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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0일 새벽에 발생한 불로 대웅전과 종무소, 종각 등 3개동이 소실됐던 여수 향일암을 방문했다. 그동안 화재원인 조사를 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는 절의 대부분이 소훼, 붕괴돼 발화부의 화재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는 통보를 했다.

 

일출 장면으로 유명한 이 절은 신라 선덕여왕 3년(644년)에 원효대사가 절을 지어 원통암이라고 하였다. 그 후 고려 광종 9년(958년)에 윤필대사가 금오암이라 개명하고 조선 숙종 41년(1715년)에 인묵대사가 향일암이라 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향일암은 금오산의 기암괴석과 절벽 사이의 동백나무 및 아열대 숲 , 남해 수평선위로 떠오르는 일출 장면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화재 이후 신도와 관광객이 많이 줄었다는 종무소 총무의 얘기다.

 

가는 날이 장날일까? 황사로 금오산 자락의 거북 머리 부분도 희미하게 보일 정도다. 온김에 불난 자리를 둘러보기로 했다. 지름 칠팔십 센티쯤의 대웅전 주춧돌은 연꽃 부분이 터져 나가고 검게 그을려 있었다. 고열로 달궈진 돌에 소방차의 물이 쏟아지자 파편이 튀어 나갔던 것이다.

 

사찰 측에서는 지난 2월 중순 임시로 대웅전과 종무소를 세우고 복원에 나섰다. 원래 규모보다 약간 작게 대웅전을 지었지만 생채기는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대웅전 앞에서 열심히 기도하는 두 부인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셨어요? 임시로 세운 향일암에 대한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부산에서 왔어요. TV에서 봤는데 정말 안타깝네요. 전에 왔을 때 뒷산과 어우러진 절이 너무 예뻤는데 이렇게 보기 흉하게 됐군요. 빨리 원래 모습대로 복원했으면 좋겠습니다."

 

종무소 총무에게 화재 이후의 신도와 관광객 방문현황에 대해 묻고 복원계획을 들었다.

 

"신도와 관광객이 많이 줄었어요. 예전 같으면 토요일과 일요일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이 찾았어요. 복원기금을 모아야 하는데 자체적으로는 해결할 능력이 없고 시와 도에서 예산을 지원해 주어야 하는데 행정이란 집행되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여수시에서도 대표적 관광지 중 하나인 향일암에 대한 복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문화재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2012년에 박람회가 개최되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까지는 반드시 복원할 예정입니다. 현재 사업비 확보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내려가는 길에 절 입구에 늘어선 반찬가게, 특히 돌산 갓김치 파는 가게를 둘러보고 주인에게 물었다.

 

"아주머니 화재 이후 손님은 어떻습니까?"

"전보다 약간 줄었지만 손님들이 꾸준히 찾아와 돌산갓김치를 사가고 있어요. 특히 요즘은 배추값이 금값이라서 그런지 택배 신청하는 손님들이 많아요. 요새 갓김치는 겨울 동안 해풍에 시달렸기 때문에 쏘는 맛이 덜하지만 여름 갓은 쏘는 맛이 더하죠. 전국 각지에서 신도들이 찾아와 복원기금을 주고 간다고 들었습니다만 빨리 복원했으면 좋겠습니다."

 

불사란 인연 없는 중생에게 새로운 인연을 맺어주고 인연 있는 중생에게는 더욱 더 깊은 복덕을 지어주는 곳이라고 한다.

 

화재 이전 향일암은 대웅전에 금칠했었다. 복원에 대한 당위성과 시기의 조급함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지만 대웅전을 금칠한 후 말이 많았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되새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희망제작소에도 송고합니다


태그:#향일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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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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