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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는 매월 셋째주 토요일 오후 3시 부평역에서 출발해 전용도로가 설치 될 부평대로를 달리는 자전거대행진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로 벌써 3주년을 맞이했다. 3주년 행사에 참여한 회원들이 '떡 컷팅'식을 하고 있다.
▲ 자전거대행진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는 매월 셋째주 토요일 오후 3시 부평역에서 출발해 전용도로가 설치 될 부평대로를 달리는 자전거대행진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로 벌써 3주년을 맞이했다. 3주년 행사에 참여한 회원들이 '떡 컷팅'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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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속으로 들어가 '자전거도시' 심는 사람들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이하 자전거운동본부)가 3월부터 다시 자전거교실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1월부터 12월까지 9기에 걸쳐 매회 15명 내외의 자전거교실 졸업생이 나왔다. 그렇게 배출된 졸업생은 총 118명.

자전거운동본부가 자전거교실을 운영하는 것은 일상생활 속에서 시민을 중심으로 자전거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사실 자전거이용의 필요성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 자전거가 탄소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경제적으로도 득이라는 것도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게다가 자전거 타는 방법을 알려줄 뿐 자전거도시에 대한 철학까지 교육하는 곳은 없다.

이에 자전거운동본부는 부평공원에서 자전거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자전거교실을 전혀 운영해 본 적이 없었던 터라 자전거운동본부의 아줌마(?) 운영위원들은 교본을 제작했다. 누가 만들어 준 것이 아니라 자전거를 전혀 탈 줄 몰랐던 사람이 자전거를 배우며 직접 체험한 것을 기록한 것을 토대로 했다.

그리고 지금은 자전거교실을 통해서 자전거를 처음 배웠던 아줌마들이 자전거교실의 강사가 돼 자전거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5기생으로 자전거를 배운 이은숙(46)씨는 집이 서구 검암동인데도 자전거를 배우기 위해 부평까지 왔다. 그만큼 자전거에 대한 열정이 많았던 것. 그는 이제 자전거교실의 어엿한 강사가 됐다.

그는 "내가 봐도 장족의 발전이다. 자전거라면 엄두도 못냈던 내가 사람들을 가르치고 있다. 못타던 내가 배워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됐으니 가르쳐 줄 때 오히려 잘 짚어줄 수 있다"며 "이럴 땐 뭐가 문제고 안 될 땐 '내가 저렇게 해서 안 됐어'라고 세세하게 짚어 줄 수 있고, 또 같은 아줌마끼리라 얘기하기도 편하다"고 전했다.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가 운영하는 자전거교실에 참여한 인천시민들이 자전거를 배우고 있다. 1강에서 자전거도시가 지향하는 도시의 모습, 자전거도시에 대한 철학을 수강하지 않으면 자전거를 배울 수 없다.
▲ 자전거교실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가 운영하는 자전거교실에 참여한 인천시민들이 자전거를 배우고 있다. 1강에서 자전거도시가 지향하는 도시의 모습, 자전거도시에 대한 철학을 수강하지 않으면 자전거를 배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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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교실은 자전거도시를 교육하는 교실"

자전거교실의 가장 큰 특징은 자전거도시에 대한 철학을 교육하는 것이다. 이는 자전거운동본부가 운영하는 자전거교실이 단순히 자전거를 타게 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자전거도시에 대한 교육을 빼먹으면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자전거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안강림 자전거운동본부 운영위원은 "자전거도시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우선하고 교통약자를 배려하는 도시다. 교육 중 간혹 남들보다 먼저 가려는 분들이 있다"며 "자전거를 타는 것보다 자전거도시에 대한 철학이 중요하다. 그래서 교육이 진행 되는 중간에도 자전거도시에 대한 얘기를 지속적으로 교육한다"고 설명했다.

자전거교실은 하루 3~4시간, 일주일에 4일, 3주에 걸쳐 수업한다. 자전거도시에 대한 철학교육이 끝나면 다음날부터 실전 교육이 진행된다. 보통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뒤에서 잡아주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자전거운동본부에선 잡아주지 않는다.

이에 대해 수강생이었다가 강사가 된 조미득(46)씨는 "균형 잡는 게 제일 중요한데, 이는 잡아준다고 몸에 배는 게 아니다. 그래서 낮은 경사로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연습을 반복케 한다. 간혹 넘어지기도 하는데 큰 부상은 아니다. 그렇게 균형 잡는 게 몸에 배면 서서히 페달 밟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했다.

