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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하자마자 천막까지 치며 일하는 사장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던 김재철 사장은 파업이 시작된 뒤 모습을 감췄다. 직원들을 중요한 고객으로 여기고 봉사하는 자세로 일하겠다던 초심은 어디로 갔나. MBC 주차장에 다시 천막을 치는 한이 있더라도 빨리 복귀해 엉킨 매듭을 풀어달라."

 

MBC 국장급 사원들에 이어 부국장급 사원들도 15일 김재철 사장에 집단 반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같은 MBC 내 간부급 사원들의 조직적인 성명파동은 84사번에 이어 85사번, 86사번은 물론 보직간부들까지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세간에는 MBC 파업이 장기화되면 노동조합이 상당히 불리해질 것이라고 점쳐졌지만, 현재 상황은 오히려 김재철 사장에게 매우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파업 중인 노동조합 소속 평사원뿐만 아니라 간부급 사원들까지도 김 사장에 반기를 들고 집단 반발하면서 사실상 김 사장은 사내에서 신뢰와 지도력을 완전히 잃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돈다. 

 

85년 MBC 공채입사 53명의 85사번 가운데 보직간부, 특파원, 외부파견 등을 제외한 34명 중 2/3 이상이 동의한 것으로 알려진 이번 성명에서 MBC 85사번들은 김재철 사장에게 ▲ 황희만 부사장 임명철회 ▲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를 요구했다. 지난 13일 84사번들이 발표한 것과 같은 요구다. 

 

이들은 이번 성명에서 "이번 사태의 발단이 사장에 대한 신뢰의 상실에서 비롯된 만큼 해결의 책임 또한 전적으로 김재철 사장에게 있다"고 결자해지를 촉구했다.

 

 

"청와대가 청소부 사장을 앉혀 MBC 인사권 유린"

 

이들은 이어 "노동조합의 파업은 '청와대가 청소부 사장을 앉혀 MBC의 인사권을 유린했다'는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의 폭로에서 촉발된 것"이라며 "김우룡 고소와 황희만 임명 철회는 공영방송 MBC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수호할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 시금석"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최근 MBC가 대내외적으로 처해 있는 여러 어려움들을 전하기도 했다. 이들은 "▲ 월드컵 중계문제 ▲ 미디어렙 ▲ 디지털 전환 ▲ 종합편성채널 도입 ▲ 방송 재허가 등 MBC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굵직한 사안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다"며 "이런 문제를 푸는 첫 걸음은 신뢰의 회복"이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번 성명을 주도한 85사번 A씨는 "순수하게 사내 문제였다면 우리가 이렇게까지 나섰겠냐"며 "정치권과 연결된 김재철 사장이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은 상황이 우려돼 이 같은 활동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사장이 물러나든 아니든 조기에 파업사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며 "김재철 사장이 밖으로만 돌 게 아니라 사내에서 진중하게 사태를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A씨는 "동기들에게 이메일을 보낼 때 50%가 반대하면 이 성명을 철회하겠다고 밝혔"지만, "대부분 이 성명에 동의했고, 이메일이나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많은 의견을 주었다, 동기들이 피력한 의견은 이 성명에 대체로 반영했다"고 전했다.  

 

이번 성명을 이끈 85사번들은 현직에 있는 보직간부들보다 고참 사원들로 한두 해 전에 대개 부국장에서 부장 등의 보직을 역임하고 현업에 복귀해 활동하고 있다.

 

연이은 성명파동에도 "사장님은 외출중"

 

한편, 김재철 사장은 이 같은 성명 파동 속에서도 외부에 머물고 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재철 사장 전화로 연결된 측근은 "지금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고 있다"고만 말할 뿐 그 밖에 일체의 언급을 피했다. 어느 현장인지, 누구를 만나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공개할 수 없다고 전했다.

 

파업 상황이나 성명 파동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기 곤란하다는 입장만 피력할 뿐 그 밖의 발언은 삼갔다.

 

최기화 홍보국장은 "오늘도 사장님은 회사에 안 오신다"며 "어디에 있는지 관심을 둘 사안은 아니다"고 밝혔다.

 

MBC 노동조합은 파업 11일째를 맞이한 15일 오후 2시 거리로 나가 시민들에게 공영방송 사수와 김재철 사장 퇴진의 정당성을 알릴 계획이다. MBC 파업을 지지하는 누리꾼 등은 14일까지 모두 1000여만 원의 파업 성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MBC 85사번들이 밝힌 성명의 전문이다.

 

김재철 사장은 하루 빨리 회사로 복귀해 엉킨 매듭을 풀어야 한다

최근 MBC가 천안함처럼 침몰하고 있다는 우려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25년 이상 땀과 혼을 쏟은 우리의 일터 MBC가 더 이상 붕괴되는 것을 지켜만 볼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우리 85사번 사원들은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첫째, 김재철 사장은 하루 빨리 회사로 복귀해 엉킨 매듭을 풀어야 한다. 우리는 이번 사태의 발단이 사장에 대한 신뢰의 상실에서 비롯된 만큼 해결의 책임 또한 전적으로 김재철 사장에게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취임하자마자 천막까지 치며 일하는 사장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던 김재철 사장은 정작 파업이 시작되자 회사에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사원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면서 "직원들을 중요한 고객으로 여기고 봉사하는 자세로 일하겠다"던 초심은 다 어디로 갔는가? MBC 주차장에 다시 천막을 치는 한이 있더라도 회사에 복귀해 매듭을 푸는 것이 경영자의 자세이자 도리일 것이다.

 

둘째, 방송문화진흥회 전 이사장 김우룡을 즉시 고소하고 황희만 부사장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 이번 노동조합의 파업도 '청와대가 청소부 사장을 앉혀 MBC의 인사권을 유린했다'는 김우룡의 폭로에서 촉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희만씨의 부사장 임명도 이 연장선상에 들어 있다. 김우룡에 대한 고소와 황희만 부사장의 임명 철회는 김재철 사장이 공영방송 MBC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수호할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가름하는 시금석이다. 개인의 호불호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는 작은 사안이 아니라, MBC의 존립기반과 직결되는 중차대한 문제다.

 

MBC는 백척간두에 서있다. 월드컵 중계문제, 미디어렙, 디지털 전환, 종합편성채널 도입, 방송 재허가 등 MBC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굵직한 사안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다. 이러한 문제를 푸는 첫 걸음은 신뢰의 회복이다.

 

사장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사장의 리더십과 지도력이 발휘될 수 있고, 난제들을 풀어나갈 수 있다. 우리는 "MBC를 하나로 뭉쳐 뛰게 하는" 김재철 사장의 모습을 진심으로 보고 싶다. 하루 속히 MBC에 복귀해 신뢰회복을 위한 조치들을 시행하기 바란다. 선택의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현 사태를 우려하는 85사번 일동(보직자 제외)

* 위 성명서에 동의하지 않는 85사번들도 있음을 밝힙니다.


태그:#MBC,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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