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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심기로 시작한, 우리집 텃밭농사

 

올 한해 우리집 텃밭농사는 두어주 전 밭갈이에 이어 지난 주말 감자심기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지난해보다 약간 더 넓은(?) 두어평 규모로 마련한 텃밭에 첫 작물로 감자를 심은 것이지요. 그 텃밭의 일부에 작은 고랑 두개를 지어, 감자 두 고랑을 심었습니다. 감자씨 모두 10개가 들어갔습니다.

 

올해 6살, 4살 나는 두 아이와 함께 텃밭엘 가서 고랑을 만들고, 김을 매고, 감자를 심는 일은 아이들에겐 즐거운 놀이였습니다. 아이들은 그 놀이에 적극 동참해서 삽으로 땅을 파고, 호미로 김을 매고, 고 작은 손으로 '감자씨'를 심었습니다.

 

 

이날 심은 이 '감자씨'는 제가 소속되어 있는 '땅과자유'란 지역의 청년모임에서 조금 얻은 것인데요. 그 모임에서는 작년부터 회원들의 귀농에 대비해서 실습농장을 운영해오고 있고, 실습농장에 심을 감자씨를 두어주 전에 함께 준비하고 그 중 일부를 얻어 심은 것입니다.

 

그런데 그 감자씨를 마련하는 과정이 제법 재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초보(?) 농군들을 위해서 그 '감자씨'를 마련하는 방법을 함께 공유해보면 이렇습니다.

 

'씨감자'를 마련하는 아기자기한 과정

 

우선 씨감자를 구해야 합니다. 저희는 강원도 산 씨감자를 다섯 박스 가량 구입했습니다. 그러곤 그 씨감자는 여러 쪽으로 잘라야 합니다. 씨감자는 벌써 씨눈이 여러개 나와 있고 그 씨눈 2개 정도를 기준으로 여러 쪽으로 잘라 줍니다. 이러면 감자 하나에 2~4개 가량의 감자씨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잘라둔 감자의 잘린 면에는 재를 묻혀둡니다. 이것은 우리가 몸에 상처가 났을 때 지혈을 하는 것과 같은 원리인데요. 그렇게 해둠으로써 진물이 더이상 흐르지 않고, 이후 묻힌 재는 감자가 뿌리를 내리는 데 약간의 거름으로 작용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재를 묻힌 감자를 모아 밭으로 가지고 가서 밭고랑을 만들어 간격을 맞추어 심으면 되는 것이지요. 한 25~30센티미터 가량의 폭에, 깊이는 감자 한두 개 정도의 깊이로 묻어주면 됩니다. 그러면 그 감자씨의 씨눈들이 땅을 비집고 올라오고, 반대편은 땅에 뿌리를 내리는 것입니다.

 

 

이런 아기자기한 과정을 거쳐 얻은 씨감자를 우리 텃밭에 아이들과 그대로 심었으니, 그 재미가 여간이 아닌 것인가요? 암튼 아이들이 특히 재미있어 합니다. 그 재미난 감자심기의 과정은 이원수 선생의 동시 <씨감자>에도 그대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씨감자

 

이원수

 

감자 씨는 묵은 감자

칼로 썰어 심는다

토막토막 자른 자리

재를 묻혀 심는다

 

밭 가득 심고 나면

날 저물어 달밤

감자는 아픈 몸

흙을 덮고 자네

 

오다가 돌아보면

훤한 밭골에

달빛이 내려와서

입 맞춰 주고 있네

 

참 아름다운 동시고, 감자심기의 과정을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시입니다. 이 동시에 백창우가 곡을 붙여 부른 <씨감자>를 아이들과 흥얼거리며 감자심기 텃밭일을 하는 작은 재미는 저를 무척 행복하게 해줍니다.

 

 

이제 이 씨감자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는 그 싹을 힘차게 밀어올리겠지요. 그러곤 그 어여쁜 감자꽃을 피울 것이고요.

 

'부활의 축제'와도 같은 텃밭농사

 

지난주가 부활주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부활주간에 심은 감자심기는 색다른 의미를 더해줍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는 성경 말씀처럼, 한 알의 씨감자는 칼로 도려져 '죽어', 이제 많은 열매로 부활할 것입니다.

 

 

매년 봄이 오면 일어나는 이 '부활의 축제'에 함께 참여하는 것은 무엇보다 즐거운 일입니다. 작년에 이어 또 그 부활의 현장에 아이들과 저는 설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에게 주어진 이 텃밭이란 공간이 무엇보다 소중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여기에 텃밭농사의 기쁨이 있고, 행복이 있습니다.

 

그래요. 텃밭농사의 시작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블로그 앞산꼭지'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태그:#텃밭농사, #감자심기, #땅과자유, #부활절, #씨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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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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