3주 수업 중 가장 긴장되는 날은 자전거를 타기 위해 거리에 나서는 11일째 되는 날이다. 그전에는 공원에서 타는 터라 그다지 위험한 상황이 없었다. 하지만 자전거를 일상에서 타기 위해서는 거리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어야 한다.

안강림 운영위원은 "그때는 수강생뿐만 아니라 강사도 모두 긴장한다. 일단 동네 골목길 적응훈련을 거친다. 그렇게 익숙해지면 거리로 나서는데 그 다음이 부평공원에서 인천대공원 다녀오는 길이다. 그러고 났더니 나중에는 같은 수강생끼리 모임을 결성해 대부도까지 다녀오고 그런다"고 말했다.

무료한 일상, 무료교실에서 활력 찾는 아줌마들

자전거교실을 찾는 사람은 100% 아줌마들이다. 남성들이야 어릴 때부터 쉽게 자전거를 접해 타고 다니지만 여성들은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기회도 적었고, 이제는 나이가 들어 누가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이들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50대 아줌마들은 배우는 데 가장 열정적이고 배우고 난 뒤 누구보다 가장 행복해 한다. 그 이유에 대해 조미득 운영위원은 "50대가 되면 여성들의 몸에 변화가 온다. 갱년기의 시작이다. 동시에 자식들 다 키우고 나니 뭘 해야 할지 모른다. 우울증과 불면증이 동시에 찾아온다. 자기 삶에 대한 애정과 자존감 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그런 아줌마들이 자전거를 배우고 나면 활력을 찾게 된다. 내가 직접 경험한 얘기다. 자전거를 타고 교외도 나가보고, 자전거교실 수강생 모임을 결성해 삶을 나누기도 하면서 의욕을 찾는다"며 "아줌마들이 그렇게 좋아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내가 변화했다. 나도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나도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뭔가가 있다는 사실에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은숙씨는 "이젠 집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성당 갈 때도 자전거를 이용한다. 곳곳을 자전거로 누빈다. 차를 타고 다닐 땐 몰랐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며 "지난해 인근 농로를 자전거타고 누비는데 풍경과 스치는 바람이 참 좋았다. 지나가던 한 노인께 인사를 드렸더니 처음 보는 사람임에도 반갑게 맞아주는 걸 보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아줌마들이 만드는 자전거도시. 사진 왼쪽부터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 운영위원 안강림, 조미득, 자전거교실 강사 이은숙씨. 이들은 자전거교실을 통해 자전거를 배웠고, 지금은 자격증까지 취득한 어엿한 전문 강사단이다.
▲ 자전거교실강사단 아줌마들이 만드는 자전거도시. 사진 왼쪽부터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 운영위원 안강림, 조미득, 자전거교실 강사 이은숙씨. 이들은 자전거교실을 통해 자전거를 배웠고, 지금은 자격증까지 취득한 어엿한 전문 강사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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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교실은 무료로 운영된다. 자원봉사로 가르쳐주고 있는 셈인데, 이는 자전거운동본부의 원칙이다. 인태연 자전거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자전거도시 자체가 주민들의 참여로 이뤄지는 것이다. 더 많은 시민들이 자전거도시를 만드는 주체가 돼야하는데 돈을 받게 되면 그 주체와 우리 사이의 수평적인 관계가 수직적인 관계가 되고 만다. 또 교육자체가 상품화된다"며 "이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사람의 얼굴을 한 도시를 만들려고 하는 우리의 자세와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한편, 조미득씨와 이은숙씨를 비롯한 수갱생 4명은 자전거운동본부 운영위원 2명과 함께 4월 대구에 내려가 정식으로 자전거교실을 운영할 수 있는 민간자격증을 받았다. 아직 국내에 자전거교실 운영 인증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대구에서 자전거교육과 실기평가를 실시했다.

이광호 자전거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올해부턴 자전거교실을 더욱 확대해 월 2기씩 배출할 계획"이라며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필요하지만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이 정말 중요하다. 자전거를 빨리 타는 것보다 안전하게 타는 게 중요한데 이를 위해 인프라 구축이 앞당겨져야한다"고 말했다.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가 진행하는 자전거교실은 벌써 5월까지 수강생이 꽉 차있다. 지금 신청을 해도 6월이 돼서야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는 시민 속에 자전거도시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대로 진행되면 올해만 부평구 인근에서 300여명이 넘는 자전거도시 전도사들이 자전거교실을 통해 배출될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자전거도시,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 #자전거교실, #자전거대행진,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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