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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삼산동 고속버스터미널 길건너편에 있어요.
간판에 울산고용지원센터라고 되어 있네요.
▲ 고용보험 타먹는 곳 울산 삼산동 고속버스터미널 길건너편에 있어요. 간판에 울산고용지원센터라고 되어 있네요.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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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후에 고용센터에 가서 고용보험 신청하면 될 겁니다."

정리해고 당하기 며칠 전 회식 모임에서 하청업체장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심란한 마음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스러워, 일주일 여행 다니다 집에 돌아왔습니다. 일주일 후 생전 처음으로 실업급여를 타먹으러 가보았습니다.

직장을 졸지에 잃어서 당장 밥벌이가 없기 때문에 지난 10여년간 국가에서 의무로 들게 해 매달 얼마씩 월급에서 공제해 갔으니, 꼭 타먹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곳은 울산 삼산동 고속버스터미널  길건너편에 있었습니다. 간판엔 '울산고용안정센터'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1층 안내원에게 말했습니다.

"회사서 정리해고되어 실업급여 알아보러 왔는데요."

안내원은 두 말 없이 3층으로 가보라 했습니다. 3층에 가보니 실업급여 신청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와서 그런지 은행처럼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했습니다. 제 차례가 되어 상담자에게 갔습니다. 상담자가 3명이 앉아 상담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앞에 이런 글귀가 적힌 판이 붙어 있었습니다.

①먼저, 실업급여 수급자격 상담을 하세요.
②다음, 수급인정 자격 신청서와 구직표를 작성하세요.
③마지막으로, 실업급여 설명회에 참석하시면 됩니다.

고용보험을 타먹기 위해서 실업급여 신청서와 구직표를 
작성해야 했습니다.
▲ 실업급여 신청서와 구직표 작성 고용보험을 타먹기 위해서 실업급여 신청서와 구직표를 작성해야 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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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하시는 분은 저에게 신분증을 달라고 했습니다. 신분증을 주었더니 컴퓨터로 조회를 하는지 한참 뭔가를 했습니다. 상담하시는 분은 바빴습니다. 전화 상담도 해야 하고 찾아온 사람도 상담해야 하니 많이 바빠 보였습니다. 그렇게 컴퓨터로 뭔가를 찾더니 저에게 두 장의 종이를 주었습니다. 거기엔 수급자격인정 신청서와 구직표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다 적어 가니 오후 4시부터 교육이 있으니 받으러 오라 했습니다.

'실업급여 수급자를 위한 취업희망카드'와 '재취업 활동관련 설문지'였습니다
▲ 고용보험 타먹으러 가서 받은 안내책자 '실업급여 수급자를 위한 취업희망카드'와 '재취업 활동관련 설문지'였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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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갔으니 네다섯 시간 시간이 남아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삼산동에 있는 고용안정센터에서 나와 남목에 있는 집으로 다시 왔습니다. 집에서 쉬다가 시간 맞춰 다시 찾아 갔습니다.
교육장은 센터 7층에 있었습니다. 가보니 100여 명이 가득히 고용보험 신청을 위해 와 앉아 있었습니다. 들어서니 안내원이 작은 책자와 인쇄 용지를 한장 주었습니다. '실업급여 수급자를 위한 취업희망카드'와 '재취업 활동관련 설문지'였습니다.

"실업급여가 아니라 재취업 활동 지원금입니다."

앞에서 젊은 사람이 열심히 교육 강의를 했습니다. 실업급여가 아니라 재취업 활동 지원금이라니요? 센터 측에서 준 작은 책자에도 실업급여라고 분명히 하고 있는데 강사는 '실업급여가 아니라 재취업 활동 지원금'이라고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온 저는 어떤 말이 맞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강사는 실업급여 제도와 실업급여 받는 방법에 대해 열심히 알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부정수급에 대해서도 빠트리지 않고 말했습니다. 알바를 하든 일용공으로 일하든 일해서 돈을 받았다면 무조건 신고하라고 했습니다. 부정수급에 걸리면 크게 몇 배로 벌금을 물어야 하고 더 심하게 비양심으로 나가면 형사 처벌까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상하더군요. 제가 노동자로 취직해서 급여를 받을 때 고용보험이라는 명목으로 꼬박꼬박 10여년간 돈을 떼 갔습니다. 그건 제 돈입니다. 이번처럼 제가 정리해고 당했을 때 생계에 갑자기 어려움이 닥칠까봐 국가에서 매월 조금씩 돈을 걷어 두었다가 생계비 명목으로 주려는 게 고용보험의 취지 아니던가요?

