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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천안함 실종자 수색작업에 나섰다 지난 30일 사망한 고 한주호 준위의 빈소가 차려졌다.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천안함 실종자 수색작업에 나섰다 지난 30일 사망한 고 한주호 준위의 빈소가 차려졌다.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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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한주호 준위의 부인 김말순(57)씨가 아들 한상기(26)씨, 딸 한슬기(20)씨와 함께 빈소를 지키고 있다.
 고 한주호 준위의 부인 김말순(57)씨가 아들 한상기(26)씨, 딸 한슬기(20)씨와 함께 빈소를 지키고 있다.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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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DT 수중구조작전 역사상 최악의 작업환경이다."

경기도 성남시 국군 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한주호 준위의 빈소를 찾은 전·현직 UDT대원들은 한 목소리로 백령도 수색작업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조수간만의 차가 커 조류가 센 것은 물론, 갯벌 때문에 물속에 들어가도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언론이 구조대원들의 안전은 생각하지 않고 무리한 수색작업을 강조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준위는 천안함 실종 승조원들의 수중구조작업에 나섰다가 지난 30일 사망했다.

한 준위보다 한 기수 선배인 UDT 21기 김광배(56)씨는 "언론에서는 왜 빨리 안 하느냐고 계속 그러는데 구조대원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역후 프로다이버로 활동하고 있다.

김씨는 "지금 유속은 한강 홍수 때 물이 떠내려갈 때보다 세다"면서 "(바다가) 밖에서 볼 때는 평온해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30kg짜리 납을 차고 들어가도 휩쓸려 갈 정도"라고 서해안 상황을 전했다. 김씨는 "수중구조작업은 히말라야 등반과는 다르다"면서 "무조건 '하면 된다'라고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전 UDT 대원 역시 "언론이 문제"라고 말했다.

현역 UDT 대원인 박아무개씨 역시 백령도 작업 환경을 "최악"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UDT 대원들이 안전수칙도 지키지 못하고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험한 줄 알면서도 군인이니까 지시에 따라야 한다"며 씁쓸해 했다.

"구조대원들에게 더 많은 관심 가져달라"

목숨을 걸고 구조작업에 나서는 대원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이도 있었다. 한 준위와 같은 UDT 22기인 문종일(54)씨는 "지금까지 구조작업을 하다 숨진 대원들도 많았고 지금도 백령도에는 수많은 예비역 대원들이 있는데 한 준위가 죽고나서야 언론에 나온다"면서 "더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 준위의 빈소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일반 조문객들에게 공개되었다. 오전 10시 40분경에는 천안함 실종자 가족 7명이 빈소를 찾기도 했다. 이들은 한 준위의 유가족에게 "미안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오전 11시가 넘어서는 김태영 국방부 장관과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이 빈소를 찾았다. 김 장관은 한 준위에게 '보국훈장 광복장'을 추서했다. 아들 한상기(26), 딸 한슬기(20)씨와 함께 영정 옆에 앉은 부인 김말순(57)씨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날 한 준위와 인연이 닿아있는 군 동료들이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한편, 3일장이던 한 준위의 장례일정은 5일장으로 변경되었다. 장례 형식 역시 해군작전사령부장에서 해군장으로 격상되었다. 한 준위의 영결식은 오는 4월 3일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러진다.

"일요일 통화 때 '몸 좀 사리라'고 말했는데..."
[인터뷰] 고 한주호 준위 하사관후보생 동기 박종호씨
고 한주호 준위의 하사관후보생 동기들도 장례식장을 찾았다. 75년 1월에 입대한 하사관후보생 36기는 지금까지도 한 달에 한 번씩 만나고 있다.  한 준위와 "이틀에 한 번씩은 꼭 통화를 하는 사이"였다는 박종호(55)씨는 친구의 사망소식을 듣고 대전에서 한달음에 달려왔다. 그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며 인터뷰 내내 눈물을 흘렸다. 빈소가 차려지자마자 국군수도병원에 도착했지만 "상기엄마 얼굴을 못보겠다"며 조문도 하지 못했다.

박씨는 한 준위와 "일요일에 마지막으로 통화한 후로 수도 없이 전화를 했는데 주호가 전화를 안 받더라"고 말했다. 그는 "일요일에 통화할 때 제대 말년이니까 체력에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며 몸 좀 사리라 말했다"고 전했다. 그 전화가 마지막 통화가 될 줄은 몰랐다.   

박씨는 한 준위를 "진짜 의리 있는 남자였다"고 추억했다. 지난 35년간 한 준위는 늘 동기들 한명 한명을 세심하게 배려했다. 아들이 전투함 하사로 있다는 박씨는 "주호가 군대는 너무 힘드니까 아들은 선생시킨다고 그랬다"면서 "그래도 상기(고 한주호씨 아들)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호가 국가를 위해, 후배들을 위해 희생한 것을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태그:#한주호, #한주호 준위, #천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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