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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부동산의 가장 큰 특징은 부동산이 금융상품화되었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이 증권화 되었다는 것이 그 이전 시대와 이 시대 사이의 명확한 차이점이고 참여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입니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다양한 부동산 억제책을 퍼부었던 참여정부는 왜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했던 것일까.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관만 4년 6개월, 그 중 3년을 온전히 부동산 정책에 관여했던 김수현 세종대 교수의 말에는 경험에서 나오는 무게감이 있었다.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 대학원 교수가 31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진보와 빈곤> 강독회에서 '알기 쉬운 토지공개념'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 대학원 교수가 31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진보와 빈곤> 강독회에서 '알기 쉬운 토지공개념'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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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지난 3월 31일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고전에서 현실읽기' 에서 '<진보와 빈곤>과 정부정책'을 주제로 과거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이명박 정부가 정책적으로 유의해야 할 점에 대해 강의했다.

김 교수는 참여정부에서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했던 또 하나의 이유로 가계 자산의 80%가 부동산에 묶여있는 한국의 현실을 꼽았다. 가계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이므로 부동산 가격 하락이 경기 냉각으로 이어지는 것이 조심스러웠고 이것이 정책에 반영되었다는 고백이다. 또한 김 교수는 "지금은 부동산 가격의 흐름이 꺾이는 시기"라며 "큰 흐름을 잡고 그 흐름에 시장이 순응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계자산 80%가 부동산, '부동산 불패'의 정체

1960년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 2008년 말 기준, 서울의 연소득대비 주택가격은 세계에서 2번째로 높은 수준. 서울에서 10년 이상 월급을 쓰지 않고 모아야 자기 집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대개 80%정도의 자산이 부동산에 물려있다"며 '부동산 불패'의 이유로 부동산에 '올인'한 한국의 자산구조와 상대적으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건설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산업구조를 꼽았다.

"우리나라 건설투자 비율은 OECD 1위 수준입니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인구는6%, GDP에서는 8~9%정도 차지하고 있지요. 그런데 이분들이 모두 서민들입니다. 이렇게 건설업은 서민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경기가 하강하면 가장 먼저 '건설업을 좀 살려야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겁니다. (이명박 정부뿐만 아니라) 역대 정권들은 그래서 경기가 침체되면 건설업을 부양시키는 정책을 사용해왔습니다."

김 교수는 "경기가 침체되면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경기가 활성화되면 부동산 시장을 규제해 시장이 충격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그동안의 공통적인 정책 방향"이라며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예로 들었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2002년에 들어섰다면 세금 깎아주고, 건설경기 살리고 이렇게 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노무현 정부가 2007년에 집권했더라면 노무현 정부 집권 기간에 했던 일을 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정부의 철학을 떠나) 부동산 정책은 원칙적으로 경기에 대응하는 특성이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진보 성향의 정부나 보수 성향의 정부나 같은 상황이라면 비슷한 부동산 정책을 펴게 되는 것일까. 김 교수는 "기본적으로는 그렇지만 철학의 차이가 있고 지향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가 아니라 무슨 일이 벌어져도 절대 바꾸면 안 되는 것들이 있는데 역대 정권들은 이걸 자유자제로 바꿔왔습니다. 저는 보유세 강화와 개발이익 환수, 주거 복지는 경기 상황이 어떻든 간에 바꿔서는 안 되는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참여정부도 역대 정부들처럼 경기 대응적 정책을 펴긴 했지만 이 세 가지 원칙은 지키기 위해 노력 했습니다."

"보유세 강화, 개발이익 환수, 주거 복지는 철저히 지켜야"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 대학원 교수가 31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진보와 빈곤> 강독회에서 '알기 쉬운 토지공개념'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 대학원 교수가 31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진보와 빈곤> 강독회에서 '알기 쉬운 토지공개념'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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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부동산 세금은 취득단계에는 취·등록세를, 보유단계에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처분단계에서는 양도세를 내도록 되어있다. 보유세 강화는 간단히 말해서 이 중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늘리자는 얘기다.

참여정부가 보유세 강화를 위해 도입한 종합부동산세는 가격이 6억 이상인 주택을 소유한 사람에게 국세로 세금을 더 걷어서 가난한 지자체에 지급하는 세금으로, 강력한 조세 재분배 가능을 가지고 있었다. 김 교수는 "외국의 경우 취득세가 낮고 보유세가 높은 반면, 우리나라는 정반대로 취득세가 65%, 보유세가 35%정도"라고 지적했다.

