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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총장 선거에 출마한 오연천 행정대학원 교수가 5건 11편의 논문을 이중게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 총장 선거에 출마한 오연천 행정대학원 교수가 5건 11편의 논문을 이중게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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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8일 이수훈 아주대 신임 총장이 스스로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이 총장은 1999년부터 2006년까지 발표한 논문 가운데 6편을 이중게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학문연구의 윤리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논문 자기표절'이 있었다는 것.

교수와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연구진실성검증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던 이 총장은 "아주대가 더는 혼란과 갈등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가 고통 속에서 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라며 결국 총장직 수행 18일 만에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학문연구의 윤리성이 더욱 엄격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 가운데 서울대 총장 선거에 출마한 오연천 교수(행정대학원)가  5건 11편의 논문을 이중게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 교수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공기업선진화추진특위원장을 맡았다.

같은 글을 학술지와 정기간행물에 이중으로 싣거나, 자기 논문의 일부를 다른 논문에 실으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는 것은 모두 '논문 자기표절'에 해당된다.

오 교수는 7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과거와 달리 지금은 이중게재가 문제될 정도로 상당히 엄격해졌음을 느낀다"며 이중게재 사실을 인정했다.    

1987년부터 2001년까지 총 5건 11편 '이중게재 의혹'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오연천 교수는 1987년부터 2001년까지 발표한 논문 가운데 총 5건 11편의 글을 학술지와 정기간행물 등에 이중게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오 교수는 1989년 4월 지방자치신문사에서 발행하는 <지방자치> 7호에 '지방문화예술재정: 재원 확보와 재정지원의 효율화 방안'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논문은 88년 9월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의 <문화예술논집>에 실린 논문 '지방문화예술재정'의 일부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 즉 <문화예술논집>에 수록된 논문 중 'Ⅲ.지방문화예술재원의 확보와 재정지원의 효율화 방안'과 내용이 똑같은 것. 

게다가 89년 6월 <지방자치> 9호에는 <문화예술논집>에 실린 논문 중 'Ⅰ. 지방문화예술부문 재정지출의 실태와 문제점'과 'Ⅱ.지방문화예술활동의 공공적 성격'이 '지방문화예술재정'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최초 발표한 논문을 그대로 다른 학술지나 정기간행물에 싣는 '논문 자기표절' 사례는 더 있다.

오 교수는 94년 12월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발간하는 <행정논총>에 '자치화와 교육재정확충 및 배분에 관한 연구'라는 공동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이는 박동서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의 책임 아래 오연천·김신복 교수, 곽채기 박사가 공동연구한 결과물이다.

그런데 1년 뒤인 95년 12월 이것과 똑같은 논문이 <한국행정학보>에 실렸다. <한국행정학보>는 한국행정학회에서 발간하는 학술지다.

또한 오 교수는 93년 12월과 94년 6월 비슷한 제목의 논문을 각각 발표했다. 93년 12월 <안보학술논집>(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 발행)에 실린 '국방비의 효율적 사용방안'과 94년 6월 <행정논총>(서울대 행정대학원 발행)에 실린 '국방비의 효율적 사용방안에 관한 연구'가 그것이다.

후자의 논문은 전자의 논문 중 'Ⅱ.왜 국방비의 효율화 노력이 필요한가?'와 'Ⅳ.국방예산의 구조와 논의의 성격', 'Ⅴ.국방예산 효율화를 위한 접근구도', 'Ⅵ.국방비의 효율화를 위한 주요문제와 정책방향'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이러한 '논문 자기표절' 사례는 2000년과 2001년에 각각 발표한 논문에서도 확인됐다.  

오 교수는 2000년 5월 한국지방재정공제회에서 발행하는 <지방세>에 '고령화 사회의 전개와 지방세 부문의 과제'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런데 2001년 1월 <자치행정연구>(한양대 지방자치연구소-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 발행)에는 이것과 똑같은 제목의 논문이 실렸다.

