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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눈과 귀가 백령도와 대청도사이의 깊은 해저에서 표류하는 두 동강 난 '천안함'에 스포트라이트를 가하고 있는 언론에 주목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객관적 사실을 근거로 한 환경감시 기능에 보다 충실해야 할 이 때, 언론은 주관적 가치만을 지나치게 앞세운 널뛰기식 상관조정 기능에 오히려 치중함으로써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사실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스트레이트 보도경쟁에 이어 주관보도의 전형인 사설과 해설에서 온갖 추측과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좌파 타령'에 열을 올리며 우리사회를 좌와 우로 분열시키는 데 이골이 난 듯한 태도를 취해 온 보수세력과 보수언론들은 한반도 상공에 다시 전운이 감도는 수상한 조짐을 보기라도 한 듯 설익은 북의 책임론 제기에 급급함으로써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그동안 교육·언론·문화·예술계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무차별적으로 불씨를 던졌던 '매카시즘적 좌파 척결 광풍'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감 조성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대부분 지역 또는 진보언론들이 "이 시점에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급한 것은 실종자 수색·구조 작업"이라며 "한시라도 빨리 침몰한 선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보수신문들의 보도태도는 확연히 다르다. 

 

방송사들의 '널뛰기' 보도..."초기대응 잘했다?"

 

이번 사건의 보도에서 방송은 역시 발 빠른 보도로 주목을 끌었다. 주말에 이어 신문을 발행하지 않은 휴일을 낀 특수성 때문에 신문들은 속보 경쟁에서 속수무책이었다. 대신 자체 운영한 인터넷신문을 통해서 연일 속보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방송사들은 석연치 않은 정부와 군 당국의 설명에 대해 각종 의문점을 적극 제기했지만 침몰과정에 대한 당초 군 당국과 함장의 설명이 오락가락하면서 '널뛰기 보도'를 했다.

 

초기 긴박한 상황을 속보로 내보내기 시작했던 지상파 방송사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침몰과정에 대해 선체 뒷부분에서 원인 모를 폭발이 일어나 가라앉다가 두 동강이 났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바로 하루 전날만 해도 그래픽까지 동원해 선체 뒤쪽에서의 폭발로 가라앉았다고만 보도했었다.

 

"어젯 밤 9시 45분 쯤 선체 뒤쪽이 폭발하면서 20cm 정도 솟은 후 가라앉기 시작해 3시간 후 완전 침몰했습니다" - KBS <뉴스9>

 

"폭발 20분 만에 선체의 60%가 물에 잠겼고 배가 뒤집어지기 시작합니다" - MBC <뉴스데스크>

 

"합참은 어젯밤 원인이 아직 확인되지 않는 폭발로 선체 뒷쪽 바닥에 구멍이 뚫려 함정에 물이 차 침몰했다고 밝혔습니다." -SBS <8뉴스>

 

그런데 28일 상황이 바뀌었다. KBS는 천안함 함장 최원일 중령이 "폭발음이 울려 올라가보니 두동강, 반파돼 있었다"고 말한 육성을 내보냈고, SBS는 구조된 대위의 말을 빌어 "폭발과 함께 선체 뒷쪽이 떨어져 나갔다"고 주장했다는 내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미디어오늘>은 29일 '당국의 석연찮은 설명에 방송보도도 널뛰기'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렇게 비판했다.

 

"KBS와 MBC는 하룻만인 28일 두동강 났다는 말을 기정사실화했다. "반파(두동강난) 후 5km 표류하다 침몰했다"(KBS) "국방부는 선체가 두동강 났고, 무거운 함미부분은 그 자리에 가라앉았고 함수부분은 해류에 밀려났다고 밝혔다"(MBC)."

 

기사는 "SBS는 28일 <8뉴스>에서 '천안함 침몰 소식이 처음 전해진 그젯밤(26일) 함동참모본부는 침몰 원인이 바닥에 구멍이 뚫렸기 때문이라고 발표했으나 어제(27일) 오후 5시쯤 함장(최원일)은 침몰 직후 두동강 난 상태였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방송 3사는 이런 지적을 한 뒤 뉴스 뒷부분에 나란히 이명박 대통령이 "해군이 초기 대응을 잘 했다"고 발언한 것을 그대로 단순 전달하는 데 그쳐 앞뒤 논리가 맞지 않았다.

 

조갑제 "KBS와 MBC를 우습게 만든 <조선일보>의 성숙한 보도?"

 

보수논객인 조갑제씨가 기다렸다는 듯이 짚었다. 자신이 운영하는 <조갑제닷컴> 홈페이지에 '북한 개입설'을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29일 'KBS와 MBC를 우습게 만든 <조선일보>의 성숙한 보도'란 제목의 글에서 "KBS와 MBC는 침몰 사건 직후부터 '북한 개입 가능성 낮다'는 방향의 보도를 집중적으로 하였으나 <조선일보>는 기뢰나 어뢰 공격 가능성을 먼저 내세웠다"며 "오늘 <조선일보>는 <조갑제닷컴>과는 같고 KBS, MBC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보도를 하였다"고 <조선>을 치켜세웠다.

