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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8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 클럽 특강에서 '진보가 본 보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8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 클럽 특강에서 '진보가 본 보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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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 7일 대정부 질문에서 "10·4 선언만 제대로 이행했다면 천안함의 비극은 아예 일어나지도 않았거나 그 피해를 최소화했을 것이고 지금과 같은 국민 불안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안함이 문제의 침몰 장소로 기동한 까닭이 군의 설명과 같이 북의 지대함 공격을 회피하기 위한 백령도 배후로의 통상 기동 훈련이었다면 결국 배를 침몰시킨 근본적 원인은 악화된 남북관계 때문이란 요지의 주장이었다.

이 의원은 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열린 '10만인클럽 특강-진보가 본 보수' 특강에서 "이 같은 대정부 질문을 한 후 항의전화가 많이 왔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날 강연 때도 논리정연하게 자신의 대정부 질문을 재차 설명했다.

"김태영 국방장관이 밝힌 것처럼 현재 우리 해군은 함대함 공격 상황보다 더 악화된 북의 지대함 공격을 상정해 훈련을 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악화되다 보니 더욱 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침몰 사고 발생 이후 속초함이 NLL로 북상해 새떼를 향해 포격한 것 아닌가.

군은 그래도 NLL을 비껴가게 사격했다. 만약 사격방향이 NLL을 가로 질러 북을 향했다면, 북이 그에 대응해 사격했다면 '새떼'가 전쟁을 일으키게 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봤다. 원인이 규명된다면 그에 따라 북이나 해군에게 책임을 묻게 하면 된다. 다만 남북관계를 더 이상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하면 문제를 끌고 가면 안된다."

깔끔했다. 이 의원은 천안함 침몰 원인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에 휘둘리지 않고 천안함 침몰과 같은 비극이 재현되지 않을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이 의원에게 항의전화를 건 이들의 생각은 달랐나 보다.

보수 언론과 일부 의원들은, 자신들이 목소리를 높여 북의 어뢰 공격설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상황인데도 이 의원이 북의 책임을 추궁하지도 않고 '남북 평화'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그들은 이른바 "종북주의"라고 비난받는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답다 싶었을 게다.

"여론 무시하는 '현 시대의 보수'와 대화 불가능"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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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이 같은 '현 시대의 보수'를 ▲ 합리성 전무(全無) ▲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沒理解) ▲ 법치주의 오도(誤導) ▲ 여론 무시 등 모두 네 가지의 열쇳말로 설명했다. 각 열쇳말마다 2년 여 동안 그가 겪어왔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예'로 등장했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합리성 전무'를 보여준 예였다.

그는 "정부는 '22조 2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면 34만 명의 고용이 유발되고 40조 원 대의 생산 유발 효과가 있다'는 논리지만, 22조 2000억 원의 예산에다 건설토목사업의 고용·취업유발계수를 곱한 것 뿐이었다"며 "이 같은 논리라면 강원도든, 양재천이든 22조 2000억 원을 투입해 건설토목사업을 벌이면 똑같은 효과를 얻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4대강에서의 홍수피해액이 2조 4000억 원대에 달해 '7년만 지나면 본전을 건질 수 있다'는 이명박 대통령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의 논리도 자료를 찾아보니 사실이 아니었다"며 "2조 4000억 원대의 피해액은 각 지방하천까지 포함한 액수로 7년이 아닌 70년을 투입해야 본전을 건질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 같이 4대강 사업 추진 논리를 다 허물었는데 아직도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최근 정운찬 국무총리가 '우리나라는 50년 동안 산림 녹화를 했는데 이제 강도 아름답게 할 때'라고 강조하지 않았나? 경제 논리가 무너진 후 남은 것은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강산개조론' 밖에 없는 듯하다. 정권 차원의 합리성이 어디로 갔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는 '아수라장'이 됐던 미디어법 통과 현장을 예로 들었다. 이 의원은 "로마의 원형경기장에 선 검투사가 된 느낌으로 본회의장에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얼굴을 맞대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로부터 '민주주의가 뭔데, 민주주의는 다수결이야'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며 "전 국민의 80%가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다수당이기 때문에 할 수 있다는 것은 현재의 대의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법치주의 오도'와 '여론 무시'도 '현장'에서 길어올린 열쇳말이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으로 오랫동안 인권·여성·주한미군·평화 분야에서 활약해온 '법률가' 이 의원은 "국가권력이 시민의 권리를 마음대로 통제하고 억누르고 뺏으려 할 때 생겨난 국민의 방어논리가 법률"이라며 현 정부식의 법치주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지난 2008년 이후 단 한 차례, 용산참사가 발생했던 2009년 2월을 제외하곤 직권상정으로 끝나지 않은 국회가 없다"며 "이것이 이 국회가 걸어오고 있는 길이고 여기엔 국민 여론이 없다"고 질타했다.

"합리적 보수 자처하는 개인, 전체 흐름 흔들지 못해"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8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 클럽 특강에서 '진보가 본 보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8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 클럽 특강에서 '진보가 본 보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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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의원이 볼 때 '현 시대의 보수'는 대화할 수 없는 상대였다. "그래도 일부 합리적인 보수가 그 세력 안에 있지 않나"라는 의문도 "개개인의 합리성은 있을지라도 전체의 흐름을 흔들지 못한다"고 일축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세훈 선거법' 등으로 어느 정도 합리적인 분이라는 생각을 많은 유권자들이 했다.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에 맞설 수 있는 있다고 봐서 한나라당 후보로 결정됐고, 참신하고 합리성을 겸비하고 있는 이로 평가받아 시장에 당선됐다. 그러나 이후 오 시장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서울광장 폐쇄다."

이 의원은 "친일·친미·반북이 깊이 뿌리 내린 지금의 보수세력은 진보세력과의 그 대척점이 너무나 명확해서 승리 아니면 패퇴 외의 여지가 존재하기 어렵다"며 "합리적 보수를 자처하는 세력이 보수세력을 견인하기 보단 진보·개혁·민주를 표방하는 분들과 정면 대결하고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다시 한 번 판이 바뀌어 보수라는 명함을 못 내밀겠다고 자각하는 상황이 와야 한다"며 "스스로 개혁하겠다는 노력 없이 보수세력이 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합리적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이 전체 보수세력의 변화를 견인하지 못하고 있는 이상 '외부 충격'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분석이었다.

야권의 지방선거 승리도 같은 맥락이었다. 이 의원은 "합리적인 보수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내기 위해서라도 진보세력은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2012년 총선·대선도 알차게 밟아나가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진보와 보수가 대화하길 바라는 것은 열리지도 않는 감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특히 "서울·경기 지역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답답하고 어려운 판을 뒤집지 못한다는 인식이 있다"며 "현재 야당 모두 연합 원칙에 충실하게 갈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고 야권연대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또 지난 3월 합의하기로 했던 야권 연대가 한 달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마무리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민주당이 합의안을 지역에서 끌고 갈 힘이 있어야 하고 내부 원칙이 잘못됐다면 수정해야 하는데 정리를 못했다"며 "민주당이 지난 3월 다른 야당과 합의했던 합의안만 추인한다면 연대가 이뤄지고 그를 통해 충분히 이번 지방선거를  이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8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 클럽 특강에서 '진보가 본 보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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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정희, #10만인클럽, #보수, #진보,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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