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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일찍 도착했나보다. 복도에 잠깐 앉아 기다리는 동안 한 사람 두 사람 모여든다. 비가 내리는 이 저녁에도 어김없이 모여든 사람들, 오늘은 또 어떤 글 보따리를 풀어놓을까. 빈 자리가 몇 개 보인다. 한 사람만 빠져도 빈 자리가 커 보인다.

 

한 사람씩(목사님이 정해주는 순서대로) 자신이 일주일 동안 고심해서 써 온 서평과 칼럼을 낭독한다. 진지하게 듣는 사람들. 글 하나 낭독하고 나면 모두들 박수, 이어서 칭찬과 공감의 시간을 가진다. 이어서 목사님의 한 말씀, 잘 된 것과 아쉬운 점, 고쳤으면 하는 점들 등을 짚어주고 다음 순서로 넘어간다.

 

비난이나 비판을 위한 비판은 금물이다. 칭찬과 공감이 중요하다. 모인 사람들 각자의 모습이 다르듯 성품이 다르고 개성이 다르고 글 빛깔이나 향기가 모두 다르다. 글에서 모습에서 목소리에서 그들만의 개성이 짙게 배어 나온다. 목사님은 이따금 중요한 한 마디씩 던진다.

 

"내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시키세요."

"내가 쉽게 쓰면 남들이 편하게 읽고 행복해합니다."

"남들과 소통하는 글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내가 쓴 글에서 주제문을 찾아보십시오. 한 문단에 한 이야기! 입니다."

"서평을 위해 읽은 책, 저자는 책을 어떻게 썼는지 자세히 보십시오."

 

매주 월요일 저녁 7시에 모이는 이 특별한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간다. 아쉬움을 가지고, 그러나 또 다음 월요일 만남을 기대하면서 집으로 향한다. 월요모임 끝나는 시간은 끝이 아니다. 다가오는 월요모임을 위해 책을 읽고, 서평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고 칼럼은 또 무엇으로 할까 고심하며 글 쓰다보면 월요일은 또 앞에 있다. 그러니 일주일 내내 "특별한 시간" 속에 있다.

 

'읽고 읽게 하고, 쓰고 쓰게 하고!'

 

글쓰기엔 우리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은 날 월요일 낮 반 모임이 있고, 목요일 목회자 독서모임, 토요일 청소년 글쓰기 모임, 그리고 최근에 형성된 서울지역 제3기 목회자 글쓰기 모임(온라인·오프라인)' 등이 있다.

 

청소년 글쓰기학교는 기독청소년들을 독서와 논술 훈련을 목적으로 로고스서원이 부산성서유니온과 더불어 글쓰기학교를 시작했다. 매주 한 권의 책을 읽고 독서토론과 서평 에세이를 쓴다. 대상은 중·고등학교 학생들이며 3월 6일 개강했다. 매주 토요일 오후 3~5시에 모임을 갖는다.

 

글쓰기교실을 막상 시작하고 보니 의외로 글쓰기에 관한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목사님은 말했다. 그리스도인의 글쓰기 학교는 사실상 인문학적 읽기와 쓰기 과정이다. 월요일 저녁마다 12주 동안 모이는 글쓰기학교는 지성과 영성, 관계성, 치유성 등 총체적 회복을 지향하며, 매주 한 권의 책을 읽고 서평쓰기와 에세이를 쓴다.

 

목표는 9개월 동안 50권의 책을 읽고 50편의 서평과 에세이 50편 쓰기다. 이를 통틀어 '로고스서원'이라 이름 한다. '읽고 읽게 하고! 쓰고 쓰게 하고!'를 목적으로 한다. 읽고 쓰는 사역이 목회자와 청소년, 주부와 청년 대학생, 직장인들에게 확장되길 그는 기대하고 있다. 전 신자 작가주의를 지향한다. '모든 신자는 작가'라는 것이다.