 

그는 "<조선일보>는 '정부와 군 당국은 28일 지난 26일 발생한 초계함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 1200t급 초계함이 순식간에 두 동강이 날 정도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난 만큼 선박 내부의 실수 또는 암초와의 충돌 등 단순 사고에 의한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고 밝힌 뒤 "이런 유형의 사건은, 일단 북괴 소행으로 보고 대응하는 게 안전하고 정상인데도 일단 북괴 소행이 아니라는 쪽으로 사실을 왜곡해간 것은 KBS와 MBC의 조직이 가진 이념성향을 엿보게 한다"고 노골적으로 색깔을 드러냈다.  

 

그는 또 "<조선>, <동아>, <중앙일보>가 나오지 않은 주말에 이런 북 편향 방송이 판을 치다가 오늘부터 신문이 나오니 달라지고 있다"면서 "좌익세력이 <조선>, <동아>, <중앙일보>가 방송에 진출하는 것을 막으려 하였던 것은 이런 반 언론적인 좌 편향보도의 자유를 누리려는 의도였음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고 해석을 확대시켰다.

 

이어 "주말에 진실을 지키기 위하여 외롭게 버티었던 <조갑제닷컴>과 <올인코리아>, 그리고 많은 애국적 인터넷 전사들이 원군을 얻어 반격의 기회를 잡게 되었다"고 흐뭇해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는  "이 대통령이 사장을 임명하는 KBS, 정부와 여당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송문화진흥회가 최대 주주인 MBC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반사실적, 반국가적 왜곡 선동보도를 일삼는다"며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 노선이 이념집단으로 변한 이들에겐 무력함을 증명한다"고까지 주장했다.

 

조씨는 또 이날 'NLL 및 초계정 근무 전 해군장교들, "북의 반잠수정이 경어뢰 쐈을 것"'란 제목의 글에서 '북한군은 치밀하게 준비하고 훈련한 뒤 이런 도발을 하였을 것'이라며 7가지 이유를 내세워 "어차피 이 사고는 진실을 은폐할 수가 없게 되어 있다"고 단정 지었다. 

 

'만약...?' 전운 감도는 <조중동> 사설, 전쟁이라도 한판 붙자는 건가?

 

아닌 게 아니라 29일 <조선일보>는 조갑제씨 말대로 '주말에 진실을 지키기 위하여 외롭게 버티었던 많은 애국적 인터넷 전사들(?)의 원군'이 되었다.

 

'군 "잠수정의 어뢰 공격, 기뢰, 우선적으로 고려" 보고'란 일반기사에선 이번 사건을 "정부와 군 당국은 28일 지난 26일 발생한 초계함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 1200t급 초계함이 순식간에 두 동강이 날 정도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난 만큼 선박 내부의 실수 또는 암초와의 충돌 등 단순 사고에 의한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는 기뢰의 주체가 누구인지 현재 가리기 힘들다는 입장"이라며 모호한 입장을 취한 뒤 청와대 관계자와 국회 국방위원장의 말을 인용한 기사에서 "군 당국은 '가상의 적'의 공격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북의 개입에 초점을 모았다.

 

이날 <조선>은 사설에서 더욱 추측을 구체화했다. '실종자 구출과 진상 규명에 총력 집중하라'란 제목의 사설에서 "우리 해군 역사상 초계함급 이상 대형 전투함이 폭발에 의해 침몰한 것은 처음"이라며 "이번 사태는 1967년 1월 17일 동해에서 북한 해안포대의 공격을 받고 침몰해 39명이 숨진 당포함 사건과 1974년 남해 통영 앞바다에서 돌풍에 휘말려 해군·해경 159명이 사망한 YTL정 침몰 사건 이후 최대의 참사"라고 전제했다.

 

그러더니 "군은 북한 잠수정에 의한 어뢰 공격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천안함 침몰 해역의 수심이 30m 정도밖에 안 돼 잠수함이 동원됐을 가능성은 낮지만 북한 특수부대가 반잠수정을 이용한 어뢰 공격은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애써 연계시켰다.

 

"이번 사태가 북한 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라면 절대로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군사 도발"이라고 규정한 사설은 "북한은 현재까지 천안함 침몰 사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북한은 과거 3번의 서해 교전에서 늦어도 6시간 안에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는 내용을 그 이유로 내세웠다.

 

<동아일보>도 이날 사설 '천안함 장병구조, 원인규명, 후속대응 만전을'에서 "이번 사건은 1974년 2월 해군 훈련병 300여 명을 태운 YTL정이 충무 앞바다에서 악천후로 침몰해 150여 명이 숨진 이후 최대의 참사"라며 "만약 북의 소행으로 밝혀진다면 1999년 이후 세 차례의 해전 도발 때보다 단호하고 강력한 응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국가 수호 차원의 문제"라고 단호하게 규정했다.

