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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넓은 국토와 많은 인구를 가진 만큼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고 있다. 특히 무분별한 산업화와 도시화는 생태환경을 급속히 파괴하여 대륙 전체를 몸살 나게 하고 있다. 오늘날 중국의 모습은 끝없는 인간의 탐욕이 자신마저 해할 수 있다는 교훈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피해를 겪고 있는 중국의 현실을 3차례에 나누어 살펴본다.... 편집자 주

시솽반나 열대식물원으로 가는 도로 주변에 쉽게 볼 수 있는 고무나무 숲. 거대한 고무농장은 시솽반나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이다.
 시솽반나 열대식물원으로 가는 도로 주변에 쉽게 볼 수 있는 고무나무 숲. 거대한 고무농장은 시솽반나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이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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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산업은 시솽반나를 대표하는 산업이지요. 중국 전체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면서 시솽반나의 경제적 번영을 이끌어 왔으니까요."

중국 윈난(雲南)성 시솽반나(西雙版納) 다이(傣)족 자치주. 시솽반나는 버마, 라오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서남부 끝자락이 있는 소수민족 거주지다. 열대림이 잘 보존되어 있어 '중국의 아마존'이라 불린다.

시솽반나의 주도인 징훙(景洪)은 중국의 오지답지 않게 여느 대도시처럼 현대적이다. 깨끗하게 정돈된 거리 양쪽에는 고급 상점이 즐비하고 도로에는 벤츠, BMW 등 고가의 외제차가 내달린다. 교외에는 유럽 스타일의 고급 빌라촌이 들어섰다.

징훙에서 2시간 반 떨어진 열대식물원에 가는 도로 주변 산에는 시솽반나를 대표하는 '산업단지'가 있다. 바로 대규모 플랜테이션으로 운영되는 고무농장이다.

고무농장이 시솽반나에서 처음 문을 연 것은 지난 1947년. 동남아에서 온 화교들이 가져온 고무나무를 심은 것이 그 시초였다. 60여년이 지난 오늘날 고무산업은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기둥이 되었다. 특히 지난 10년간 고무 가격이 3배나 뛰면서 고무농장의 규모는 더욱 커졌다.

한 야산에서 고무농장을 운영하는 왕젠밍(29)은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시솽반나에 왔다. 그는 고향의 친척들에게 돈을 빌려 2000평에 400여 그루의 고무나무를 키우고 있다.

왕은 "2008년에 시작해 아직은 투자단계"라면서도 "고무즙 1㎏당 20위안(한화 약 3300원)을 벌 수 있어 연 수입 6만 위안(약 990만 원)은 거뜬히 달성할 수 있다"고 기대에 부풀었다.

중국과학원이 운영하는 열대식물원. 시솽반나는 다양한 식물자원이 서식하는 '중국의 아마존'이다.
 중국과학원이 운영하는 열대식물원. 시솽반나는 다양한 식물자원이 서식하는 '중국의 아마존'이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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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식물의 보고 시솽반나에 닥친 생태 위기

시솽반나는 고대 다이족어로 '멍바라나시(孟巴拉那西)', 즉 '이상적이고 신기한 옥토'라는 뜻이다. 태국에서는 '천 개의 논이 있는 (풍족한) 땅'이라고도 불린다. 지구 북회귀선에서 유일한 오아시스로, 중국에서 열대 생태계가 가장 잘 보존되어 있다.

시솽반나에는 겨울이 없다. 오직 우계(雨季)와 건계(乾季)로만 나뉜다. 우계는 5월 하순에 시작해 10월 말까지 이어진다. 건계는 10월 하순에서 다음 해 5월 중순까지 지속된다. 비는 우계 동안 1년 강수량의 80%가 내린다.

가장 추운 1월의 평균기온은 16℃에 불과하고 가장 더운 7~8월도 28℃를 유지한다. 한 해 평균기온이 21℃ 안팎이어서 사람이 살기 쾌적한 기후조건을 지녔다.

뛰어난 자연환경을 지닌 만큼 시솽반나는 다양한 식물자원의 보고다. 시솽반나 내 서식하는 식물 수는 무려 1만1700여 종. 그 중 5000여 종이 열대식물이고, 오직 시솽반나에만 있는 종류도 500종이 넘는다.

우거진 삼림 속에 사는 동물과 조류 수도 많다. 아시아 코끼리, 벵골 호랑이, 코뿔소, 표범 등 760종이 넘는 야생동물이 서식한다. 조류는 429종에 달해, 중국 전체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완벽하게 보전된 열대림, 진귀한 동물, 풍부한 식물…. 이처럼 다양한 생태계 덕분에 시솽반나는 중국 전체 면적의 0.2%에 불과하지만, 야생식물의 1/4, 야생동물의 1/5이 서식한다. 국제적으로도 시솽반나의 가치는 높게 인정 받는다. 1993년 유네스코는 시솽반나를 국제생물보호구로 지정했다.