"보유세를 높이고 취득세를 낮추면 사람들이 자신의 경제적 능력에 맞는 주택에서 살 수 있게 됩니다. 노무현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만든 이유는 거기에 있습니다."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것 역시 김 교수가 강조한 원칙 중 하나. 김 교수는 "서울 같은 도시는 이미 건물이 들어설 만큼 다 들어서고 재개발만 남은 상태"라며 "낮은 층수가 높은 층수로 바뀌고 용도가 바뀌면서 생기는 개발 이익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건 개인의 몫이라고 볼 수 없고 사회가 다 같이 나눠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 복지를 언급하며 "일본은 도쿄에만 6.4%의 임대주택이 있고, 사원주택이 많아 전체적으로 보면 12~13%가 자기 집이 아니지만 안정적인 주거 환경에서 산다"며 "서울은 이 비율이 아직 4%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독일처럼 민간 전세금 정부에서 관리해야"

정책도 경기 흐름에 맞추고 나름대로 정한 세 가지 원칙도 지켰다. 그런데 참여정부의 부동산 가격이 되레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김 교수는 "국민들 사이에 형성된 '부동산 불패' 신앙에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이 증권화 되는 흐름이 겹쳐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집이라는 본체는 여기 있는데 금융 시스템이 이 값을 마구 바꾸고 시장을 활성화시켰죠. 이게 2000년대적 현상입니다. 이것의 특징은 실질과 금융사이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시장의 위기를 알아차리기 힘들다는 겁니다. 두 번째로는 사실 참여정부 내에서도 두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면서 (정책이) 경기를 너무 냉각시키면 어떻게 하나 하는 우려가 있었어요."

거칠게 말하면 참여정부가 무슨 정책을 썼든 부동산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었던 시기였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이어 "높은 경제성장률과 서울의 인구 증가율도 지난 40여 년 동안 부동산 가격을 높였던 주요 요인이었다"며 "최근 이 두 가지 수치가 꺾이기 시작했는데 수요와 구매력이 떨어지면 주택 가격도 내려가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 요즘 학자들이 주장하는 대폭락론의 근거"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언론에서 제기되고 있는 부동산 대폭락론에 대해 "아직 인구가 정점에 다다르지 않았다"며 "앞으로 10년간은 불안정한 과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10여년의 불안정한 기간을 지금 정부가 하듯이 땅이나 파면서 잘못 관리한다면 더 큰 파국을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 대학원 교수가 31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진보와 빈곤> 강독회에서 '알기 쉬운 토지공개념'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 대학원 교수가 31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진보와 빈곤> 강독회에서 '알기 쉬운 토지공개념'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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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여 동안 진행된 강의 후에는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부동산 정책에 있어 우리나라가 따라가야 할 국가모델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김 교수는 "독일 모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 주택정책의 관건은 주택을 공급하는 것 보다는 민간임대 부분을 어떻게 안정  시키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독일은 주택 자가소유율이 50%가 안 되고 공공임대주택도 5%가 안 되는데 국민들이 주거에 대해 별 걱정없이 삽니다. 이유는 민간임대를 정부가 잘 관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전세나 월세 같은 민간임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무도 몰라요. 우리나라는 사실상 민간임대 부분이 방치상태입니다. 그래서 저는 임대소득세를 도입해서 국가가 민간임대를 관리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 청중은 "헨리 조지가 <진보와 빈곤>에서 보유세 하나만으로 모든 세금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김 교수는 "헨리 조지의 사상을 지금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며 "자신의 노력에 의하지 않은 불로소득을 거둬들여야 한다는 취지를 받아들일 수는 있겠다"라고 대답했다.

한편 한 청중이 "노무현 대통령은 왜 아파트 원가공개를 반대했나"고 질문한 것에 김 교수가 "원가 공개는 할 수도 있었고 안 할 수도 있었다고 본다"고 답하자, 강의실에서는 청중들과 김 교수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교수는 "(동네) 오뎅장사도 아니고 내 재산의 80%가 걸린 문젠데 좀 알자는 게 국민정서였을 것"이라며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본질은 아파트 원가가 아니라 땅값이 문제이고 이것은 원가를 공개한다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태그:#진보와 빈곤, #김수현, #참여정부, #종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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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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