 

<중앙일보>도 '천안함 침몰은 국가적 위기상황이다'란 제목과 함께 신중론을 펼치는 듯했으나 역시 "가장 긴장감을 갖고 대비해야 할 사태는 북한의 무력 도발로 침몰했을 경우"라고 했다. 또한 "후속 교전, 나아가 남북 간 확전이라는 미증유의 사태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고도로 냉철한 상황 인식과 판단이 요구된다"며 "이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하고 있는 안보관계장관회의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무게를 심어 주었다.

 

<경향>·<한겨레> "철저한 구조노력과 원인규명이 우선"

 

보수신문들과는 달리 <한겨레>는 이날 사설 '천안함 참사, 철저한 구조 노력과 원인 규명을'에서 차분한 주문과 충고를 해 대조를 이뤘다. 사설은 "결코 일어나선 안 될 대형 참사"라며 "정부와 군은 실종자들이 살아 있다는 전제 아래 이들 모두를 찾을 때까지 수색·구조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먼저 주문했다.

 

이어 "실종자 구조가 최우선이지만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규명하는 일도 중요하다"며 "이제까지 정황으로 볼 때 일단 북한의 공격에 의한 것은 아닌 듯하다. 불행 중 다행이다"고 했다. 걱정을 전제한 '가정'도 보수신문들과는 달랐다.

 

"만약 이번 일이 북쪽의 의도적인 공격의 결과였다면 사태가 어떻게 비화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참사가 일어난 지점이 최전방이고 남북관계가 계속 나빠져 온 상황이어서 더 그렇다. 이번 일에 북쪽이 연계됐을 가능성과 관련해 정부가 초기부터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은 적절했다."

 

사설은 또한 "사고 발생 이후 대통령이 주재하는 안보관계장관회의가 여러 차례 열렸으나 국민에게 제공된 정보는 별게 없다"고 해 무게를 잔뜩 심어 준 <중앙> 사설과는 다르게 진단했다.

 

<경향신문>도 이날 '이 위기를 믿음직스럽게 대처하고 있나'란 제목의 사설에서 "어수선한 분위기는 상당 부분 초기 대응을 제대로 못한 것에 기인한다"며 "우선 비상 대비 계획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심이 든다"고 비판적 견지에서 바라보았다.

 

사설은 "평소 비상 탈출훈련을 제대로 했었어도 이렇게 대형 사고로 비화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사건 발생 시 국방부가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처한 것 같지도 않다"고 군과 정부 당국의 안보시스템 작동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경향>은 그러면서 "군당국은 누구보다 실종자 가족에게 신속히 통보하고 상세한 설명을 해주어야 했다"며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군당국은 가족들의 고통을 헤아려 그들을 돌봐주는 자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역신문들, "초동조치 미흡, 진상규명 우선"...여론분열 우려도

 

지역신문들은 이날 일제히 사설에서 천안함 침몰사고와 이번 사건을 둘러싼 각종 낭설들이 고개를 들고 있는 데 대한 여론분열을 크게 우려했다. <국제신문>은 '천안함 침몰사고, 실종 병사 수색에 전력 다해야'란 제목의 사설에서 "이 시점에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급한 것은 실종자 수색·구조 작업"이라며 "일각에서는 사고 은폐설까지 제기되고 있다는데, 전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충고했다.

 

<경남도민일보>도 사설 '의문투성이인 천안함 폭발 침몰사건'에서 "사고 자체도 의문이지만, 초동조치도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초계함정도 되는 함정이 순식간에 폭발되고 가라앉아버려, 46명이나 되는 생때같은 장병이 사지로 내몰리도록 방치된 것이 우리 군의 현주소인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영남일보>는 이날 사설 '침몰 함정 원인규명 한치 의혹 없도록'에서 "이번 참사는 어떤 경우든 우리 군으로서는 매우 불행하고 불명예스러운 일이다"며 "사고 이후 해군이 보여준 실종자 가족에 대한 자세는 유감을 넘어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군 당국을 비난했다.   

 

<광주일보>는 사설 '초계함 침몰 철저한 진상규명 우선 돼야'에서 "사고 원인에 대한 정확한 규명 역시 시급한 과제다"며 "만에 하나 이번 사고가 선박 결함과 같은 내부 원인으로 밝혀질 경우 우리 안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셈이다"고 우려했다.

 

<대전일보>도 '천안함 참사, 신속한 수색 철저한 원인 규명을'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중요한 것은 천안함의 침몰 원인을 신속하고도 명쾌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명확한 원인 규명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강원도민일보>는 사설 '천안함 참사 수습, 끝까지 최선 다하라'에서 "신속한 선체 인양 작업과 아울러 사고 원인이 철저하게 규명돼야 한다"면서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지만 이미 세간에 사고 원인에 대한 갖가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태그:#천안함사고, #조갑제닷컴, #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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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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