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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 다음 카페 첫 화면 캡처. 박지연 씨의 건강을 빌며 올려 놓은 글이 게재되어 있다.
ⓒ 장재완	관련사진보기

삼성반도체 충남 온양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을 얻어 투병 중이던 박지연(23)씨가 31일 오전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지난 2007년 백혈병 발병 진단은 받은 지 겨우 3년만의 일이다.

박씨는 강경여상 3학년이던 19살의 나이로 삼성전자 온양공장에 취직해 일해 왔다. 박씨는 몰드공정과 피니시 공정에서 일을 해왔고, 그녀가 일하던 작업장에는 2대의 방사선 발생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방사선 기계로 검사하는 업무를 맡았던 그녀는 방사선 장비가 켜진 상태에서도 작업을 많이 했다고 그동안 말해왔었다. 이로 인해 박씨가 얻은 백혈병은 방사능에 많은 시간 노출된 것이 그 원인이라고 추정해 왔다.

박씨는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일한 지 3년만인 2007년 9월 처음 백혈병 진단받았다. 이후 7차례의 항암치료를 받았고, 골수이식까지 했지만, 결국 지난해 9월 재발해 치료를 받아왔다. 그러던 중 지난 27일 새벽 갑자기 쓰러져 강남성모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고, 결국 31일 숨을 거두고 말았다.

박씨가 사망함에 따라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을 얻어 사망한 노동자는 모두 8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이 확인한 숫자로 확인되지 않은 피해 노동자는 이 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게 반올림 측의 설명이다.

반올림은 또한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 림프종 등 조혈계 암이 발생한 노동자는 모두 22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들 중 8명이 이미 사망한 것.

지난 2007년 3월 사망한 황유미씨도 박씨와 마찬가지로 열아홉에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해 2년 만에 백혈병을 얻었고, 스물 셋이라는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황씨의 사망을 계기로 시민단체 및 인권단체 등이 나서서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들의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인정과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촉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들이 얻은 백혈병과 삼성반도체 공장의 환경 사이에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산재 인정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박 씨는 지난 1월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사망한 이숙영·황민웅·황유미 씨의 유족 및 투병 중인 김옥이·송창호 등과 함께 서울중앙지법에 행정소송 제기했다. 산재신청에서 불승인을 받아 심사청구를 제기했으나, 다시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하자 재심사 청구 대신 바로 행정소송에 들어갔던 것.

그러나 박 씨는 자신이 제기한 소송의 결과를 보지 못한 채 끝내 이날 숨을 거두고 말았다.

한편, 박씨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민주노동당충남도당은 애도성명을 내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충남도당은 성명에서 "나이 열아홉에 삼성반도체에 입사해 스물한 살에 백혈병을 얻은 뒤 죽음을 넘나들며 투병생활을 해 오던 고 박지연씨는 지난 3년 간 병마와 그리고 삼성 악질 재벌과 싸우다 세상을 등졌다"고 밝혔다.

충남도당은 이어 "무노조경영과 노동자죽이기의 결실로 배를 불려온 더러운 삼성재벌은 회사의 위기를 이야기하며 사면복권된 지 불과 석 달 밖에 되지 않은 이건희 회장을 복귀시켰다"면서 "우리는 삼성재벌과 이건희 회장에게 억울하게 죽어가고 병마의 고통에 시달리는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문제부터 먼저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충남도당은 또 "우리는 삼성백혈병 피해자 고 박지연씨의 명복을 빌고, 다시 한 번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