<자치행정연구>에 발표된 논문은 <지방세>에 먼저 발표한 논문에다 '서(론)'와 '맺음말'이 추가됐을 뿐이다.

'국민욕구→국민적 수요' '손을 대고→수정하고' 등 일부 단어만 바꾸기도

오연천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공기업선진화특위위원장을 지냈다.
 오연천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공기업선진화특위위원장을 지냈다.
ⓒ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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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오 교수는 먼저 발표한 논문의 일부분을 나중에 발표한 논문에 그대로 배치하거나 일부 단어만 살짝 바꾸기도 했다.

97년 12월과 98년 6월에 각각 발표한 '정부 이양기의 재정운영의 과제: 정치성 예산의 본질과 재정운영의 정치적 선택을 중심으로'와 '정부이양과 재정운영의 합리화: 정부 이양기 예산심의를 중심으로'가 그런 경우에 속한다.

전자는 서울대 행정대학원의 <행정논총>, 후자는 한국재정학회의 <재정논집>에 실렸다. 비슷한 내용을 담긴 했지만, 전자는 오 교수 단독으로, 후자는 오영균 당시 경인여대 비서행정과 조교수와 함께 발표했다. 

전자의 'Ⅲ.정치성 예산의 실상과 대응과제'와 후자의 '2.정치성 예산의 문제'의 경우 '일부 국회의원 개인의 지역민원'이 '지역민원'으로, '손을 대고'가 '수정하고'로 일부 단어가 바뀌었을 뿐 내용은 거의 같다. 

"예산심의는 국회의 본질적 기능임에도 그동안 심의가 형식적 수준에 그치는 등 어떤 사안보다도(예를 들면, 정치입법, 개원협상 등) 소홀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경향을 부인할 수 없다. 국회는 사실상 일부 국회의원 개인의 지역민원이나 교섭단체의 부분이익을 반영하는 데 집착하면서 정부제출 예산안의 미세한 부분만 손을 대고 통과시키는 것이 하나의 정치관행으로 정착되고 있는 형편이다."('정부 이양기의 재정운영의 과제')

"예산심의는 국회의 본질적 기능임에도 그동안 심의가 형식적 수준에 그치는 등 어떤 사안보다도(예를 들면, 정치입법, 개원협상 등) 소홀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경향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심의에서도 사실상 지역민원이나 교섭단체의 부분이익을 반영하는 데 집착하면서 정부제출 예산안 중 미세한 부분만 수정하고 통과시키는 것이 하나의 정치관행으로 정착되고 있는 형편이다."('정부이양과 재정운영의 합리화')

전자의 '3.예산구조와 정치성 예산의 잠복'과 후자의 '(3)예산구조와 정치성 예산의 잠복'도 마찬가지다.

"행정부 편성 예산안을 대상으로 국민욕구를 균형있게 반영하는 것이 정치과정의 책무라고 볼 때 표를 의식한 정치적 동기에 연유하여 최소한도의 국민경제의 효율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신규사업을 추진하거나 사업추진의 최적 시기와 최적 규모를 일탈함으로써 자원배분의 왜곡이 뚜렷하게 나타나게 되는 일련의 예산 결정을 정치적 예산의 본질이라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 측면의 정치성 예산의 실체가 무엇인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예산의 구조적 특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정부 이양기의 재정운영의 과제')

"행정부 편성 예산안을 대상으로 국민적 수요를 균형있게 반영하는 것이 정치과정의 책무라고 볼 때, 표를 의식한 정치적 동기에 연유하여 최소한도 국민경제의 효율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대규모 신규사업을 착수하거나 사업추진의 최적 시기와 최적 규모를 일탈함으로써 자원배분의 왜곡이 뚜렷하게 나타나게 되는 일련의 예산 결정을 정치적 예산의 본질이라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 측면의 정치성 예산의 실체가 무엇인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예산의 구조적 특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정부이양과 재정운영의 합리화')