토종 수목을 벌목하고 무분별하게 들어서는 고무농장으로 인해 시솽반나의 자연 생태계는 붕괴 위기에 처해있다.
 토종 수목을 벌목하고 무분별하게 들어서는 고무농장으로 인해 시솽반나의 자연 생태계는 붕괴 위기에 처해있다.
ⓒ 네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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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를 가져다 준 고무산업, 생태환경을 붕괴시키다

이런 시솽반나에서 고무산업이 본격적으로 발전한 것은 지난 1950년대였다. 초창기 2억6000여만㎡ 규모의 고무농장이 들어선 뒤 해마다 5000만㎡씩 증가했다. 오늘날 시솽반나의 고무산업은 중국에서 생산량 2위, 농장 규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고무산업이 시솽반나에 경제적 부를 가져다주었지만, 식물 다양성은 급속히 파괴했다. 고무농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열대우림은 사라지고 500여 종의 식물이 멸종됐다.

작년 1월 영국 과학저널 <네이처>는 현지 르포를 통해 "반세기 만에 고무나무는 시솽반나 전체 산림의 20%를 넘었다"며 "고무나무 숲은 200평마다 매년 9.1㎥의 지하수를 빨아들여 주변 식물들을 멸절시킨다"고 보도했다.

고무농장이 파괴한 시솽반나의 자연 생태계는 중국 서남부를 강타한 최악의 가뭄 사태를 통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가뭄 피해는 윈난성에 집중되어 있는데, 780만 명의 주민과 486만 마리의 가축이 심각한 식수난을 겪고 있다. 4300만 무(畝, 1무=666㎡)의 농경지와 4650만 무의 산림도 말라붙고 있다.

이런 가뭄 재해가 돈벌이를 위한 대규모 인공조림에서 비롯됐다는 일부 과학자의 비판이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주이펑(追風)'이라는 아이디를 쓴 과학자는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지난 30년간 토종 수목을 벌목하고 고무와 타르 원료를 채취하는 고무나무와 유칼립투스나무를 대규모로 심었다"며 "이 나무들은 물을 빨아들이며 빠르게 성장하여 생태환경을 파괴시킨다"고 지적했다.

코끼리도, 호랑이도 사라져... 인간의 탐욕이 초래한 재앙

시솽반나에 번식했던 벵골 호랑이는 이제 옛 기록으로만 남게 됐다.
 시솽반나에 번식했던 벵골 호랑이는 이제 옛 기록으로만 남게 됐다.
ⓒ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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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생태계의 붕괴가 현재진행형이라면 야생동물의 멸종은 과거완료형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포유류 동물의 80% 이상이 시솽반나에서 사라졌다. 중국 내에서 오직 시솽반나에만 서식했던 야생 코끼리와 호랑이는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시솽반나자연보호구관리소는 지역 내 남아있는 코끼리 수를 200마리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20년 전에 비해 1/10로 감소한 숫자다. 남은 코끼리도 열대식물원, 코끼리계곡 등에서 정부의 보호 아래 있어 야생동물이라 부르기 힘들다.

벵골 호랑이의 처지는 더욱 비참하다. 1950년대 중국 내 벵골 호랑이는 4000마리에 달했다. 열대림에 대한 파괴와 불법 포획이 지속되면서 지금은 동물원에 단 10여마리만 남았다.

2007년 5월 한 자연보호림의 원적외선 카메라에 야생 호랑이의 흔적이 발견됐지만 결과는 허무했다. 작년 2월 멍라(勐腊)현 주민 캉완녠과 가오쭈차오가 수풀에서 움직이는 동물을 총으로 사살했는데, 이것이 벵골 호랑이였다.

캉과 가오는 호랑이를 죽인 증거를 없애기 위해 다른 주민 4명과 함께 호랑이 고기를 나눠 깨끗이 먹어치웠다. 뒤늦게 자수하여 징역 12년에 벌금 58만 위안 등 엄벌을 받았지만, 중국 최후의 야생 벵골 호랑이는 이미 종말을 고했다.

작년 2월 세계식물원보전협회(BGCI)는 보고서를 통해 "시솽반나에서 벵골 호랑이가 사라지고 아시아 코끼리가 멸종 위기에 처한 것은 열대우림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고무산업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탐욕이 시솽반나의 자연 생태계에 재앙을 가져다 준 셈이다.

징훙시의 한 광장에 서 있는 코끼리 상. 극소수 살아남은 시솽반나 코끼리는 열대림이 아닌 동물원 혹은 식물원에서나 볼 수 있게 됐다.
 징훙시의 한 광장에 서 있는 코끼리 상. 극소수 살아남은 시솽반나 코끼리는 열대림이 아닌 동물원 혹은 식물원에서나 볼 수 있게 됐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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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시솽반나, #고무농장, #벵갈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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