매월 급여봉투에서 고용보험을 공제해 갔습니다.
보험금이고 제 돈이니 당연히 받아야 합니다.
▲ 월급 봉투에서 공제된 고용보험 내역 매월 급여봉투에서 고용보험을 공제해 갔습니다. 보험금이고 제 돈이니 당연히 받아야 합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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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지체없이 실업급여가 나와야 하는게 맞는거 같은데 뭐가 이리 복잡하고 절차가 까다로운지 모르겠습니다. 10여년간 지불한 내 돈 받아내는 데도 가서 신청을 해야하고 그들이 만든 교육도 받아야 하고 그들이 오라는 날짜에 맞춰 가야만 하고 그들이 해오라는 숙제(구직활동내역)를 해가야만 내가 낸 고용보험금을 6개월간 타 먹을 수 있다니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강사는 말했습니다. 1년 안에 실업급여 받아가야 한다고요. 또 교육 받고 난후 4월 6일(화)오전 9시 30분부터 11시까지나 오후 1시 30분부터 4시까지 출석을 꼭 하라고 합니다. 그날 출석 도장 찍으면 8일분의 실업급여가 지급 되지만 출석을 하지 않으면 한 푼도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4주 동안 구직 활동 내역에 2건을 적어 오라 했습니다. 

또, 실업급여 삼진아웃제는 또 뭐랍니까? 어느 신문에 난 내용을 보았습니다.

노동부 관계자는 실업급여와 재취업 지원규정을 개정 보완해 4월 중순부터 실업급여 삼진 아웃제를 시행할 방침이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되면 앞으로 실업급여 수급자가 고용지원센터에서 알선하는 취업면접이나 상담에 응하지 않을 경우 1차로 실업급여 지급 중단을 하고 또 응하지 않으면 2차로 서면 경고를 하고 또 응하지 않으면 3차로 실업급여 지급을 완전히 중단할 것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실업급여 타 먹으려면 고용지원센터의 명령에 잘 따르라는 것입니다. 3번 어기면 아예 못 주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거 같습니다. 뭐 이런 어거지가 다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고용보험 납부하는 건 저의 월급에서 자동으로 공제되어 너무도 쉽더만 실업급여 한 번 타먹는 건 이렇게 까다롭고 힘드네요. 매달 내 월급에서 공제해간 내 고용보험금 타먹기가 이렇게 어렵고 힘들어도 되나요?

고용보험 타먹으려면 빈공간을 한달에 2개 채워가야 한답니다.
보험금 타먹는데 왜 이런 수고를 매월 해야 하는지 모르겠
습니다. 채워가지 않으면 보험금 못내 준다고 합니다.
이런 억지가 또 어딨을까요?
▲ 구직활동내역 고용보험 타먹으려면 빈공간을 한달에 2개 채워가야 한답니다. 보험금 타먹는데 왜 이런 수고를 매월 해야 하는지 모르겠 습니다. 채워가지 않으면 보험금 못내 준다고 합니다. 이런 억지가 또 어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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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과 실업급여
저는 고용보험이 무엇인지 실업급여가 무엇인지 의미를 잘 몰랐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으로 한번 알아 보았습니다.

[고용보험] 고용보험이란 감원 등으로 직장을 잃은 실업자에게 실업보험금을 주고, 직업훈련 등을 위한 장려금을 기업에 지원하는 제도이다. 국민연금, 의료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과 함께 4대 사회보장제도의 하나로, 1995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고용보험 사업의 일환으로 노동자가 실직했을 경우 일정기간 동안 실직자와 그 가족의 생활안정 그리고 원활한 구직활동을 위하여 실업급여를 지급한다. 고용보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실업급여는 구직급여와 취직촉진수당으로 구분된다.

[실업급여] 실업급여란 직장 재직시 납부한 고용보험이 직장 퇴직과 함께 해지되며, 보험금을 타는 거라고 이해하시면 이해가 편합니다.다만, 어떤 보f험이든 보험금의 지불에 조건이 있듯이 실업급여 역시 그 조건이 있습니다.

실업급여라 하면 통상적으로 구직급여를 말한다. 실업급여는 우선 실직전 12개월동안 고용보험가입 사업장에서 6개월이상 근무하고, '정당한 사유'로 회사를 그만둔 경우에만 받을 수 있다. 즉 회사가 폐업·도산하거나, 해고를 당하는 등 비자발적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새로운 직장을 구하려고 노력할 때에 국가에서 지급하는 돈이다. 이 때문에 전직을 위해 또는 자영업을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둔 경우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구직급여는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업장에서 실직전 18개월 중 180일 이상 근무하다가 회사의 폐업, 도산, 인원감축 등 본인의 뜻과 달리 퇴직한 경우에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전직 등을 위해 자발적으로 퇴직한 경우에는 구직급여를 받을 수 없다. 구직급여는 퇴직당시의 연령과 보험가입기간에 따라 90~240일 동안 실직전 평균 임금의 50%를 지급한다.


태그:#고용보험, #실업급여, #정리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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