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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1시 30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4대강 피해증언대회 및 토론회’에서 피해 농민들이 증언을 하고 있다.
 31일 오후 1시 30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4대강 피해증언대회 및 토론회’에서 피해 농민들이 증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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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에 죽음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 전국 농짓값이 많은 곳은 10배까지 올라 임대해 농사를 지으려 해도 지을 수 없을 정도이다. '농자천하대본'이란 말은 사라졌다. 농민보고 죽으라는 것과 똑같다."

31일 오후 1시 30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4대강 피해증언대회 및 토론회'가 열렸다. 40명 가량이 모인 가운데 피해 농민들의 절절한 증언이 이어졌다.

4대강 사업 농민 피해자 증언에 나선 김해근 부산농민회 지회장의 표정은 어두웠다. 농사로 새까맣게 그을린 김 지회장의 얼굴은 피해 증언이 이어지는 동안 미간 사이에 주름이 잡힌 채로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김 지회장을 비롯한 부산농민회 농민들은 4대강 사업으로 어렵게 얻은 땅을 잃게 됐다. 2002~2003년 낙동강 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농지 절반을 내놓고 이후 시와 협의해 당대까지의 영농을 보장받아 2년 동안 이물질을 제거하고 2009년 한 해 농사를 지었는데 4대강 사업으로 아예 땅에서 쫓겨나게 된 것이다.

김 지회장은 "어떻게 통치자가 바뀌었다고 이전 정부가 했던 것을 다 무시해 버리고 법도 원칙도 없이 이럴 수 있냐"며 "어쩌다가 대통령이 하겠다고만 하면 아무도 말 못하는 이런 나라가 됐는지 농민들은 기가 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B '4대강 설득' 발언 이후 압박 심해졌다"

31일 오후 1시 30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4대강 피해증언대회 및 토론회’에서 증언하고 있는 유영훈 팔당 유기농업 대책위원장
 31일 오후 1시 30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4대강 피해증언대회 및 토론회’에서 증언하고 있는 유영훈 팔당 유기농업 대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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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훈 팔당 유기농업 대책위원장은 농민들에게 가해지는 압박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유 위원장 말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이 23일 국무회의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해 설득해야 한다"고 말한 이후 지자체가 나서 농민을 심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 위원장은 "2009년 10월과 올해(2010년) 2월 강제측량과 강제평가를 강행해 놓고 '지금 보상받지 않으면 나중에 손해 볼 것이다, 대토 신청하지 않으면 날라 간다는 말'로 순진한 농민들을 흔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위원장은 "팔당은 수도권 친환경농산물 가운데 60%를 공급하는 수도권 최대 유기농 단지이고 연간 10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농촌 녹색체험 차 다녀가는 곳으로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이런 팔당의 정당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4대강 반대 목소리가 확대돼 지방선거에서 표로 심판되길 기대하고 있다"며 "그때까지 팔당 유기농지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부 입장 되풀이 한 '앵무새 발언' 이어져

31일 오후 1시 30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4대강 피해증언대회 및 토론회’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
 31일 오후 1시 30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4대강 피해증언대회 및 토론회’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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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증언 뒤에는 4대강 사업에 대한 토론회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는 윤종현 한국농어촌 공사 4대강 사업 농경지 정비팀장, 안시권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본부 정책총괄 팀장, 이봉훈 농림수산식품부 4대강 새만금과 과장 등 3명의 정부 관계자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주장해 온 내용을 되풀이하는 수준의 발언이 이어졌다.

안시권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본부 정책총괄 팀장은 "4대강 사업은 근본적으로 물 관리를 바꿔보자는 측면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그동안 해왔던 방식처럼) 제방을 높게 쌓을 게 아니라 많이 쌓여 있는 퇴적토를 걷어내면 수위도 떨어지고 댐도 안 해도 되고 제방도 높이지 않아도 돼 환경적·경제적으로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보 건설에 대한 논란에도 안 팀장은 그동안의 정부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물 확보를 위해 댐 건설을 한다"며 "보 건설을 하면서 지천의 들어오는 오염 물질을 걸러 수질을 좋게 하고 보를 막아 총 13억 톤까지 물의 양을 늘려 2012년에는 4대강 본류를 2급수까지 올릴 수 있다는 게 과학적으로도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4대강 사업이 대운하가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서는 불편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냈다. 안 팀장은 "대운하는 대통령이 이미 안한다고 했다"며 "2012년 사업이 끝나면 대운하 사업인가 아닌가, 성공하나 실패하나 알 수 있을 것이고 그동안 반대했던 분들은 다 기록에 남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관계자 "비료가 농약보다 나쁘다" 발언에 항의 쏟아져

토론회에서는 정부 관계자와 참석자들 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안 팀장은 유기농지의 경우 '불가피한 정책적 선택'이었다는 것을 설명하며 "유기농을 한다지만 유기농 비료, 농약 다 하천으로 들어가 불가피하게 하천을 살리는 측면에서 선택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패널로 참석한 최영찬 서울대 교수는 "유기농 농약은 없다"며 "아시고 발언을 하셔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안 팀장은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 "유기농 농약은 비료를 잘못 말한 것이지만 비료가 농약보다 더 나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토론회 참석자들의 항의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그 자료는 연구자도 잘못을 인정한 거다", "무슨 말을 하는 거냐"는 항의가 쏟아지자 안 팀장은 "어느 연구자가 잘못을 인정했냐? 나는 국립 환경과학원에서 자료를 받았다, 내용이 다르다면 자료를 주시라"고 언성을 높였다.

뒤 늦은 정부 관계자들의 토론회 참석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질의응답 시간에 토론회를 지켜보던 참석자들은 "처음에 사업 시작할 때 나오라고 할 때 나오지, 몇 번이나 공문을 넣었는지 아느냐", "대통령이 나가라고 하니까 나오냐"는 의견을 쏟아냈다.

31일 오후 1시 30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4대강 피해증언대회 및 토론회’에서 한 학생이 안경을 뒤로 써 보이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31일 오후 1시 30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4대강 피해증언대회 및 토론회’에서 한 학생이 안경을 뒤로 써 보이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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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에서는 정부관계자들의 답변에 항의하는 퍼포먼스가 벌어지기도 했다. 자신을 '지속가능한 청년모임'에 속한 학생이라고 밝힌 20대 여성은 토론회장 앞으로 나가 뒤돌아 안경을 거꾸로 써 보이며 "뒤로는 딴 생각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정부 관계자 3명의 표정은 싸늘하게 굳었다.

퍼포먼스가 끝난 뒤 그는 정부관계자들을 향해 "만우절도 아닌데 거짓말을 정말 잘 하신다, 4대강 사업비용은 나중에 우리 세대가 부담해야 할 것일 텐데, 나는 내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팔당 농민들이 끌려가는 동영상을 봤다"는 그는 "한번만 (농민들이) 더 끌려가게 했다간 가만 두지 않겠다"는 말을 하고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토론회 말미, 발제자로 참석했던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정부관계자들에게 "서로가 자료를 가지고 하나하나씩 얘기해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밝혀보자"며 공개 토론회를 공식적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31일 오후 1시 30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4대강 피해증언대회 및 토론회’에 40여 명이 모여 있다.
 31일 오후 1시 30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4대강 피해증언대회 및 토론회’에 40여 명이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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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4대강, #피해증언, #토론회, #농민, #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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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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