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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3일 부산으로 향했다. 딱히 생각나는 곳도 없고 마침 김해에 볼 일이 있어 가던 중에 보수동을 떠올렸다. 아내도 몇 권의 책을 사야겠다며 따라 나섰다. 딸아이도 책을 사준다는 말에 빨리 가자며 길을 재촉하였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 부산이 임시수도가 되었을 때 이북에서 피난 온 손정린씨 부부가 노점을 시작한 것이 그 시작이라고 한다.
▲ 보수동 책방골목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 부산이 임시수도가 되었을 때 이북에서 피난 온 손정린씨 부부가 노점을 시작한 것이 그 시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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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유명한 자갈치 시장을 지나니 '보수동 책방골목'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골목 안으로 들어서니 길 좌우로 크고 작은 책방들이 어깨를 다투며 줄지어 있었다. 좁은 공간에 쌓은 책은 천장까지 올라가 있고 길거리에도 겨우 두 세 사람이 지날 정도의 통로만 허용하고 책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책을 꺼내올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책의 탑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27년째 책방골목에서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청산서점 할머니
▲ 책방골목 27년째 책방골목에서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청산서점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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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고서적부터 참고서, 아동도서, 전집류, 소설류, 종교서적, 대학교재, 참고서, 만화책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종류가 다양하다. 취급하는 책의 품목이 워낙 다양해서 이곳에 오면 어떤 책이라도 살 수 있을 법하다. 여행자가 보기에는 책방이 다소 어수선한데도 주인은 책제목만 이야기하면 귀신 같이 책을 척척 찾아 내왔다.

이 골목의 또 다른 매력은 절판된 서적이나 희귀 고서들을 살 수 있다는 데 있다.
▲ 책방골목 이 골목의 또 다른 매력은 절판된 서적이나 희귀 고서들을 살 수 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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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관심거리는 단연 그림책이 있는 아동도서매장이다. 동행한 부모는 보이지 않는데 한 무리의 아이들이 다가온다. 이곳에 자주 온 모양이다. 주위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저네들이 원하는 책만 골라 읽곤 한다. 아이들에게도 이곳은 좋은 나들이 장소인가 보다.

한 아이가 책을 보고 있다. 아이들에게도 이곳은 좋은 나들이 장소인가 보다.
▲ 책방골목 한 아이가 책을 보고 있다. 아이들에게도 이곳은 좋은 나들이 장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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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책방골목은 꽤 오래된 역사가 있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 부산이 임시수도가 되었을 때 이북에서 피난 온 손정린씨 부부(구 보문서점)가 보수동 사거리 입구(현재 글방쉼터) 골목 안 목조 건물 처마 밑에서 박스를 깔고 미군부대에서 나온 헌 잡지, 만화, 고물상으로부터 수집한 각종 헌책 등으로 노점을 시작한 것이 그 시작이라고 한다.

책방골목에서는 중고서적은 40~70%까지 싸게 살 수 있다. 물론 새 책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 책방골목 책방골목에서는 중고서적은 40~70%까지 싸게 살 수 있다. 물론 새 책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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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이후 부산에 있던 학교는 물론 피난 온 학교까지 보수동 뒷산 등에서 노천교실이나 천막교실로 수업을 했던 터라 보수동 골목길은 자연히 통학로로 이용되며 수많은 학생들로 붐볐다.

당시의 수많은 학생들과 지식인들은 책을 구입하기가 어려워 헌책이라도 구입하면 감지덕지할 형편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점 헌책방은 자연히 늘어나게 되었고 차츰 다른 피난민들이 가세하여 책방 골목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골목 바닥에는 유명 작가의 이름과 서명이 적혀 있다.
▲ 책방골목 골목 바닥에는 유명 작가의 이름과 서명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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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70년대에 이르자 이곳에는 70여 점포가 들어서 부산의 명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 신학기가 되면 책방골목은 책 보따리를 들고 책을 팔고 사려는 이들로 가관이었다고 한다. 형편이 어려운 이들은 자신이 가진 귀중한 책들을 팔기도 하고 때론 저당 잡히기도 하였다. 때때로 개인이 소장한 값진 고서도 흘러 들어와 지식인 수집가들의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보수동 책방골목의 중간쯤에 있어 잠시 다리쉼을 할 수 있다.
▲ 카페 보수동 책방골목의 중간쯤에 있어 잠시 다리쉼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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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골목의 중간쯤에는 이곳을 오가는 이들이 잠시 다리쉼을 하기 좋은 카페가  최근 하나 생겼다. 책방 골목을 다녀간 이들이 남긴 글들로 카페 유리창은 빈 틈이 없다. 그 옆에는 주전부리를 할 수 있는 작은 분식점이 있어 잠시 허기를 달랠 수 있다.

책방골목의 끝에는 최근에 생긴 인테리어를 깔끔히 한 서점들도 몇몇 보인다.
▲ 책방골목 책방골목의 끝에는 최근에 생긴 인테리어를 깔끔히 한 서점들도 몇몇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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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비단 헌책뿐만 아니라 새 책도 팔고 있다. 골목의 끝에는 최근에 생긴 인테리어를 깔끔히 한 서점들도 몇몇 보인다. 책방골목에서는 중고서적은 40~70%까지 싸게 살 수 있다. 물론 새 책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오래된 고서적부터 참고서, 아동도서, 전집류, 소설류, 종교서적, 대학교재, 참고서, 만화책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종류가 다양하다.
▲ 책방골목 오래된 고서적부터 참고서, 아동도서, 전집류, 소설류, 종교서적, 대학교재, 참고서, 만화책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종류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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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목의 또 다른 매력은 절판된 서적이나 희귀 고서들을 살 수 있다는 데 있다. 오래도록 마음에 품고 있던 책을 이곳에서 살 수 있다면 그 기쁨은 보물을 찾은 것이나 진배없을 것이다.

책방 사이의 골목길을 오르면 동화를 소재로 한 벽화골목이 있다.
▲ 벽화 책방 사이의 골목길을 오르면 동화를 소재로 한 벽화골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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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낡았지만 앞선 사람들의 체취가 남은 헌책들, 손때 묻은 시간의 자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보수동 책방골목이다. 과거 누군가가 보았고 지금은 내가 보고 있고 앞으로는 다른 누군가가 볼 책의 시간들이 이 골목에는 있다.


태그:#보수동, #보수동책방골목, #책방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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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미식가이자 인문여행자. 여행 에세이 <지리산 암자 기행>, <남도여행법> 등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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