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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나무 가지에 물이 오르고 목련 꽃망울이 부푸는 계절이면 책장에서 다시 꺼내 보는 책 한권이 있습니다.

장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입니다. 프랑스의 프로방스 산촌 마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사람들이 뒷산의 나무를 모두 베어버리면서 개울 물이 마르고 새들이 사라져갔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도 떠나갔습니다. 희한한 일은 숲이 망가지면서 더불어 마음까지 황폐해진 마을 사람들 사이에는 미움과 증오가 독버섯처럼 돋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자연과 인간의 온기가 사라진 마을은 죽음의 기운이 가득찬  공간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이 폐허가 된 마을에 엘제아르 부피에라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복잡한 삶의 언저리에서 입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혼자 이마을에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그는 땅이 죽어가고 있는 이유가 나무가 없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그것도 혼자 뒷산과 마을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부피에의 나무 심기는 십년 세월이 넘게 지속되었습니다. 이렇게 나무를 심는 세월이 쌓이면서 마을에 희망의 싹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골짜기에는 다시 맑은 물이 흐르기 시작했고 말라버린 마을의 샘에선 다시 샘물이 솟아났습니다.

새들이 다시 돌아와 지저귀기 시작했고 다시 사람이 들어와 살기 시작한 마을에는 이제 아이들의 노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부피에가 심은 것은 나무뿐만 아니라 죽음의 골짜기에 희망과 생명을 심은 것이었으며 공동체의 미래를 심은 것이었습니다.

제주에 자생하는 녹나무는 
푸른 잎 하나로도 건강차가 되는 나무입니다.
수피가 아름답지 않으신가요 ?
▲ 녹나무 제주에 자생하는 녹나무는 푸른 잎 하나로도 건강차가 되는 나무입니다. 수피가 아름답지 않으신가요 ?
ⓒ 홍성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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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늘 부피에를 생각하면 나무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나무는 자기가 서 있는 장소를 탓하지 않습니다. 비바람 눈보라 속에서도 자기가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제 몫의 삶을 살아내고는 조용히 생명을 만들어내는 흙으로 돌아갑니다. 20년 전 서울을 탈출해 제주에 안착을 하자마자 속세에 찌든 인간이 한동안 부피에 흉내를 낸다고 제주도 한라산 중턱에 황무지를 구입했습니다.

하얀 수피가 아름다운 자작나무,
황금빛 도료를 만들어 주는 황칠나무,
매끄럽고 반짝거리는 피부를 가진 산겨릅나무,
튤립같은 꽃을 피우는 튤립나무,
수형이 아름다운 전나무,
약방의 감초인 감초나무,
향신료로 쓰이는 초피나무,
약용으로 쓰이는 오미자,
토종 다래,
매실,
가시오갈피,
음나무,
지구자 나무,
느릅나무,
벽오동,
그리고 차나무를 심었습니다.

나무는 지구 생명의 지킴이입니다.
▲ 제주 담팥수 나무는 지구 생명의 지킴이입니다.
ⓒ 홍성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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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거목으로 자라면서 향기를 지녀 잎 하나면 건강 차가되는 제주 토종 녹나무와 사랑에 빠져있습니다.

아들에게 부탁했습니다. 내가 죽거들랑 집 마당 한 켠에 서 있는 녹나무 밑에 묻어 달라고. 아직 계절은 계속되는 봄 비와 함께 봄 안개 가득한 봄의 초입에 서있지만 벌써 다양한 초록 생명들이 꿈틀거리며 기지개를 켜는 시간이 임박한 것 같습니다.


태그:#제주 곶자왈, #숲, #장지오노, #나무를 심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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