 맞았다. 학생 시절부터 꾸준히 활동했다. 배낭여행을 하면서 워크캠프도 함께 참가했고, 우리나라에서 워크캠프가 개최될 때는 리더 활동도 했다. 그 다음에 직원으로 들어오게 됐다. 나와 맞는 스펙을 쌓을 수 있었던 셈이다."

- 워크캠프 활동을 하기 전 대학 생활은 어땠는지?
"토익 공부하고 무슨 경진대회 준비하고, 스펙 쌓기에 열심이었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 그럼 해피무브를 통해 본인도 느끼는 바가 있겠다.
"첫 마음을 되새긴다. 변화하는 학생들 모습을 보면서 '아, 이게 내 모습이었는데', 그런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그럴 때 보람도 가장 크게 느낀다. 스스로 뜨거워질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할까."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봉사여행은 지성이나 감성 등 다방면에 내적인 스펙을 쌓기에 충분한 기회라고 본다. 이런 활동을 통해 배우는 것들, 사실 이십대에 느껴보지 않으면 안 될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글로벌 시대 하는데, 이런 경험 한 번 없이 사회에 뛰어들었을 때, 그 조직에 얼마나 변화가 있을까.

물론 누구는 법조인, 또 누구는 선생님, 다 각자 갈 길이 있다. 따뜻한 마음을 갖고 각자 분야에 갔을 때, 그 변화는 더 클 것이라 본다. 이런 경험 없이 스펙만 쌓아서 갔을 때랑 그 결과가 전혀 다를 거라 믿는다. 꼭 이런 경험을 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세상은 우리가 바꾼다."


태그:#봉사, #여행, #해피무브, #워크캠프, #스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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