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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살 의진이(왼쪽)와 열세살 의진이(오른쪽)가 나무를 이용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여덟살 의진이(왼쪽)와 열세살 의진이(오른쪽)가 나무를 이용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 정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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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진이는 열세살이다. 충남 예산에 있는 금오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중인 의진이에게는 '자신만의 특별한 세상'이 있다. 사람들은 의진이 같은 경우를 발달장애로 구분한다.

다른 이들은 잘 알기 어려운 의진이의 세상에 가장 가까이 닿아 있는 사람은 의진이 아빠다. 정재근. 그는 숲생태연구가이자 생태교육자이다.

의진이와 아빠는 나무를 통해 세상을 공유한다. 그리고 부자는 17일부터 30일까지 충남 예산읍내 커피전문점 <이층>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전시회 제목은 '아빠와 함께 하는 의진이의 나무놀이밤에 수박 먹으러 가는 고양이'이다.

20여 점에 이르는 전시 작품에는 서로 다른 이름이 붙어 있다.

의진이가 만든 <아빠와 동생과 내가 만든 거북이>.
 의진이가 만든 <아빠와 동생과 내가 만든 거북이>.
ⓒ 정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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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가는 화물열차, 밤에 자작나무 숲에 가는 택시, 아빠와 동생과 내가 만든 거북이, 연두색 지느러미 물고기, 밤에 수박 먹으러 가는 고양이, 우체국 가는 인형….

작품 제목들이 예사롭지 않다.

"특별히 의미를 담은 것은 아닙니다. 그냥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의진이가 경험한 것들, 의진이가 좋아하는 것들, 의진이가 꿈꾸는 것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러다 보면 이름이 생겨나는 것이지요"

이 가운데 의진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전시회 제목으로 내놓았다.

아빠를 따라 숲에 가고, 나무를 갖고 놀다가 스스로 시작한 목공 작업. 전시 작품들에는 이들 부자의 5년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빠는 의진이의 생각을 끌어내기 위해 아주 작은 것부터 묻고 또 묻기를 반복하고, 때론 설득하고 때론 회유하고 때론 협박(?)하면서 함께 했다. 연장을 다루다 혹시 다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왜 안 될까마는 그럴수록 엄하게 가르치고 아빠 없이도 작업하는 시간을 만들어주곤 했다.

"모든 부모의 마음이 똑같겠지만, 나 없이도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야 하니까, 말하자면 독립성을 키워주는 과정이지요."

어느덧 의진이는 글라인더, 드릴, 스카시톱, 끌, 디스크샌더 같은 전문적인 도구를 능숙하게 사용하고, 혼자서 작품을 완성하기도 해 아빠를 놀라게 한다. 속도가 아주 더디고 사회적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겪지만 의진이도 분명 발달하고 있다.

아빠는 나무를 다루는 솜씨가 좋은 의진이가 나중에 나무공예가 혹은 목수가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아빠는 생각이 많다. 여느 부모처럼 의진이의 진로를, 장래를 고민한다. 하지만 남다른 세상을 가진 아들이기에 길을 함께 찾고 그 길을 걸어가도록 하는 모든 일들이 녹록치 않다. 아마 이번 전시는 세상과 함께 의진이의 미래를 꿈꾸는 첫번째 시도가 될 것이다. 의진이에게 이번 전시가 어떤 의미로 남을지는 아빠도 모른다.

"그냥 의진이의 성장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외부, 특히 지역공동체에 의진이를 공개한다는 것은 의진이 자신에게는 물론 우리 사회에도 매우 중요한 의미라고 봅니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표현은 쉽지만 구성원 모두가 마음을 다해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과 훈련이 필요하니까요."

인터뷰 중에도 계속 작품 만들기에 몰두하는 의진이에게 마지막으로 전시회에 대해 할 이야기가 없느냐고 물었다.

"전시회때 보자~. 전시회때 많이 보러 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무한정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발달장애, #나무공예, #의진이,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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