 

사실, 매주 책 한 권을 읽고 서평을 쓰고 자유로운 에세이 하나씩 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강노동이다. 그럼에도 계속하는 이유는 책 읽는 그리스도인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 때문이다. 목사님은 청소년 글쓰기를 하면서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보며 보람과 사명감을 느끼고 어른들 글쓰기교실에선 행복하다고 말한다.

 

특별한 시간을 통해 발견한 새로운 것들

 

 

사실, 이 모임에 참석하게 된 동기는 순전히 동생의 '적극적인 권유'에 의해서다. 남동생이 '누나한테 좋은 시간이 될 것'이라며 함께 하자고 했고, 동생이 한다니까 동생 얼굴도 자주 볼 겸 참석해 볼까 했다. 하지만 갈등하다 첫 모임 땐 참석하지 않았다. 시간을 정해놓고 매주 월요일마다 모여야 한다는 것과 거리가 멀다는 것, 틀어박히기 좋아하는 내 성격, 그동안 쭉 글을 써왔기 때문에 굳이 글쓰기교실에 다닐 절실함이 없었다.

 

그러다 동생도 지쳐 손을 들었을 때쯤, 나름대로 활력이 되겠다 싶어 참석하겠노라고 했다. 막상 참석하고 보니 신선했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글, 내가 몰랐던 '낭독의 발견' 나는 다른 사람들의 색깔도 빛깔도 향기도 다른 그들만의 개성이 묻어나는 글을 듣고 읽으면서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모임에 참석하길 잘했어 하고 내 자신을 칭찬해 주었다.

 

특별한 날, 특별한 시간 기대가 되었다. 12주 동안 매주 새로운 글 보따리를 풀어낼 이들의 글 보따리가 궁금하다. 그동안 기사를 쭉 써왔지만 이렇게 소수의 인원(12명 정원)이 한 장소에 모여서 자기가 쓴 글을 남들에게 낭독해 들려주는 것은 처음이다. 낭독의 시간은 얼마동안 내 맨살을 드러낸 것처럼 어색했다. 남 앞에서 내 글을 읽는 행위를 통해 나는 내가 쓴 글에 대한 무한한(?) 책임을 느꼈다.

 

전에 없는 버릇이 또 하나 생겼는데, 사실 알면서도 번거로워서 잘 하지 않았던 습관이다. 노트에 내가 쓴 글을 워드로 쳐서 꼭 프린트를 해서 빨간 펜으로 고치고 또 고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글을 다듬고 난 뒤에야 프린트를 한다. 전에도 나름대로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한 장소에서 얼굴과 얼굴을 대면하고 내 글을 읽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이었다.

 

이 모임을 통해 소수의 사람들과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고 소통하면서 글쓰기의 다양성과 개성을 만났고 결코 글쓰기에 자만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역시 사람은 겸손한 자세로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한편으론 새로운 만남의 지평을 열었다는 점이다.

 

특별한 시간, 월요일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지하철을 타고 양산에 도착했을 때, 비는 그쳤다.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음 월요일의 그 특별한 시간을 위해 벌써 또 어떤 글을 쓸까 궁리를 한다. 낭독하던 사람들을 향해 한 마디씩 던지던 목사님의 목소리 옆에서 들려오는 듯 하다.

 

"퇴고 할 때는 덜어내는 신경질이 좋습니다."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글, 버리십시오"

"'그 사람 얘기는 뻔한 얘기다'라는 걸 경계해야 합니다."

"각 문단에 키워드가 있어야 합니다."

"좋은 글은 문장이 아니라 문단입니다. 한 문장에 한 생각을 담으십시오."

 

에구구. 어쩔 수 없다. 낑낑 끙끙 글과 씨름하면서도 행복하고 뿌듯한 시간들. 여전히 난 일주일 내내 월요일 그 '특별한 시간'에 속해 있다.


태그:#글쓰기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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