'국민욕구'가 '국민적 수요'로, '신규사업'이 '대규모 신규사업'으로 살짝 바뀌었을 뿐 각 문장들은 거의 똑같다. 이런 식의 논문 자기표절은 전자의 '5.사전적 재원배분구도의 고차과 재정구조의 경직성'과 후자의 '(4)사전적 재원배분구도의 고착과 재정구조의 경직성'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중게재 사실 인정... 일부 논문은 '게재 철회'하기도

이러한 '논문 자기표절'과 관련, 오 교수는 7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우리 사회가 과거에는 원칙과 기준이 없어 논문 이중게재 등에 방관적이었지만 2000년 이후 상당히 엄격해졌다"고 말한 뒤 자신의 이중게재 의혹에 상세한 해명을 내놓았다.

먼저 오 교수는 "'지방문화예술재정'은 당시 문화부 소속 한국문화정책연구원에서 우리나라 지방문화예술재정 실태를 서술해 달라고 요청해와 작성한 것"이라며 "연구논문이 아니고 사실상 실태보고서와 유사한 기고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지방자치신문사의 요청으로 그 기고문을 2회에 걸쳐 수록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오 교수는 "'자치화와 교육재정 확충 및 배분에 관한 연구'는 박동서 교수(2006년 작고)의 연구책임하에 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연구"라며 "이 논문은 그 당시에는 전문적 학술지가 아닌 행정대학원 논문집인 <행정논총>에 94년도에 실리고 <한국행정학회보>에 게재됐다"고 이중게재 사실을 인정했다.

오 교수는 "이러한 이중게재 상황을 수년 전 발견한 후 <한국행정학회보>에 실린 논문의 게재를 철회하고자 했으나 연구책임자인 박동서 교수가 이미 작고한 상태라 논문 철회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오 교수는 "곽채기 교수를 통해 이러한 이중게재 원인을 알아봤는데 당시 연구비를 지급 받기 위해서는 심사가 엄격하지 않은 교내 논문집보다는 더 엄격한 심사기준을 요구하는 전문학술지에 게재하는 것을 학술진흥재단이 권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오 교수는 "'국방비의 효율적 사용방안에 관한 연구'는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안보학술논집>에 실린 연구보고서 내용을 20쪽으로 압축하고 이론적 측면을 강조해 서울대 교내 학술논집에 게재했다"고 해명했다.

오 교수는 "'고령화 사회의 전개와 지방세 부문의 과제'는 조창현 교수의 정년 기념 논집에 기고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후 앞서 월간지에 기고한 글에 서론과 결론, 참고문헌을 추가해 한양대의 <자치행정연구>에 수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오 교수의 해명에 따르면, '정부이양과 재정운영의 합리화'는 <재정학연구> 2008년 6월호를 통해 논문게재를 철회했다. 당시 <재정학연구>는 "상기논문은 중복게재된 이유로 저자들이 제출한 게재취소 요청에 따라 학회의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게재를 취소했다"고 공지한 바 있다.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 관여... 5월 3일 총장 선거

한편 오는 5월 3일에 치러질 서울대 총장 선거 후보자로는 오 교수와 성낙인(법학부)·오세정(물리·천문학부) 교수 3명이 지명된 상태다. '오연천-오세정' 2파전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오 교수는 지난 2006년 24대 총장 선거 당시 30.7%(450.9표)라는 만만치 않은 득표력을 선보인 바 있다.  

충남 공주 출신인 오 교수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뉴욕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으로 활동하다 1983년 서울대 교수에 임용돼 현재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한국조세학회·한국공기업학회·한국공공선택학회 회장을 지낸 오 교수는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 관여해 왔다. 김대중 정부에서 기획예산위원회 위원과 정부투자기관경영자평가단장(기획예산처), 노무현 정부에서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장을 지냈다. 세계은행의 '공기업 민영화 담당 컨설턴트'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는 공기업선진화추진특위원장을 지냈다.

오 교수는 이명박 정부 초대 대통령실장을 지낸 류우익 주중대사와 현 정정길 대통령실장,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오연천, #이중게재, #서울대 총장 선거, #공기업선진화특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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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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