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제천 역사 앞에 있는 박달이와 금봉이 동석상
제천 역사 앞에 있는 박달이와 금봉이 동석상 ⓒ 최오균
'울고 넘는 박달재~'라는 노랫말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은 드물 것이다. 언젠가부터 지명인 제천보다, 제천을 상징하는 '박달재'가 더 유명해졌다. 박달재는 제천~충주 간 38번국도 해발 453m의 천등산 고개에 위치하고 있다.

제천하면 나에게는 30여년 전 이 박달재를 넘어 갔던 추억이 박달재의 전설과 함께 아득히 떠오른다. 천등산은 유난히도 박달나무가 많았다고 한다. 예전에는 영동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이 험준한 고갯길을 넘어 한양으로 갔다.

경상도 선비 박달이도 과거를 보기위해 예외없이 이 박달재를 넘어갔다. 한양으로 가던 중 그는 백운면 평동리에 이르러 어느 민가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그 집에는 금봉이라는 아리따운 처녀가 살고 있었다. 달 밝은 밤 뜰에서 만난 두 사람은 한눈에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하여, 둘은 서로 사랑을 나누고... 박달이는 과거시험을 보러 한양으로 간다. 박달은 과거에 급제를 하면 꼭 다시 만나기로 약조를 하고 떠났으나, 그는 금봉이를 사랑하는 상사병 때문에 시험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낙방을 하고 만다. 과거에 낙방한 그는 면목이 없어 금봉이를 찾지 못하고 한양에 머물게 된다.

"난간을 스치는 봄바람은 이슬을 맺는데/구름을 보면 고운 옷이 보이고/꽃을 보면 아름다운 얼굴이 된다/만약 천등산 꼭대기서 보지 못하면/달 밝은 밤 평동으로 만나러 간다."

과거공부는 온데간데없고 오직 금봉이만을 가슴에 안은 박달이 남긴 시다.

사랑이 먼저냐, 출세가 먼저냐?

사랑이 먼저인가, 출세가 먼저인가. 아무래도 우리의 박달이는 출세보다는 사랑이 먼저였던 모양이다. 구름을 보면 금봉이의 옷깃이 보이고, 꽃을 보면 아름다운 금봉이의 얼굴로 변하고마니 어찌 과거시험에 합격을 하겠는가? 그런 박달이가 과거에 낙방을 한 것은 불을 보듯 훤한 일이다!

우리네 옛 전설의 전말은 항상 애틋하고 간절하며 비극적인 문제를 안겨주면서도 오히려 심금을 울린다. 오직 박달이의 장원급제를 기원하며 성황당 고갯길을 오르내리던 금봉이! 100일 동안 박달이의 이름을 부르며 아흔 아홉 구비를 오르내리던 금봉이는 마침내 상사병으로 실신하여 불귀의 객이 되고 만다.

 제천역 광장에 세워진 박달이와 금봉이 석상
제천역 광장에 세워진 박달이와 금봉이 석상 ⓒ 최오균
뒤늦게 이 소식을 전해들은 박달은 금봉이의 삼우날 박달재가 있는 평동에 도착한다. 금봉이의 죽음 앞에서 목 놓아 울다 지쳐 눈을 뜨니 금봉이가 고갯마루로 달려가질 않겠는가? 금봉이의 환상을 보고 쫓아가던 박달이가 금봉이를 껴 앉을 찰나, 박달은 그만 낭떠러지로 떨어져 죽고 만다. 그는 금봉이의 환상을 껴 안은 것이다.

그 후 사람들은 이등령을, 두 남녀가 사랑을 이루지 못해 박달이가 죽은 고개라 하여 박달재라 부르며 이들의 못다 한 사랑을 기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사람들이여, 환상에서 깨어나라! 과거시험에 합격을 하든지, 아니면 아예 포기를 하고 금봉이와 농사를 지으며 살 생각을 하든지 확실한 선택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환상은 이렇게 금봉이를 죽게하고 환상에 젖은 당신, 박달이도 죽고 만다.

현실은 환상이 아니다

세월은 화살처럼 흘러가고 환경도 많이 변했다. 4km에 달하는 박달재 옛길은 1997년 개통한 1960m터널로 순식간에 지나간다. 남한강을 굽이굽이 돌아 서울에서 4시간정도가 걸리던 길도 지금은 뻥~ 뚫린 고속도로를 타고 가면 불과 1시간 반 만에 제천에 도착한다.

이제 제천은 더 이상 울고 넘는 박달재의 도시가 아니다. 1박 2일 동안 제천을 둘러본 제천은 '박달이의 환상'에서 깨어나 바이오산업의 메카와 중부내륙 답사의 일번지로 거듭나고 있었다. 1979년 건설된 충주댐으로 '내륙 속의 바다' 청풍호가 탄생 된 이후, 시멘트 산업이 사양화를 걷고 있는 시점에서 바이오산업과 관광산업으로 탈바꿈을 하고 있다.

 청풍호를 가로지르는 옥순교
청풍호를 가로지르는 옥순교 ⓒ 최오균

그 첫 단추가 2010년 9월 16일부터 10월 16일까지 제천시가 인류의 '무병장수의 꿈'을 이루어 나가겠다는 슬로건을 걸고 개최하는 '국제한방아이오엑스포'다. 무병장수의 꿈은 박달이가 꾸어온 환상이 아니라 인류의 건강을 일구겠다는 야무진 제천 사람들의 꿈이다. 그 꿈이 현실로 이루어 지기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제천인들의 열과 땀이 담긴 정성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환상과 볼멘 구호는 더 이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그러다가는 제2의 박달이와 금봉이가 되고 만다.구름잡는 환상에서 팍~ 깨어나 현실을 직시하고 한걸음 한걸음 사람들의 이익과 관심 속으로 내딛을 때 제천인들의 꿈은 이루어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시멘트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든 제천이 바이오 산업의 메카를 꿈구고 있다. 그 첫 단추로 2010.9.16~10.16까지 한방엑스포를 개최한다. 1박 2일 동안 취재한 제천을 3회에 거려 연재하고자 한다.



#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박달이와 금봉이#청풍호#울고넘는 박달재#제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는이야기, 여행, 작은 나눔, 영혼이 따뜻한 이야기 등 살맛나는 기사를 발굴해서 쓰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